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경영권 방어 목적 단정 어려워”…26일 대금 납입 예정대로 진행
영풍·MBK “주주가치 훼손 우려 여전 유감…책임 있는 주주 역할 다할 것”
▲영풍·고려아연 CI
고려아연의 2조8000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었던 영풍과 MBK 파트너스(이하 MBK) 측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의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 목적보다는 미국의 전략적 요청과 사업 확장을 위한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고려아연 측의 소명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오는 26일로 예정된 유상증자 대금 납입은 계획대로 진행된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테네시주에 11조 원 규모의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하며, 재원 마련을 위해 현지 합작법인인 '크루서블 JV(Crucible JV)'에 약 2조851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크루서블 JV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하게 된다.
그동안 영풍과 MBK 측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최윤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며, 출자 구조가 이례적이고 기형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미국 정부의 제안으로 시작된 계약이며,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와 한미 간 전략적 협력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맞서왔다.
가처분 기각 결정 직후 영풍과 MBK는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영풍·MBK 측은 “이번 절차를 통해 제기됐던 기존 주주의 주주 가치 훼손 가능성과 투자 계약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 그리고 고려아연이 중장기적으로 부담하게 될 재무적·경영적 위험 요소들이 충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 제기는 고려아연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책임 있는 최대 주주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은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로서 회사의 발전을 위한 협력 의지도 함께 내비쳤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윈윈(Win-Win)'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경영진에 대한 견제구는 잊지 않았다.
이들은 “대규모 해외 전략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이사회와 최대 주주로부터 지속적인 신뢰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지배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고려아연의 경영이 특정 개인이나 단기적 이해가 아닌 전체 주주와 회사의 장기적 가치 극대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제도적·법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적 리스크를 해소한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착공 등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영풍·MBK가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경영 감시를 예고하고 있어 향후 이사회 운영 등을 둘러싼 양측의 긴장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