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작년부터 120% 급등…시총 2500조 증가
기업실적 감안하면 코스피는 여전히 저평가 분석
“지배구조 개혁이 추가 상승의 핵심” 주장도
▲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이 2500조원 가까이 불어났음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를 감안했을 때 한국 증시의 역대급 상승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이후 두 배 이상 급등하며 밸류에이션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기업들의 이익 전망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지배적이다.
이에 월가에서는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주목하며 올해 코스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코스피 지수가 최대 75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이는 현 수준 대비 41% 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코스피는 전날 5301.69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초 2400대에서 전날 5300선을 넘어서며 약 120% 급등,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한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은 1조7000억달러(약 2483조원) 증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 결과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7배로 집계돼, 불과 1년 전 1배에도 못 미치던 수준에서 크게 개선됐다. 다만 일본 토픽스(1.9배), 중국 CSI300(1.8배), 대만 가권지수(3.3배), 미국 S&P500(5.5배) 등 주요국 증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감안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더욱 뚜렷하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동안 코스피 구성 종목들의 이익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일본 토픽스는 12%, 중국 CSI300은 약 24%의 이익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매튜스 아시아의 박소정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디스카운트가 일부 축소되긴 했지만 한국 증시는 여전히 상당한 밸류에이션 격차 속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본다"며 “강력한 실적 성장과 탄탄한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저평가 상태가 더욱 부각된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의 강세장을 주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마저 저평가됐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작년 이후 각각 세 배, 다섯 배 가량 급등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9배, SK하이닉스는 5.7배에 불과해 대만 TSMC(19배), 엔비디아(24배)와 비교하면 크게 낮다.
▲지난 10일 코스피는 5301.69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본격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세론자들은 상법 개정을 통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현실화되면 이번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13일 공청회를 연 뒤 이달 내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일정대로 진행될 경우 26일 본회의 상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피터 펀드 매니지먼트의 샘 콘래드 투자 매니저는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크게 올랐지만 PER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배당 성향을 높인다면 주가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30년간 한국 증시에 투자해왔던 미국 퍼스트이글 인벤스트먼트의 크리스티안 헤크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시 “일본과 유사한 개혁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완만한 디스카운트 상태에 있다"며 추가적인 정상화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한 바 있다.
한국 특유의 기업 집단인 재벌 총수 일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실질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FTSE러셀의 인드라니 데 글로벌 투자리서치 총괄은 “재벌 체제에서 형성된 복잡한 지배구조, 소극적인 소액주주 보호, 낮은 배당 성향 등이 고착화됐다"며 “투자자들은 정책 변화가 실제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를 보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조나단 파인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상속세 제도 개편을 결정적 변수로 꼽았다. 그는 “상속세를 시가가 아닌 순자산에 부과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이 사라질 것"이라며 “정부는 추진 중인 개혁이 실제로 이행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완전히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자본시장 개혁 5대 과제에 포함시킨 상황이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지금까지의 코스피 상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돼 있어 시장 전반으로 랠리가 확산될 여지도 충분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