글로벌 안보 불안 속 K-방산 수주잔고 5년 새 3배 ‘퀀텀 점프’
현대로템, 디펜스 솔루션 호실적 덕에 영업이익률 17% ‘기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 구조 개편 마치고 내년 ‘질주’ 예고
KAI·LIG넥스원, ‘KF-21 양산’·‘美 시장 진출’로 2026년 승부수
유럽 경쟁사 생산력 확대에 “기술 선점·수출국 다변화 급선무”
▲현대로템이 제작한 폴란드향 K-2 전차(좌측)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K-10 탄약 운반 차량 모형. 사진=박규빈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구촌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전세계 국방비 지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방위산업(K-방산)이 올해 '실적 최대 신기원'을 장식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 등 방산기업 빅4의 합산 수주 잔고가 100조 원에 육박하고,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사상 최초로 4조 원을 돌파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기세를 몰아 방산업계는 2026년에 가성비를 넘어 압도적인 수익성과 재무적 안정성을 증명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조업 마진율 맞나"…현대로템 17%·한화에어로 13% '수익성 초격차'
19일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국방비 지출은 전년 대비 9.4% 증가한 2조7810억 달러(약 3800조 원)로 집계됐다. 글로벌 안보 특수 덕분에 K-방산 기업들의 재무제표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에 시장에서 이견은 없다.
가장 돋보이는 주인공은 현대로템이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4조213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방산 부문인 디펜스 솔루션의 매출이 2조3554억 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56%를 차지하며 실적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폴란드로 수출 본격화가 성사되면서 방산 부문 영업이익률은 17.1%에 이른다.
이는 K-2 전차의 폴란드 수출 물량이 본격적으로 인도되면서 디펜스 솔루션 부문의 매출 비중과 이익률이 크게 개선된 데에 기인한다. 또 기존 K-1 계열 전차의 창정비 사업과 더불어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한 다목적 무인 차량(UGV) 등 유·무인 복합 체계(MUM-T)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체급이 달라졌다.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은 18조2817억 원에 달한다. 한화오션 편입 효과와 더불어 지상 방산의 호조가 이어졌다. 특히 비 방산 부문을 떼어내고 '순수 방산·항공우주 기업'으로 재편을 마친 점이 2026년 전망을 밝게 한다.
K-9 자주포와 천무의 폴란드 인도 물량은 내년 최정점에 달할 예정이고, 루마니아 등 신규 시장 공급 계약이 더해져 내년부터는 더욱 안정적인 수출 주도형 실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방산과 항공우주 분야에 경영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효율적 구조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잠시 웅크린 KAI·LIG넥스원, 내년엔 하늘과 미국 뚫는다
▲한국항공우주산업개발(KAI)가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모형(좌측)과 K-711 군용 트럭에 실린 70mm 지대함 유도 로켓탄 '비궁' 발사 현장. 사진=박규빈 기자·국방과학연구소
지상 방산이 당장의 '현금'을 쓸어 담고 있다면 항공·유도무기 분야는 2026년 '미래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KAI는 2024년 6월 최초 양산 계약을 체결한 KF-21 보라매 체계 개발 사업과 관련, 2026년 6월 체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상륙 공격·소해 헬리콥터 체계 개발 사업 등 미래를 위한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차세대 중형 위성 △군 정찰 위성 △다목적 실용 위성 △정지 궤도 복합 위성 등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후속 사업 준비와 우주 모빌리티·우주 탐사선 등 신시장 개척에 만전을 기하고 있어 지속적인 우주 사업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LS증권은 3분기 실적 부진은 국내 관용 헬리콥터 납품 이연 등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다"며 “KF-21 양산 매출이 본격화되는 2026년부터 실적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IG넥스원은 '미국 진출'과 '로봇'이 핵심 키워드다. 3분기 누적 매출 2조9022억 원을 달성하며 순항 중인 LIG넥스원은 작년 7월 지분 60%를 인수한 미국 로봇 기업 '고스트로보틱스'와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LIG넥스원은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등 중동 3개국과 천궁-II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올해 3분기 말 기준 23조 원 이상의 탄탄한 수주 잔고를 확보했다. 또 2.75인치 유도 로켓 '비궁'은 미 국방부의 해외 비교 시험(FCT)을 성공적으로 통과했고, 미 해군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밋빛 전망 속 '경계령'…유럽의 견제·자금 부담 넘어야
▲독일 크라우스 마파이 베그만이 제작한 차륜형 자주포 RCH 155. 사진=KNDS 제공
K-방산의 2026년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화려한 수주 잔고 뒤에는 유럽의 견제와 운전 자금 부담, 수출국 편중 등 3대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기조에 맞춰 독일 라인메탈 등 유럽 토종 방산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NATO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5% 수준까지 확대할 전망이고, 특히 유럽의 국방비 지출 증가율은 최근 연간 약 17% 수준으로 급증했다.
프랑스·독일 등 경쟁국들은 20개국 이상 수출 상대국을 두고 있지만 대비 한국은 수출국이 8개국 수준으로 편중돼 있어 폴란드와 같은 특정 국가의 정권 교체나 정책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위협 요인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 외에도 러-우 전쟁 장기화로 인한 티타늄 등 핵심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부품 수급 불안정은 여전한 관리 포인트로 꼽힌다.
수출 확대에 따라 원자재 구매에 필요한 운전 자금 규모도 커지는 등 변동성 확대와 생산 능력 확충, 지분 투자 등으로 인한 차입금·투자 부담 증가도 불가피하다.
김형진 나이스신용평가 선임 연구원은 “국내 방위산업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호실적에 안주하지 말고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한다"며 “특히 기존 재래식 무기를 넘어 AI·무인화 등 미래 무기 체계 기술을 선점해 유럽의 견제를 '기술 초격차'로 따돌려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