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지난 1월20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한국, 일본과 합의를 타결하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참가하지 않을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반대 뜻을 밝혔음에도 미국은 일방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발표했다. 다만 한국은 미국과 관세 협정에 따라 3천5백억 $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조선업에 배정하기로 한 1천5백 $를 제외한 2천억$는 사용처를 정하지 않았는데 이를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쓰겠다는 일방적 선언이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반대할 경우, 한미 정상이 합의한 관세율 인하를 환원할 수도 있어서 한국 정부 입장이 난감하다.
트럼프의 요구를 “황당한 요구", “막무가내", “강도질", “미친 요구" “타코"(TACO,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는 뜻의 신조어) 라고 치부하기에는 한국의 어려움이 예측된다. 트럼프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 공감과 분노의 동원에 능숙하다. 갈등을 조성하고 그 중심에 서는 전략을 쓴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의 철수 등 한국을 투자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한국을 희생양으로 쓸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국익을 유지하면서 트럼프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왜 트럼프가 알래스카주의 LNG 사업에 정치적 생명을 거는 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알래스카는 면적은 154만 ㎢로 남한의 15배나, 인구는 75만 명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주민은 백인이며, 원주민은 10% 정도다. 트럼프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집착하는 것은 75만 명의 복지를 위해서가 아니다. 알래스카가 트럼프의 정치적 생명줄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는 인구가 적어서 하원은 1명, 상원은 2명이 배정된다. 하원은 전체 439명이라서 영향력이 미미하나, 상원은 100중에 2명이기에 영향력이 크다. 특히 공화와 민주가 50대 50으로 양분된 상태에서는 절대적 변수다.
알래스카는 지금까지 남부 해안의 쿡인랫 지역의 가스생산에 의지해 왔는데, 가스전이 고갈되어 대체공급원이 필요한 상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부 가스전에서 남부 니키스키까지 1,300km의 가스관을 건설하고 액화 처리시설 등의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이다. 총사업비는 약 4백40억 $로 예상된다. 배증 된다 해도 한·미 간에 약속한 2천억 $ 범위 안에서 해결하면 되기에 문제가 없다. 영구동토층을 지나는 파이프라인 건설은 환경 파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극지방의 혹독한 기후로 공사 기간 연장 등이 예측되나, 이미 건설된 송유관을 따라 가면 되기에 기술적 문제는 없다. 다만, LNG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체 소비가 연간 3백만 톤에 불과해서, 생산량 2천만 톤의 판매처가 난제다. 판매처만 해결되면, 글렌파른, AGDC, 베이커휴즈 등 참여하고자 하는 미국 기업은 많다.
트럼프가 이 프로젝트에 동북아 3국인 한국, 일본, 대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는 지정학적 이점 때문이다. 3국은 모두 LNG 대량 수입국인데 알래스카와 가깝다. 대만은 기본 의향서를 통해 연간 6백만 톤의 LNG 구매와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일본은 1969년부터 알래스카 산 LNG를 수입해 왔으며, 5천5백억$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한국은 연간 5천만 톤의 LNG를 수입하기 때문에 알래스카산 LNG 구매에 문제가 없다. 다만, 한국이 알래스카산 LNG 사업에 참여한다면 인프라 건설을 포함해서 판로를 보장하는 그랜드 바겐을 예상한 시나리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알래스카산 LNG는 생산원가 면에서 불리하다. 그러나 물류비와 장기 확보 차원에서는 절대 유리하다. 철강·조선업계 입장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분명 기회 요소다. 트럼프의 타코 전술에 휘둘리지 않고 한국민의 국익을 최대한 살리는 묘책을 마련한다면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결코 한국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