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범 3년만에 1호기 도입·올해 취항…SWOT 분석해 보니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으로 ‘초소형 항공’ 시장 기회
72석 ATR 72-600 신조기로 연내 3개 노선 운항 도전
2028년 울릉공항 전까지 ‘2년 공백 극복’이 생존 관건
재무 리스크·낮은 안전성·기체편견 극복 등 과제 산적
▲지난 4일 김포국제공항으로 들어온 섬에어 ATR 72-600 신조 1호기(HL5264). 사진=섬에어 제공
대한민국 항공 운송 산업이 건국 이래 사상 최대의 구조적 격변기를 맞고 있다.
올해 10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법인 합병을 끝으로 기업 결합이 마무리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거대 통합 항공사(FSC)의 출범으로 항공운송산업에 큰 변화가 예고돼 있는 탓이다.
이런 와중에 틈새 시장을 노리는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에 항공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2022년 11월 설립된 신생 소형 항공사 '섬에어(Sum Air)'다.
섬에어는 기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주력하는 중단거리 국제선이나 간선 국내선이 아닌 내륙과 도서 지역을 잇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Regional Air Mobility)'라는 전인미답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국내 항공 시장의 화두는 단연 '통합'과 '분산'이다. 정부는 '메가 캐리어(Mega Carrier:대형 운송사) 육성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방 소멸 대응과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 울릉·흑산·백령공항 등 도서 지역 소형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섬에어의 존재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선도자 우위'와 기재 경쟁력
섬에어 경영 전략의 핵심은 철저한 '기재 차별화'에 있다.
지난 4일 섬에어는 프랑스 ATR사로부터 갓 생산된 'ATR 72-600' 신조기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도입했다. 이는 과거 한성항공이나 하이에어 등 지역 항공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15~20년 된 노후 기체를 들여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특히, 오는 2028년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1200m에 불과하다. 보잉 737이나 에어버스 A320 등의 제트엔진 여객기는 이착륙에 최소 2000m 이상의 활주로가 필요해 물리적으로 취항이 불가능하다. 엠브라에르(Embraer)의 E190-E2 등 소형 제트기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1200m 활주로에서 제트기 운용은 안전 마진이 거의 없어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반면에 섬에어가 선택한 터보 프롭기 ATR 72-600은 같은 길이의 활주로에서 72명 만석 승객을 태우고도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능력을 여러 항공사들의 운용례를 통해 검증받은 상용여객기다.
섬에어는 이 기종에 최신 글래스 칵핏(Glass Cockpit)을 장착해 조종사의 상황 인식 능력을 극대화했고, 울릉도의 해무와 측풍 등 기상 악화 속에서도 정밀접근이 가능한 'RNP AR' 항법 장비 운용 능력을 필수적으로 갖출 계획이다. 객실 내 좌석 간격은 29인치로 기존 LCC 대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프로펠러기는 낡고 불편하다'는 편견을 불식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 완화의 첫 수혜자…내륙 틈새 시장 공략
▲1200m 길이의 울릉공항 활주로와 항공기별 이착륙 필요 거리 비교. 정리=에너지경제신문
이같은 섬에어의 등장은 정책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소형 항공운송사업의 등록 기준을 기존 50석에서 80석으로 완화했다. 과거 50석 제한에 묶여 멀쩡한 비행기의 좌석을 뜯어내고 비효율적으로 운항해야 했던 족쇄가 풀린 것이다.
섬에어는 이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아 면허를 취득한 첫 사례다. 72석 규모의 항공기를 온전히 운용함으로써 좌석당 비용(CASK)을 낮추고 수익성을 개선할 법적 토대를 확보했다.
섬에어의 로드맵은 우선 1단계로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김포-사천/울산/포항경주 등 내륙 틈새 3개 노선에 취항하고, 2028년 이후 울릉공항 개항에 맞춰 김포-울릉이나 포항-울릉 등 도서 특화 노선에 운항편을 투입하는 것이다.
특히, KTX가 닿지 않는 광주-양양 등 동서축이나 산업 수요가 있는 특수노선을 공략해 대형 항공사가 닿지 못하는 '모세혈관' 노선을 장악하겠다는 복안이다.
2년에 이르는 '데스 밸리'를 건너야 산다
▲섬에어의 SWOT 매트릭스. 정리=에너지경제신문
섬에어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섬에어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요소는 올해 첫 취항부터 2028년 울릉공항 개항 사이의 '2년 공백'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에 섬에어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내륙 노선만으로 신조기 리스료·인건비 등 막대한 고정비를 감당해야 한다. 김포-울산/포항 노선은 이미 KTX와의 경쟁이 치열하고, 사천 노선은 진에어와 경쟁해야 한다.
재무적 리스크도 상당하다. 항공 산업이 유가·환율·금리에 극도로 민감하다는 특성에서 볼 때 최근의 '킹 달러' 기조와 유가 불안정성은 자본력이 약한 신생 항공사의 현금 흐름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로펠러 공포'와 인력난…넘어야 할 산
여기에 소비자들의 뿌리 깊은 편견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국내 항공 소비자들은 유독 제트기 선호 현상이 강한 반면, 프로펠러기에 대해선 '작고 시끄럽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과거 한성항공이나 제주항공이 초창기에 겪었던 프로펠러기 사고와 비교적 최근인 하이에어의 잦은 결항사태는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켰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날씨다. 울릉도는 해무·강풍 등 기상 악조건이 빈번해 국토부 분석 결과 시계 비행 기준 적용 시 연간 결항률이 최대 23.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잦은 결항은 고객 불만과 보상 비용 증가로 이어져 브랜드 신뢰도를 갉아먹을 수 있어 섬에어 입장에선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덧붙여 인력수급 문제도 '아킬레스건'이다. 과거 하이에어는 기체가 있어도 조종사와 운항관리사 등 필수인력을 구하지 못해 흑자 도산의 위기를 겪다가 결국 운항을 중단했다. ATR 기종 한정 자격을 가진 조종사는 국내에 매우 드물다. LCC들이 조종사 채용을 재개하면 섬에어의 인력이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확실한 보상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