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 등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 잇따라…K-제약바이오 참전 채비
합성의약품도 올해만 8조 제네릭 시장 열려…‘무관세’ 국산제네릭 기회
빅파마 매출 공백에 아웃소싱·기술도입 추진…CDMO·신약개발사 수혜 전망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최대 584조원 규모의 의약품 '특허 절벽'이 본격화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가 중대 기로에 섰다.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최대 584조원 규모의 의약품 특허 만료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바이오의약품과 합성(케미컬)의약품 분야에서 모두 주요 블록버스터 제품들의 특허가 순차 만료됨에 따라 복제약 시장 확대, 기술수출 등 글로벌 진출 기회가 창출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11일 한국바이오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포함한 200여개의 의약품이 '특허 절벽'을 맞으며 최대 4000억달러(약 584조원) 규모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허 절벽은 의약품 등 제품의 특허(통상 20년)가 만료돼 복제약 등이 시장에 진입하며 오리지널 제품의 매출과 수익이 급감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컨데, 지난 2022년 당시 글로벌 매출 1위(212억달러)에 오른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경우, 암젠의 바이오시밀러 '암제비타' 출시로 특허 절벽이 본격화한 2024년 매출이 90억달러 급감했다.
특히, 향후 5년간 벌어질 대규모 특허 절벽에는 글로벌 매출 상위 의약품이 대거 포함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사노피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듀피젠트',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등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이 이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가 만료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의약품 매출 순위는 키트루다가 1위, 듀피젠트가 5위, 위고비가 8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범위를 매출 상위 20위권(2024년 기준)까지 넓히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13위)'와 로슈의 다발성경화증치료제 '오크레부스(20위)'도 같은 기간 특허 절벽을 맞는다. 향후 5년간 글로벌 매출 20위권 안에서만 최소 5개 품목이 특허가 만료되며 대규모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이들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으로 현재까지 품목 허가를 획득한 바이오시밀러가 부재한만큼, 특허 만료를 겨냥한 글로벌 복제약 개발 경쟁이 본격화한 상태다.
이에 국내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해당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중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4월부터 글로벌 임상 1·3상을 병행하는 '오버랩' 전략을 통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 10개 이상 신규 제품을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듀피젠트 등의 바이오시밀러 개발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도 오크레부스 바이오시밀러 'CT-P53'와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CT-P51'의 임상 3상을 각각 지난해 6·7월에 본격 착수했다.
특허만료 예정 의약품에 대한 국내 전통제약사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참전도 잇따른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9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CMO)·분석기업 프로티움사이언스와 포괄적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 도전을 공식화했다. 앞서 대웅제약도 같은 해 7월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첫 파이프라인으로 듀피젠트를 선정했다.
종근당의 경우, 지난 2022년 싱가포르 제약사 파보렉스로부터 후보물질 'CKD-920'의 판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국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 등 주요 글로벌 규제기관들이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을 면제하는 등 개발 절차 간소화를 추진하면서 기존 비(非) 바이오시밀러 기업들도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올해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시 임상 3상을 면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간과 비용면에서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새로운 기업들이 다수 진입할 수 있어 바이오시밀러 기업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시밀러 뿐만아니라 케미컬의약품 제네릭 개발 경쟁 역시 확대될 조짐이다. 올해부터 BMS의 항응고제 '엘리퀴스'와 다발골수종 치료제 '포말리스트, 노바티스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 케미컬의약품 특허가 순차 만료되는 탓이다. 이들 세 품목의 특허절벽에 따른 매출감소 전망치는 60억달러(8조8000억원) 이상으로 관측된다.
특히 엘리퀴스의 경우 지난 2024년 국내 특허(물질특허)가 만료됐고, 포말리스트와 엔트레스토의 경우 특허만료를 앞두면서 그간 국내 제약사를 중심으로 활발한 제네릭 개발 경쟁이 전개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 결과 대미 수출 제네릭의 무관세가 확정되면서 이번 특허 만료가 국내 제약사의 수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대규모 특허 절벽으로 매출 타격을 앞둔 글로벌 빅파마들이 생산 효율화와 후보물질·플랫폼 등의 기술도입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허 절벽으로) 글로벌 빅파마들은 합산 2560억달러의 매출 공백에 직면하면서 사업 구조조정, 포트폴리오 축소, 인력 재편, 연구개발(R&D) 투자 강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위탁개발생산(CDMO)와 신약개발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빅파마는 비용 효율화를 위해 자체 생산시설 투자보다는 외부 생산 아웃소싱을 늘리는 추세"라며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약 기술도입과 공동개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