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에게 보상하면 용적률 상향…조합·세입자 ‘윈윈’
부정수급 차단이 관건…수혜대상자 철저한 검증 필요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한달여가 흐른 지난 14일 현장 모습.
서울시가 재개발 구역에서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세입자들에게 손실을 보상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26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정책은 시 재정을 통한 단순 현금성 지원이 아니라 사업 시행자가 자발적으로 손실을 보상하면 그 대가로 용적률을 올려주는 인센티브 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원래 의도대로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정책 수혜 대상자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재개발 구역에서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는 주거 세입자·영업 세입자는 '구역지정 공람공고일' 이전부터 거주하거나 영업한 자로 한정된다. 공람공고일 이후에 전입했다면 법적으로 이주 보상 대상이 아니다.
사업 시행자가 법적 의무가 아니더라도 이들에게 손실보상을 실시하면 정비구역 상한 용적률 125% 범위 내에서 인센티브를 받는다. 추가 손실보상 금액만큼 환산부지 면적을 산정하고, 이를 상한 용적률 완화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법적 보상을 받는 세입자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한다. 추가 보상액은 법적 세입자가 받는 최대 금액 범위 내에서 거주·영업 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공람공고일 다음 날부터 사업시행인가 고시일까지 전체 기간 중 실제 거주 기간에 비례해 보상액을 산출한다. 또 사업 시행자 여건에 따라 법적 보상액의 일정 비율을 최저 기준을 정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정책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재훈 주거정비지원팀장은 “기존 세입자들은 주거이전비를 지원받거나 임대주택을 지원받아야 하는데 임대주택을 받는건 극히 일부"라며 “나가야 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도, 사업 속도를 높이고 싶은 조합 입장에서도 서로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정책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시는 인센티브 도입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정비계획 변경을 '경미한 변경'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용적률을 10% 초과 확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갈등완화·사업속도 제고 기대
용산 참사 이후 17년. 그동안 시는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조합·세입자·공무원 사전협의체를 구성해 원만한 이주 협의를 이끌어내도록 조정하거나, 겨울철에 강제철거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해 시행해왔다. 명도집행과정에서 무력충돌이 있지 않도록 현장에 안전지킴이를 파견하는 정책도 시행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이주 갈등과 명도분쟁을 완화해 사업 지연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강제 규제가 아닌 용적률 인센티브라는 경제적 유인 제공을 통해 자발적인 상생을 유도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권대중 한성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올려주는 용적률이 보통 3% 내외일 것이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며 “쫓겨나는 세입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를 담은 좋은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용적률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아 사업이 지연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세입자들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개포동 구룡마을 사례도 언급됐다. 지난달 16일 구룡마을 4·6지구 일대는 화재로 소실돼 폐허가 됐다. 구룡마을 일대 판잣집은 건축법상 '주택'이 아닌 '간이 공작물'로 분류돼 분양권 대상에서 제외됐다. 권 교수는 “추가 부담금을 내더라도 이런 사람들이 정책 수혜자가 된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세입자·현금청산자 주의해야…인허가권자의 철저한 조사 필요
지역별 형평성 우려 언급도
그러면서도 권 교수는 재개발 현장의 '가짜세입자'와 '조합과 현금청산자 간 담합'을 경고했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조합이 세입자에게 돈을 썼다는 증빙이 있어야 나온다. 조합장이 자기 지인이나 가짜 세입자를 명부에 올려놓고 비법적세입자로 둔갑시키는 경우 뒷돈을 챙길 수 있다. 권 교수는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조합이 세입자에게 보상을 해줬다는 근거를 철저히 조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인허가권자는 해당 세입자가 실제로 거기 살았던 사람이 맞는지, 억울하게 입주권이 없는 사람인지 전입세대 열람 등 서류를 전수조사해서 가짜를 걸러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재개발 구역에는 집주인이지만 입주권을 포기하고 현금을 받아 나가는 현금청산자들이 있다. 이들은 감정평가액에 따라 재산을 팔고 나가지만, 감정평가액이 예상보다 적을 때 보통 청산자는 조합을 상대로 토지보상금 소송을 한다.
이때 토지보상금 소송을 하는 대신 조합이 청산자에게 비법적세입자 자격으로 주거이전비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용적률을 상향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된다. 인허가권자의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하는 이유다.
지역별 형평성 문제에 있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같은 처지더라도 서울이 아닌 다른 지자체에 사는 세입자들은 손실보상을 받지 못했을 때 생기는 우려다. 이에 권 교수는 지자체별로 지역별 상황이나 자체 조례에 따라 용적률은 유연하게 조정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차후에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서울시와 다른 지자체간 통일적인 보상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는 “지자체에서 조례를 지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국토부 차원에서 통일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며 “도시계획 차원에서도 정부와 지자체 간 합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