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기자회견 열어 일부 장관·여권 인사 ‘지방 이전론’ 정면 반박
이미 1000조 투자 확정·공사 진행 중…현실성도, 사리도 안 맞아”
주 52시간제 규제 철폐 촉구…“반도체, 속도와 집적의 산업” 강조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31일 용인시청에서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성공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공=용인시
용인=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31일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둘러싼 '지방 이전론'과 관련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혀 최근 불거진 논란과 혼선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 시장은 이날 용인시청 컨벤션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잘 진행되고 있는 용인의 반도체 프로젝트를 일부 장관과 여권 인사들이 정치적으로 흔들면서 국가 핵심 산업이 불필요한 혼란에 빠졌다"며 “이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회견에서 “용인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흔드는 것은 반도체도, 나라도 망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대통령이나 총리가 나서 정부 차원의 명확한 공식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국회의원 등의 발언을 계기로 촉발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 이전론'에 대해 정면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26일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용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입주하면 전력 수요가 원전 15기에 달한다"며 “지금이라도 전기가 많은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왔다.
이후 안호영 의원은 “새만금 이전이 국가 생존을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확산시켰다.
이 시장은 이에대해 “개인의 생각인지, 여론 떠보기인지,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정부와 여당에서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이 나올수록 국민 신뢰는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12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역시 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며 “대통령이나 총리가 책임 있는 자세로 사태를 정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경기도지사 시절 왜 그랬는지 생각이 든다. 남쪽 지방으로 눈을 돌려 균형발전에 기여해 달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 시장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침묵도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인 반도체 산업이 정치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데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지사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라며 “경기도민과 용인시민이 불안해하는데 계속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시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구체적인 진척 상황을 상세히 공개하며 '이전론의 비현실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30일 기준 산업단지 조성 공정률이 70.6%에 달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97.9%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공정률도 대부분 90%를 넘어섰으며 제1기 팹은 2027년 3월 완공돼 같은해 5월 시범가동에 들어간다.
삼성전자가 입주할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역시 이미 정부 승인을 완료했고 토지 보상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며 지난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산업시설용지 분양계약까지 체결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의 기자회견 모습 제공=용인시
이 시장은 이어 “이미 1000조원 규모의 투자가 확정됐고 보상·인허가·기반시설 구축이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전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며 “모든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것은 수년의 시간을 허비하자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또 “반도체는 속도와 집적이 생명인 산업"이라며 “미국·중국·대만·일본이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국가 전략사업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거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여당을 향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주 52시간제 규제 철폐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시장은 “중국은 '996 근무제'를 시행하고 대만 TSMC는 주 70시간 이상 일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우리가 기술 경쟁에서 밀리면 나라의 미래는 암담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시장은 아울러 “국회는 눈을 국내 정치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 환경으로 돌려야 한다"며 “반도체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현실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시장은 용인이 가진 지리적·산업적 경쟁력도 부각했다.
이 시장은 “용인은 기흥·화성·평택·이천·판교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반도체 벨트의 정중앙에 위치해 집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지"라며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다른 지역은 용인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흔들 것이 아니라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산업과 투자를 유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용인특례시는 어떤 외부 흔들기에도 굴하지 않고 반도체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반도체 산업 발전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시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