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시대] 이익이 증명한 ‘5000포인트’…코리아 디스카운트 벗어나는 코스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1.22 09:17

반도체 실적 급증·주주환원 강화 맞물려
2021년 동학개미운동과 다르다
주식 공급보다 소각 규모가 더 커져
외국인 자금 유입세...‘구조적 변화’ 평가

코스피 지수가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지수 상승 속도와 에너지는 과거 어느 국면과 비교해도 가장 강하다. 시장에서는 이번 랠리를 두고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닌 구조적 재평가(리레이팅) 국면'이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반도체 기업 중심의 이익 증가세와 외국인 주도 매수라는 점에서 2007년 대세 상승장, 2021년 동학개미운동과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실적이 이제 막 늘어나기 시작한 단계라는 점과 상법 개정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이 추가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 지수는 22일 오전 9시1분 전 거래일보다 92.21포인트(1.88%) 오른 5002.14를 기록했다. 2007년 2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18년간 2000~3000포인트를 오갔던 코스피가 불과 1년 만에 두 배 넘게 올랐다.




삼전·하닉 실적이 바꾼 지수의 체력

이번 코스피 5000 달성은 반도체 기업 실적이 이끌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 폭증과 반도체 공급 제한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이다. 최대 수혜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두 회사의 이익 증가세가 지수를 견인하고 있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주도주는 이미 실적 개선이 숫자로 확인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13일 국내 증권사들이 전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합산 컨센서스는 206조7193억원에 달한다. 지난 10월 이후 3개월 만에 두 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10조원 넘게 불어났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반도체 이익 증가 속도는 이례적"이라며 “올해 반도체 영업이익은 2년간 240% 급증한 것인데 닷컴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회복을 제외하면 처음 보는 속도"라고 말했다.


올해 반도체 영업이익 200조원 컨센서스 [출처=유진투자증권]

▲올해 반도체 영업이익 200조원 컨센서스 [출처=유진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연간 영업이익 비중은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의 41.5%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고 비중이다. 허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수요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의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대되면서 나타난 구조적 변화와 함께, 과거와는 달리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과도한 설비투자 경쟁을 피하는 과정에서 반도체의 폭발적 이익 전망치 상향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수 급등세가 2020~2021년 동학개미운동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있다. 2020년 말 미국 대선 이후 코스피는 급등 랠리를 이어갔다. 2021년 1월 첫째 주에 일주일간 코스피 지수는 10% 가까이 폭등하며 사상 처음 3000포인트에 진입했다.


다만 2021년 당시와 현재는 수급과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사이클상 차이가 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 당시는 이름 그대로 개인이 주도하던 장세지만 현재는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 연초 이후 지난 19일까지 외국인은 2조108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181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익 모멘텀도 당시보다 강하다는 평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1년 당시에는 기업 실적이 이미 중·후반 국면에 접어들어 있었지만, 현재는 실적이 이제 막 좋아지기 시작한 단계라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유상증자 대신 소각…외국인이 돌아온 이유

코스피 5000포인트 돌파가 구조적 재평가로 평가받는 또 다른 이유는 주식시장 수급 구조의 근본적 변화다. 과거 코스피 시장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빈번한 '공급 우위 시장'이었다. 기업 성장의 과실이 주주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않는 구조는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연도별 코스피시장의 공급량 [출처=대신증권]

▲연도별 코스피시장의 공급량 [출처=대신증권]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2024년 주식시장 순공급액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데 이어, 2025년에는 그 폭이 더욱 확대됐다. 기업의 신규 자금 조달 수요보다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을 위한 주식 감소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급 축소는 곧 주당가치 상승을 뜻한다"며 “공급의 마이너스 전환은 과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원인이었던 잦은 유상증자와 불투명한 분할 상장, 자사주 경영권 방어 목적 악용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리스크가 제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한국 증시는 단순한 저평가 영역을 넘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통과된 상법 개정안과 최근 논의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등도 주주환원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정부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외국인 자금 유입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순유입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단기 트레이딩 성격보다는 구조적 변화에 대한 베팅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한국 증시는 실적이 개선돼도 주주환원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글로벌 자금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자사주 소각 확대와 상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최태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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