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투자노트-➈방산] 수주 호황 뒤 남은 계산서...관건은 ‘현금 흐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1.26 13:51

수주 이후, 현금 흐름에 촉각

고성장 뒤에 남은 재무 숙제

실적 가시성 확대, 관리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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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국내 방위산업(이하 방산)을 둘러싼 환경은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다. 주요 기업들의 수주가 확대되며 중기 실적 가시성도 높아진 상태다. 글로벌 재무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 역시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다만 올해 관심은 수주 규모 자체보다는 집행 과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가 양산 단계로 진입하면서 비용 투입과 현금의 흐름을 함께 점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 좋다'는 공감대…재무건전 지속성 귀추 주목

사진=한국신용평가

▲사진=한국신용평가

신용평가사들은 글로벌 방산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촉발된 재무장 흐름이 단기적 대응에 그치지 않고 각국의 중기 국방 계획에 반영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전력 보강 수요는 미국과 중동, 아시아 일부 국가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재고 보충과 무기 체계 현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방산 산업을 둘러싼 전반적인 사업 환경은 우호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주 잔고 확대 역시 이 같은 흐름의 결과다. 대형 수출 계약이 이어지면서 잔고 규모가 빠르게 늘었고, 이에 따라 중기 실적 가시성도 이전보다 높아진 모습이다.



실제 한국기업평가가 집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현대로템의 방산 부문의 합산 수주 잔고는 2021년 말 12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51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장기 계약 비중이 확대되면서 향후 수년간의 매출 인식 경로가 보다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방산 물량은 발생원가에 적정 이윤이 가산되는 구조다. 수출 물량은 채산성(이익이 나는 정도)이 높은 편이어서 납품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 상향은 외형 성장과 사업 안정성이 재무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신호다. 실제로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주 잔고 확대는 신용도에도 직접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6월 등급전망이 '긍정적'으로 조정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AA(안정적)로 상향됐다. 양질의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진 영향이다. 한화시스템 역시 영업실적 개선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6월 등급전망이 '긍정적'으로 변경된 뒤 11월 등급이 AA(안정적)로 올라섰다. 현대로템은 수출 확대에 따른 수익구조 개선을 바탕으로 6월 신용등급이 A2+로 상향됐고, 이후 수익성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0월에는 등급전망이 '긍정적'으로 조정됐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실제 신용도 상향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방산 산업 전반에 대한 신용평가사와 시장의 인식 차이는 크지 않은 모습이다.


신용평가사의 시선이 달라지는 지점은 수주 이후다. 방산 수출은 계약 체결과 동시에 실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양산과 인도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고, 그 과정에서 자재 선매입과 생산라인 증설, 인력 투입 등 선행 비용이 집중된다. 선수금이 유입되더라도 현금 유입과 비용 집행 시점 사이에는 구조적인 시차가 존재한다. 무기가 완성돼 고객사로 이동하기 전까지는 기업이 자금을 먼저 투입해야 하는 구조여서, 수주 규모가 커질수록 현금흐름 즉 운전자본 관리에 대한 부담이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는 이 같은 구조가 재무제표에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시점이다. 폴란드와 중동을 중심으로 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진입하면서 비용 투입이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들이 '모니터링'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는 배경이다. 이는 성장에 대한 의문이라기보다, 외형 확대 이후 재무 관리 능력이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올라왔다는 의미에 가깝다.


여기에 현지화 전략이라는 추가 변수가 더해진다. 유럽을 중심으로 방위산업 자생력 강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단순 완제품 수출만으로는 시장 접근에 제약이 생기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방산 기업들에게 현지 생산과 합작법인(JV) 설립, 기술 이전 등 추가 투자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설비투자(CAPEX) 확대와 차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투자 집행 속도와 재원 조달 방식, 차입 구조 변화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정현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전반적인 수급여건은 양호한 가운데 채산성 높은 수출 프로젝트 비중이 확대되며 업계 전반의 실적 및 신용도는 우상향할 것"이라면서도 “실적 개선세 지속 여부와 운전자본부담 통제를 통한 우수한 재무안정성 유지 여부가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사 '그 다음 단계' 궁금…수주 이후 실적 구조 초점

증권가도 방산 산업의 중기 환경을 안정적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방산 수요가 단기간에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확보한 생산 능력과 납기 대응력이 주요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된 평가다. 이미 쌓여 있는 수주 잔고가 중기 실적의 하방을 지지하는 구조라는 분석 역시 증권사 보고서 전반에서 반복된다.


다만 증권사의 관심은 단순한 실적 개선 여부를 넘어, 실적 이후 구간에서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변수에 맞춰지고 있다. 기존 수주 물량의 매출 인식은 상당 부분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주가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신규 수주의 확정 여부와 그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언제, 어떤 규모의 계약이 추가로 가시화되는지가 단기 주가 변동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부 기업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대형 해외 수주 결과가 잇따라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시점에 따라 주가 움직임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분기 실적보다 계약 성사 여부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는 특정 일정이나 발표를 중심으로 주가가 반응하는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매출이 언제 인식되는지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일부 프로젝트에서 인도 지연이나 비용 반영이 발생할 경우 단기 실적은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이를 실적 훼손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매출 인식 시점이 뒤로 이동한 결과에 가깝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월된 물량이 이후 연도 실적으로 반영되면서 오히려 중기 실적 가시성을 높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기업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방산 기업을 분기 실적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수주 잔고와 사업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수주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어떤 사업으로 구성돼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미사일과 전투체계, 유지보수정비(MRO), 위성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기업은 단순 제조업체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산 업종의 중기 흐름과 단기 주가 전략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하나증권은 글로벌 안보 자립 수요 확대와 노후 무기 교체 수요가 이어지면서 방산 산업 전반의 중기 성장 방향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대외 변수와 주가 선반영 수준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분기 실적보다 수주 모멘텀이 구체화되는 시점과 이벤트가 단기 주가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채운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강세는 국내 증시 전반의 강한 상승 흐름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심화에 따른 섹터 선호 강화의 영향으로 해석한다"며 “역으로 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의 주가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단기 초과성과 관점에서는 수주 모멘텀이 가시화될 수 있는 이벤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주 대어부터 양산 본격화까지…K-방산 '실적 대폭발' 구간

사진=KB증권

▲사진=KB증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6년을 '대어 사냥이 실적으로 치환되는 해'로 맞이한다. KB증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보병전투장갑차(IFV), 노르웨이 천무, 스페인 자주포 사업 등 올해에만 20조원을 상회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의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수주 성과가 시장 기대치에 다소 못 미쳤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글로벌 지상 방산 경쟁력의 재입증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12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135만원에서 162만원으로 20.0% 상향조정 한다"며 “올해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다수 대기하고 있어 다시금 수주 모멘텀이 점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압도적인 수익성과 고마진 구조의 고착화가 핵심 평가 포인트다. LS증권은 방산 부문인 디펜스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20%를 상회하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올해는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 물량의 실적 인식이 본격화되는 동시에, 루마니아 등 동유럽 추가 수주가 수주 잔고의 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부터 K2 전차 1차 계약 잔여 물량과 2차 계약 초기 매출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LS증권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디펜스솔루션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9% 증가한 1조1130억원, 영업이익은 38.3% 늘어난 2580억원으로 추정된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내수 비중 확대로 영업이익률은 3분기(28.2%) 대비 23.0%로 소폭 낮아졌지만, 고마진의 폴란드 수출 물량이 실적의 중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연간 K2 전차 생산능력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실적 성장 흐름도 이어질 전망이다. 디펜스솔루션 부문 수주 잔고는 2025년 말 기준 11조8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2026년 이후 폴란드 2차 계약 매출 인식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KAI)는 올해 가장 뚜렷한 실적 턴어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 정체를 딛고 KF-21 양산 매출이 본격 반영되며 실적 개선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FA-50 물량의 이월 인도가 상반기에 집중되면서 단기 실적 모멘텀 역시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는 KF-21 수출 원년의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구간으로 2026년을 지목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CAPEX 투자의 결실이 본격적으로 확인되는 구간에 진입한다. 다올투자증권은 374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향 천궁-II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적 선제 조치였다고 평가한다. 이 투자가 조업도 상승으로 이어지며 실적 변동성이 완화되는 '양산 안정화'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천궁-II 수출 매출이 본격화되면서 이익 기여도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L-SAM 등 차세대 방공체계 고도화 성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시장의 재평가가 본격화되는 시점도 올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설 투자가 마무리되는 하반기 이후에는 현금 흐름 개선 역시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개발 중심 기업에서 양산 중심 기업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화가 핵심이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주 천궁-II 양산과 정지궤도 기상 위성 탑재체 체계개발, L-SAM 양산으로 2028년까지 3년치 기대 실적이 상향 조정됐다"며 “작년에 피어그룹에서 다소 완만한 실적 성장, 분기 실적 변동성, 비닉 사업 중심으로 파이프라인 미공개의 이유로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2028년까지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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