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공미사일 천궁-II, UAE서 이란 미사일·드론 96% 요격
美패트리엇과 대등한 정밀도…사우디·이라크 등 구매 요청
경공격기 FA-50도 필리핀·태국서 위용…지난해 추가 수출
자주포 K-9, K-2 전차, 우크라 전장서 사격능력 러시아 압도
군사전문가 “수출 다변화, MRO 체계화로 글로벌 빅4 진입”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 현장에 전시된 현대로템 K-2PL 전차 실물·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A1 자주곡사포 모형(상단)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KF-21 보라매 전투기·LIG넥스원 천궁 실물. 사진=박규빈 기자
국제사회의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 등에서 보듯 오늘날 전장(戰場)이 첨단기술 경연장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방위시장에서 주변국에 머물러 있던 대한민국 방위산업(K-방산)이 전 세계 자유민주 진영의 핵심적인 병참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2024~2025년을 거치며 과거 가성비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난 K-방산이 이제 전 세계 격전지에서 증명된 압도적인 실전기록(Track Record)을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시장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천궁-II, 미-이란 전쟁서 요격기술 입증…“성능은 패트리엇, 가격은 3분의 1"
K-방산의 새로운 전성기를 상징하는 장면은 올해 초 중동의 밤하늘에서 연출됐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 초기에 미국 공습에 맞서 이란군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겨냥해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했지만 우리 기업 LIG넥스원·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인 '천궁-II(KM-SAM 블록 2)'가 사상 첫 실전에 투입돼 경이로운 '방공망 성과'를 올린 것이다.
지난달 28일 이란이 UAE 내 미군기지 및 주요 인프라를 향해 발사한 174발의 탄도미사일과 689대의 드론 공격 당시 알 다프라 기지 등에 배치된 천궁-II 포대가 즉각 가동됐다. 작전 결과, UAE 방공망의 핵심자산이었던 천궁-II는 개별 요격률 96%를 달성하며 적의 저가형 드론과 고성능 미사일 혼합공격인 '가랑비 전략'을 완벽하게 분쇄했다.
천궁-II는 '콜드 런칭(Cold Launch)' 방식으로 360도 전방위 방어를 수행했고 목표물에 직접 충돌하여 파괴하는 '직격 요격(Hit-to-Kill)' 기술을 통해 탄도 미사일의 탄두를 물리적으로 무력화했다. 이는 국산 유도 무기가 실제 탄도탄 교전에서 성공한 최초의 사례로, 미국 록히드 마틴의 패트리엇과 대등한 정밀도를 입증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실전에서의 압도적 성능을 목도한 UAE 정부는 즉각 요격미사일 재고 소진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 천궁-II 요격 미사일의 추가 지원 및 신규 구매를 긴급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기존 10개 포대 계약 물량 중 잔여분의 조기 인도를 촉구하고 있으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4조2000억 원)와 이라크(3조7000억 원) 등 주변 도입국들에도 한국산 무기에 강한 신뢰를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훈련기에서 실전 전투기로"…동남아 영공 수호하는 K-항공기
K-방산의 비상은 중동을 벗어난 지역의 하늘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FA-50 경공격기와 T-50 고등 훈련기는 동남아시아의 분쟁 지역에서 교육·훈련 자산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타격 자산으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분쟁 당시 태국 공군은 KAI의 T-50TH 골든 이글을 실전전투 임무에 전격 투입했다. AGM-65 매버릭 지대공 미사일과 스나이퍼 타격 포드를 장착한 T-50TH는 캄보디아 측 군사 목표물에 정밀폭격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저비용·고효율의 멀티롤 전투기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FA-50의 경우 지난해 필리핀 공군으로부터 추가 도입을 이끌어냈다. 이는 필리핀군이 현지 무장테러단체 ISIS(이슬람국가)과 2017년 마라위 전투를 수행하면서 필리핀 공군의 FA-50PH가 ISIS 추종세력을 소탕하는 시가전에서 정밀한 근접 항공 지원(CAS) 임무를 성공리에 이끈데 따른 것이었다.
필리핀 군 당국은 “FA-50의 굉음은 승리의 굉음"이라 극찬했고, 이런 신뢰가 2025년 추가 도입으로 이어졌다. 또한, 합동훈련 중 미공군의 F-22 랩터를 근접 교전에서 가상 격추했다는 기록은 FA-50의 우수한 기동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유럽 전장서 화력 과시 K-9 자주포·K-2 전차 '독보적 트랙 레코드'
유럽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 자주곡사포 시장 점유율 50%를 장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과 차세대 전차 시장의 강자 현대로템 K-2가 독보적인 트랙 레코드를 쌓고 있다.
폴란드가 지원한 AHS 크라프(Krab) 자주포는 K-9의 차체를 기반으로 제작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봄철 해빙기의 혹독한 진흙탕 지형인 라스푸티차에서도 탁월한 기동성을 보여주며 러시아 군을 압도하는 사격 능력을 증명했다.
지난해 9월 실시된 NATO(북대서양기구) 합동훈련인 '아이언 게이트'에서 K-9 자주포는 3만 명의 병력과 함께 참가해 미국의 에이브람스 전차와 완벽하게 정보를 공유하며 정밀화력을 뽐냈다. 이는 한국 무기가 NATO의 통합지휘체계인 JAGIC와 완벽하게 연동됨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밖에 노르웨이 동계시험 평가에서 K-2 전차는 영하 수십 도의 설상 지형 속에서 독일의 레오파르트 2A7을 성능 점수에서 앞질렀다. 비록 정치적 배경으로 최종선정이 무산됐지만 노르웨이 국방물자청은 공식 보고서에서 K-2의 우수성을 인정했고, 이는 폴란드의 대규모 도입 결정에 결정적 근거가 됐다.
상시대량생산 시스템·신속한 납기·현지화 전략 등 '게임체인저' 잠재력
호주 육군의 차세대 장갑차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AS21 레드백(Redback)은 K-방산이 5세대 기갑 기술의 정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복합소재 고무 궤도를 통한 소음·진동 감소와 '아이언 피스트' 능동보호 체계 등은 기존 서방제 무기를 뛰어넘는 기술력을 과시하며 약 7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K-방산의 급격한 성장은 단순히 제품의 성능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세계 유일의 상시 대량 생산 체계를 통한 신속한 납기, 파격적인 기술 이전과 현지화 전략은 한국을 독보적인 '대안 공급자'에서 '주요 파트너'로 변모시켰다.
여의도 증권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KAI·LIG넥스원 등 K-방산 4사의 올해 합산 매출이 4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수주 잔고도 합산 130조 원을 넘어서며 향후 4~5년 이상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K-방산이 진정한 '글로벌 빅4'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출 구조 다변화 △초격차 기술 유지 △MRO 서비스 체계화와 같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폴란드 등 특정국가와 포병 전력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미국·캐나다 등 북미시장과 잠수함·유도 무기 분야로 넓혀야 하고, 인공지능(AI) 무인체계·드론 워리어 등 미래 전장 환경에 맞춘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아울러 수출무기에 대한 장기적인 유지·보수·정비(MRO) 인프라를 구축해 고객국가와 신뢰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조언도 전문가들은 빠트리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