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민 (사)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대표
▲김재민 (사)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대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61% (2023년 기준)인 스페인에서 2025년 4월 28일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있었다. 스페인 전력망 공사는 대정전 사태 이후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강화된 관리 체계를 시행하였는데 2025년 5~10월간 천연가스를 이용한 복합화력 발전량이 2024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었다. 2021년 여름 영국에서는 이 전년도 평균 9.1m/s이던 풍속은 2021년 7월 5.7m/s에서 9월 약 3m/s로 떨어졌었다. 이 풍속의 저하로 풍력 발전이 감소하여 출력 변동성 대응에 활용하던 가스 발전의 출력을 높혀 전력량을 확보했었다.영국 가스 발전량의 증가는 천연가스 가격을 그해 12월 6배까지 오르게 하였다. 천연가스 요금의 폭등은 다음 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0배로 오르는 결과로 진행되었었다. 전력망 안정과 천연가스 수급 관리는 국가 에너지 안보상 전략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가스터빈 발전기가 유연성 전원으로 활용되는 데는 기계공학적인 특성 때문이다. 터빈엔진은 고온 고압의 기체를 금속 회전체에 부착된 터빈 블레이드로 분사하며 동력을 얻는 방식인데 증기터빈은 그 기체가 물을 가열한 고압 증기이며 가스터빈은 압축공기에 연료(천연가스)를 분사하여 연소한 기체란 점이 다르다. 증기터빈은 물의 상태 변화를 사용하여 열 에너지에서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장치로 보일러, 배관, 드럼 등 열저장체가 있고 출력 증가를 위해 증기를 만들어내야 하므로 열적 관성(Thermal Inertia)이 높아서 반응 속도가 늦다. 반면 가스 터빈은 연료가 기체 형태여서 분사, 혼합, 연소 제어가 빠르다. 회전체 동력 출력제어는 연료밸브의 개폐로 조절이 가능한데 마치 자동차의 가속기를 밟으면 바로 속도가 높아지는 것과 같다. 자동차 엔진과 가스터빈 엔진과의 차이는 자동차 엔진은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크랭크 샤프트 같은 장치가 있어 복잡하고 작동 시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유연성 전원으로는 전기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ESS)도 있는데 반응 속도는 빠르나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어서 저장 용량에 의해 수요 대응 역량이 제한된다. 대규모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전력 발전량이 전력 수요를 넘어서 전력 수요/공급 균형이 깨지는 경우 전기저장장치는 잉여 전기를 저장하고 추후 사용함으로 출력제한의 손실을 방지하는데 유용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같이 도심 지역에 대규모 수요처에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력 공급하면서 기존의 전력망에 영향을 주지 않는 독점적인 전력선으로 송배전망을 구성하려고 하는 것이 에너지 고속도로라 할 수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와 함께 전기저장장치와 전력 발란스 제어 시설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니 투자 규모는 커지며 장기적인 사업 기간이 요구된다. 한편, 가스터빈 발전은 송배전망 증설 없이 수요처에서 건설 운영이 가능하고 소형 모듈향원자로(Small and Medium Reactor: SMR)에 비해 주민 수용성 면에서 유리하며 단기적 실행이 가능한 방안이 된다.
최근의 피지컬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 양상을 보면 제조업 부문에서 근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에너지만 투입되면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게 된다. 전력 수요 패턴 면에서 현재와 전혀 달라지는 양상이 예상된다. 낮에 일하고 밤에 쉬는 생산 라인이 아니라 24시간 365일 운전되는 공장이 가동된다면 상시적 에너지 수요를 위해 공급의 안정성이 더욱 중요해 진다. 이 경우 제조사들은 스스로 전력원을 설치 운영하는 것이 더 경제성이 있게 될 것이다. 전력 가격과 천연 가스 가격 차이에 따라서는 가스터빈 발전기를 설치하고 상시 운전으로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는데도 가스터빈 발전은 단기적으로 열병합 운전 시 에너지 소비량 대비 온실가스배출계수는 현재보다 50% 이상 줄일 수 있으며 중기적으로는 수소 혼소를 통해 추가 감축이 가능하다. 문제는 온실가스감축 제로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부터 무탄소 전력망 인프라 투자로 방향을 잡는 다면 앞으로 10-20년간의 국제 시장에서의 한국의 경쟁력 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불확실성이다. 전 세계 무역 시장의 구조가 재편되는 시기에 한국 제조업의 탄소중립의 길은 원리적인 접근이 아닌 실용적이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