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 ‘단기 쇼크’냐 ‘장기 고착’이냐...‘3高 고착화’ 실물 경기 하강 불가피[미-이란 전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04 16:20

유가 100달러 고착 시 증시 20% 추가 조정 전망

중기로 전환될 경우 유가와 곡물 가격 30% 이상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마비에 K-제조업 원가 비상

에너지 수입국·한국 등 주요국 GDP 하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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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중동(發)발 지정학적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다.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금융권 내부에서는 전쟁이 6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를 전제로 한 구조적 시나리오 점검이 병행되고 있다. 핵심은 유가와 환율의 '지속 시간'이다. 고유가가 2주를 넘어 구조화될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과 할인율 체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쟁의 결말보다 중요한 것은 보험·운임·통항(해협을 통과해 운송이 이뤄지는 행위) 정상화와 에너지 공급 복구 속도로 보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이번 사태를 단기 충격과 중장기 전이 가능성으로 나눠 금융시장 파급 경로를 재정렬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은 이미 현실화됐으며, 향후 2주간의 유가 흐름이 금융시장 방향성을 가를 핵심 분기점으로 지목된다.


유가 100달러 경계선…호르무즈와 보험이 변수

국제유가는 중동 전쟁 발발 후 빠르게 반응했다. 국제금융센터 분석에 의하면 전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4.56달러로 전일 대비 4.7% 상승했고, 중동 사태 이후 누적 상승률은 11.3%에 달한다. 장중 한때 77.98달러까지 급등하며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브렌트유 역시 82.02달러로 5.5% 상승했다. 유럽 천연가스(TTF)는 22%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 보호 방침을 밝히면서 상승폭은 일부 축소됐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통항의 '형식적 개방'이 아니라 '실질적 정상화' 여부에 쏠려 있다. 해협이 법적으로 봉쇄되지 않더라도 전쟁 위험 보험(War Risk Insurance) 커버가 축소되거나 보험료가 급등할 경우 선박 운항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물동량이 줄어들면 공급 차질은 통계보다 먼저 가격에 반영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LNG 해상 물동량의 약 21%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일부 산유국은 우회 파이프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나 전체 물동량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의 여유 생산능력도 제한적이다. 일부 외신은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은 해협 마비가 수주 이상 지속될 경우 저장시설 포화로 산유국들의 감산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싱크탱크인 브뤼겔(Bruegel) 역시 단기 갈등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이는 데 그치지만, 장기화될 경우 재고를 약화시키고 물류를 제약해 실물 충격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대신증권

▲출처=대신증권

대신증권은 사태가 단기 충격에 그칠 경우 유가 상승폭은 제한적이겠지만, 중기(6개월 이상) 시나리오로 전환될 경우 유가와 곡물 가격이 30% 이상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서 불가항력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고유가가 구조화될 수 있으며, 장기(1년 이상) 확전 시에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의 고유가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한 가격 급등이 아니라 글로벌 물가와 성장 경로를 동시에 흔드는 에너지 충격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이스라엘·친미 수니파 동맹과 시아파 동맹 간 전면전으로 확전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불가항력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라며 “이란 남부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제외하면 사실상 우회가 어렵고, 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 등은 운송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확전으로 해협의 불가항력 상태가 전략비축유(SPR) 재고 일수(약 3~5개월)를 넘어설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환율·금리 재상승 가능성…주식 20% 안팎 조정 우려

유가 상승은 곧바로 외환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99선을 상회했고, 원·달러 환율은 1490원대에 근접했다. 이날 0시 20분께에는 15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만이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를 지지한다. 문제는 고유가가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될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하고 통화정책 경로가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대를 재돌파했고,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신증권은 중기 시나리오에서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에 고착되고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가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이어질 경우 수입물가 압력이 확대되며 물가 재상승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영증권은 유가 상승이 1~2주를 넘어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가 본격적으로 자극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 이벤트와 구조적 충격을 가르는 기준이 '지속 기간'이라는 의미다. 유가가 빠르게 안정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은 완화될 수 있지만, 보험료·운임이 높은 수준에 고착될 경우 시장의 할인율 체계는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은 현재 '단기 충격 소화'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사태가 6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고유가가 100달러에 근접하고 환율이 고착될 경우 기업 이익 추정치(EPS)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위험자산 할인율이 상승하면서 주식시장은 20% 안팎의 추가 조정을 겪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는 리스크를 고려할 필요는 있다"며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 축출에는 성공했으나 현실적으로는 그의 측근 세력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실권을 장악한 상태로 반격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유가 장기화 땐 아시아 성장 둔화 압력…한국도 '노출'

유가와 금융시장 변동성 문제를 넘어, 사태 장기화의 최종 종착지는 실물 경기다. 에너지 가격 충격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의 성장 경로 자체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일 모건스탠리 분석을 인용해 “아시아의 석유 의존 구조가 이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다시 부각됐다"고 전했다. 중동산 원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키운다는 진단이다.


모건스탠리는 태국, 한국, 대만, 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하방 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국가는 원유·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본토의 에너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8% 수준으로 비교적 완만한 반면, 한국과 대만 등은 더 넓은 석유·가스 적자 구조를 갖고 있어 충격 전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이 구조적으로 상향 조정될 경우 경상수지와 기업 마진, 소비 여력에 동시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큰 경제 구조상 원가 상승이 기업 실적 둔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생산자물가 전이→소비자물가 압력 확대라는 경로를 통해 실질 구매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가 빠르게 안정될 경우 단기 쇼크에 그치겠지만, 6개월 이상 고착될 경우 아시아 신흥국 전반의 성장률 하향 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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