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에너지믹스 토론회서 원전 확대 찬반 논쟁
정용훈 교수 “수십기 전제로 경제성 재평가 필요”
석광훈 위원 “경직성 전원 한계, 전력망 민감도 커져”
김성환 “탄소 발생 없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잘 결합해야”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1차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믹스를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원전 논쟁이 뜨겁게 펼쳐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수립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는 신규로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 1기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올해 6월 새롭게 들어선 이재명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은 공론화를 통해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토론회는 공론화의 시작점이라 볼 수 있다.
원전 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는 2050년까지 원전이 수십기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경제성 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반대 측에서는 경직성 전원인 원전이 재생에너지와 충돌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원전의 경제적 가치도 과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1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기후부는 내년 초 2차 토론회와 설문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인사말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잘 섞어 가야 한다는 총론엔 대부분 동의할 것"이라며 “원전은 사고가 나면 매우 위험한 에너지원임이 틀림없지만 지금 인류의 가장 절박한 문제가 기후위기 대응이라면 우리는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잘 결합해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그런 에너지로 대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원전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이 펼쳐졌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2038년 이후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없어 사실상 탈원전 시나리오"라며 “2050년을 바라보면서 신규 원전을 건설하고 매년 2기씩 총 20~30기 원전이 들어올 경우 효과가 얼마인지 분석이 돼야 한다. 원전 건설 부지를 원하는 지역이 많다. 우리가 얼마든지 노력하면 될 부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기술경쟁 질서를 주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세계는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2050년 원전 비중이 50%가 됐을 때의 시나리오 분석을 해보고 비용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1차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캡처
반면, 원전의 출력감발 빈도가 점점 늘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원전은 규모가 크고 실시간 출력조절이 안된다. 태양광이 등장하면서 비싼 가스발전의 가동률이 줄고 있다"며 “가스발전이 줄어들수록 원전이 불시 정지할 때 중간에 매꿔질 유연성 자원이 없어진다. 원전 출력감발이 늘면 고립된 전력망에서의 민감도는 훨씬 크다"고 밝혔다.
이어 “원전 비중이 높고, 태양광 성장속도가 빠를수록 원전 출력감발의 빈도나 정도가 늘어나야 한다"며 “우리가 신규 대형원전 2기와 SMR 1기 건설을 계획 중인데 신규 원전은 물론이고 가동 중인 원전도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석 전문위원은 원전의 낮은 정산단가가 시장 원칙에 의해서 결정된 게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기위원회가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구소련의 공산당이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런 식의 전기요금 체계에서 나온 통계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생산된 통계가 아니다. 우리나라 원전은 이 같은 시스템에서 수혜를 많이 받아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원전 업계 관계자들이 정부에 탈원전 기조를 중단하고 12차 전기본에 원전 2기를 반드시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환경단체에서는 원전 가동 기간이 길어질수록 안전 문제와 폐기물 처리에 따른 사회적 갈등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회 시간 배분이 제한적이라 현장토론 시간을 더 늘려달라는 불만도 제기됐다.
좌장을 맡은 장길수 고려대 교수(12차 전기본 총괄위원장)는 “2차 토론회에서는 현장의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도록 방식을 고민하겠다"며 “(12차 전기본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감당 가능한 비용인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