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싱가포르 국빈 방문 “싱가포르 주택문제 없는 것 놀라워”
전문가, “공공 장기 임대주택은 대안 아냐” “보조금 도입은 고려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싱가포르 외교부 청사에 도착해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성남지사 시절부터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음에도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을 한국의 부동산 상황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 주목된다.
4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싱가포르 정부청사에서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을 만나 “싱가포르와 대한민국의 유사점 중에 하나는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며 “좁은 국토에서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으면서도 주택문제나 부동산 문제로 전혀 사회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2024년 외교부의 싱가포르 개황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 주택의 80% 이상이 공공아파트다. 싱가포르 공공아파트는 99년 임대 형태로 계약을 맺는만큼, 사실상 자가와 다름 없는 형태로 거래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싱가포르 주택 자가점유율은 2023년 기준 92.3%에 달한다. 법적으로 우리나라의 전세나 다주택 보유자 등의 주택 거주 형태는 없다.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성공요인은 복합적이지만 토지국유화, 중앙적립기금 활용을 통한 재정 해결, 그리고 정책일관성을 꼽을 수 있다.
싱가포르의 높은 공공주택 비율과 주택 자가점유율은 리콴유 총리 시절 마련한 토지수용법과 강력한 사회보장제도를 바탕으로 한다. 토지 국유화로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토지를 대량으로 확보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국유지 비율은 90%에 달한다.
토지 국유화 정책으로 주택을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기반은 마련했지만 주택을 올릴 재정이 충분치 않았다. 1960년대 당시 싱가포르 인구의 10% 미만이 자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고, 연간 1만4000채의 주택이 부족했다. 대규모로 슬럼화된 상가 주택, 파편화된 토지, 정비되지 않은 거리는 1959년 집권한 인민행동당(PAP)의 과제였다.
리콴유 총리는 재정문제를 '중앙적립기금(Central Provident Fund, CPF)'을 활용해 돌파했다. 중앙적립기금은 싱가포르의 기본적인 종합사회보장제도로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비슷하다. 강제저축을 통해 자조개념을 강조한 것이 유럽형 국가 복지주의와의 차이다.
원래 중앙적립기금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처럼 노후보장을 주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1968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이 기금을 주택 구입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월 원리금 상환액이 기금의 월 불입액에 해당하는 수준이므로 추가적 부담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주택은 공공임대아파트라는 이름 아래 자가 형태로 국민들이 거주하지만, 실질적 집주인은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을 한국에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 대통령은 타르만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성남시장 시절부터 싱가포르 주택정책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기지사로 지낼 때 장기 공공 임대 주택인 '기본주택'을 도입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 당시 경기지사는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서 경기도 기본주택과 같은 장기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중산층이 살만한 좋은 위치에 품질 높은 공공임대 주택이 공급돼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굳이 빚을 내 비싼 집을 살 필요도 없으며, 불필요한 투기나 공포 수요도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유사한 조건을 가진 싱가포르가 이미 증명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 장기 임대주택은 싱가포르 모델과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싱가포르 모델은 '토지 임대부 주택'"이라며 “국가 소유의 땅은 임대하고 건물만 파는 싱가포르 모델과 땅도 임대하고 건물도 임대하는 임대주택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목표는 '자가 소유'다. 반면 기본주택 같은 공공임대 확대 정책의 목표는 '집을 소유하지 않고도 충분한 주거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책 목표도, 구조도 다른 것이다.
두 나라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싱가포르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싱가포르의 '보조금 정책'은 필요하다는 전문가도 있다. 우리나라는 저리로 빌려줄테니 빚내서 집을 사라는 '대출 위주의 정책'이지만, 싱가포르는 다양한 종류의 보조금 정책으로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저소득 신혼부부나 첫 주택 구매자 등에게 소득 수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는 정책을 편다. 정부는 '추가주택자금지원(AHG: Additional Housing Grant)' 및 '특별주택자금지원(SHG: Special Housing Grant)' 제도를 통해 저·중소득 가구의 주택 구입을 지원한다.
정책적 일관성도 중요하다. 눈부신 경제성장과 안정적인 주택 정책을 편 리콴유 총리는 1959년부터 1990년까지 31년간 장기 집권했다. 그는 사회·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는 자가 소유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리콴유 총리는 “자가 소유는 시민에게 국가와 국가의 미래에 대한 지분을 주는 것"이라며 “모든 국민이 집을 소유한다면 나라가 더 안정될 것"이라고 믿었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반값 아파트나 공공주택 등이 싱가포르 모델을 일부 참조한 모델"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값 아파트는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등장한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아이디어를 활용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시장중심 주택정책이나 보금자리 주택 중심 공급 등 정책 기조의 변화로 대량 공급으로 이어지지 못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