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여야 ‘정부 총체적 관리부실’ 질타
국토부 “콘크리트 둔덕 설치 위법, 개선 간과 인정” 사과
위법성 묵살 의혹 전직관료들은 “기억 없다” 모르쇠 일관
경찰, 청문회 당일 압수수색에 “면피용 쇼 아니냐” 비판
김장관 “유가족, 사조위 불신 수용…총리실 이관 재조사”
▲22일 국회 본관 245호 제3 회의정에서 열린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현장. 사진=박규빈 기자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참사 발생이 1년을 넘긴 가운데 22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나선 전직 항공당국 관료들이 참사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받는 '콘크리트 둔덕'의 위법성에 묻는 질문에 “기억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콘크리트 둔덕 위법성을 공식 시인하고 사과했음에도 둔덕 설치와 직간접 관여했던 전직 관료들이 발뺌성 발언을 내놓아 더욱 공분을 일으켰다.
또한 참사 1년이 지나서야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의 '뒷북 수사'와 국가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현장 채증을 방해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정부의 총체적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제3차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 활주로 이탈 항공기의 충격을 가중해 대규모 인명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지목된 활주로 끝단의 '콘크리트 둔덕' 설치의 위법성과 정부의 부실 대응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 국토부 장관 “둔덕 규정 위반 인정"…전직 서울항공청장들은 책임 떠넘기기
이날 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콘크리트 둔덕의 설치·관리 부실 문제였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인 'Extend up to(…까지 연장하다)'를 거론하며 “국토부가 이를 잘못 해석해 로컬라이저 시설을 종단 안전구역에서 제외하고, 부러지기 쉬운 재질이 아닌 단단한 콘크리트로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참사 직후 국토부가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했던 것은 명백한 소극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둔덕이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됐고, 개선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되지 못한 점에 대해 주무 부처 수장으로서 할 말이 없다"며 위법성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반면에 과거 해당시설의 위험성을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직 관료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유로 책임 여부를 회피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2004년 한국공항공사가 둔덕을 '장애물'로 규정하고 보완을 요청했음에도 이를 불수용한 이석암 전 서울지방항공청장을 추궁했으나 이 전 청장은 “당시는 공항 개항이 지연돼 공정률 파악에 주안점을 뒀다"며 “아침 간부 티타임 때 로컬라이저 문제가 제기된 기억이 없다"고 자신과의 연관성을 우회적으로 부인했다.
2007년 2차 보완 건의 당시 재임했던 장종식 전 서울지방항공청장에게 질타도 이어졌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현장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왔는데도 상급 부서 핑계를 대며 '2단계 확장 시 개선하라'고 미룬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 전 청장을 대신해 김윤덕 장관이 나서 “항공안전본부 지침에 따라 2단계 확장 때 확보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 1년간 기소 '0건'…경찰, 청문회 당일 압색
청문회에서 경찰 수사의 적절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청문회 당일인 22일 오전 9시부터 서울지방항공청 등 9개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여야 의원들은 참사 1년이 지나도록 기소된 인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청문회 당일에야 강제수사에 나선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향해 “국회가 국정조사를 하지 않았으면 압수수색도 안 했을 것 아니냐"며 “5월에 입건된 피의자 날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인데 1년이 지나도록 구속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책임진 사람이 없다는 뜻"이라며 “수사가 1년 이상 지연될 만큼 고난도 사건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사조위의 조사 결과와 연계된 부분이 있어 늦어졌다"면서도 “방위각 시설 부분은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답변했다.
◇ “사조위, 유류품 방치·국과수 접근 방해"…“보안 규정에 근거"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현장 보존·조사 과정에 대한 의혹도 거론됐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사고 잔해와 유류품이 1년 넘게 노지에 방수포만 덮인 채 방치되다가 국정조사 직전에야 수거됐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 유가족 요청으로 국과수 요원들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사조위가 사진 촬영을 막아 2시간 대치 끝에 철수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의혹 제기에 김기훈 사조위 사무국장은 “보안 규정과 예상치 못한 촬영 장비 반입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한국전산구조공학회가 수행한 용역 보고서에서 '콘크리트 상판이 충격을 완화했다'는 취지의 결론을 낸 것에 대해 정성국 의원은 “현장을 본 사람이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엉터리 결과"라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김윤덕 장관은 “유가족들이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을 수용하며, 사조위가 국무총리실로 이관되면 전문성 있는 기관을 통해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 “새 쫓는데 엽총·확성기가 전부"…조류충돌 예방시스템 부실
이 밖에도 참사의 시발점이 된 조류 충돌(Bird Strike) 예방 시스템의 부실함도 드러났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류 퇴치 요원들이 레이더 등 과학 장비 없이 확성기와 엽총에만 의존해 1km 이상 상공의 조류에는 대응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지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시뮬레이터 훈련을 실시한 항공사가 전무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