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신규 취급 비중 35% 이상 상향
가계대출 규제 속 리스크 취약 대출 부담 가중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 악화 가능성
“포용 치중하며 혁신 뒷전…성장 독려해야”
▲인터넷전문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목표 비중 확대 요구가 계속되며 건전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리스크에 취약한 개인·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나며 성장 여력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포용금융 역할 의무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인터넷은행이 주도했던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업무보고에서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신규 취급 목표를 현행 30%에서 2030년 35%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금융회사 이익으로 중금리 대출 공급을 확대해 금리 단층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인터넷은행은 2021년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3년까지 은행 자체 계획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비중을 30~44% 수준으로 설정했고, 지난해부터는 평잔 기준 30%로 목표치를 통일했다. 올해부터는 신규 취급액 기준 30% 목표치도 추가됐다. 인터넷은행들은 매 분기 평잔, 신규 취급 비중을 발표해 목표치 달성 여부를 공개하고 있는데,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신규 취급 비중 26.3%를 기록해 목표 달성에 실패하기도 했다. 단 2분기부터는 30%를 충족하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평잔, 신규 기준 모두 30%를 넘어선 상태다.
금융당국 업무보고 후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비중을 추가로 확대하겠다는 방향성이 명확한 만큼 인터넷은행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계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나 고신용자 대출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를 강화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건전성이다. 중저신용자는 개인신용평점 하위 50%(KCB 기준 870점 이하)인 개인과 개인사업자를 의미한다. 신용도가 낮은 차주 비중이 확대될수록 연체율 등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3분기 말 기준 인터넷은행별 총연체율은 카카오뱅크 0.51%, 케이뱅크 0.56%, 토스뱅크 1.07%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토스뱅크는 이보다 약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을 보이며 건전성 관리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은행들은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와 내부 리스크 지표 모니터링 강화 등으로 연체율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건전한 가계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면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는 은행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성장 자체가 제약돼 지속가능한 성장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포용금융 확대에만 집중하며 인터넷은행의 또다른 역할이 혁신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은 포용금융과 더불어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수행하며,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비대면 금융 확대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은행권 변화를 이끌어 왔다. 최근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으로 인터넷은행이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음에도 인터넷은행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느 정도의 포용금융이 충분한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숫자 맞추기에 매몰되다 보니 건전한 성장 위에서 이뤄지는 포용금융에 대한 의미를 잃어가는 것 같다"며 “인터넷은행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나온 결실을 중저신용자나 포용금융으로 나눌 수 있게 독려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