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코스피 베팅”...글로벌 자금은 ‘유가 100달러’에 촉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08 12:29

코스피 흔들리자 개인 ‘빚투 매수’ 확대
마이너스통장 잔액 3년여 만에 최대

정기예금·요구불예금 자금 일부 증시 이동
외국인·글로벌 자금은 유가 리스크 주시

돈

▲증시가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자금 수요가 커지면서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어났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움직임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신용대출과 예금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자금을 빼고 있어 시장 내 투자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 주가급락에...대출 이어 '예금'도 증시로 이동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사용 잔액은 이달 5일 기준 40조72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월 말보다 약 1조3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실제 영업일 기준으로는 사흘 만에 대출이 급증한 셈이다.


현재 잔액 규모는 2022년 12월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가 속도 역시 이례적으로 빠른 편이다. 월간 기준 증가폭과 비교해도 최근 상승세는 과거 '영끌·빚투' 열풍이 거셌던 시기 이후 가장 가파른 흐름으로 평가된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한동안 감소세를 보이며 2023년 이후 30조원대에서 움직여 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부 자금이 신용대출로 이동한 데다 국내외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에는 중동 리스크로 증시가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자금 수요가 커지면서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실제로 주가 급락 당시 은행에서 증권사 계좌로 이동한 자금 규모가 하루 수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 흐름과도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이달 5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약 610조원으로, 2월 말보다 소폭 감소했다. 반면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합친 전체 신용대출 잔액은 닷새 만에 약 1조4000억원 증가했다.



예금에서도 투자 자금 이동이 감지된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약 2조8000억원 줄었고, 요구불예금에서도 8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금융권에서는 일부 자금이 증시 투자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외국인 자금 이탈...“리스크 과소 평가" 경고도

코스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은 오히려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번 주 글로벌 펀드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시장 주식을 약 110억달러어치 순매도했다.


국가별로 보면 대만에서 약 79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이 나타났고 한국과 인도에서도 각각 16억달러, 13억달러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중동 갈등이 확대되면서 기존 투자 환경에 대한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게리 탄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그동안 달러 약세와 안정적인 물가 흐름을 전제로 아시아 주식 비중을 확대해 왔지만, 이란 사태 격화로 이런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 심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과,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키울 가능성을 동시에 재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시장 역시 긴장 상태다. 미국 정부는 필요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해군 호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 여파로 생산 중단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막힐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중개업체 경영진들 역시 해협 봉쇄 장기화 가능성을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같은 변수는 국내 증시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다니엘 블레이크 전략가 등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방어적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경제가 여전히 중동산 원유와 정제유,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 공급 차질 위험을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JP모건 수석 전략가 출신인 마르코 콜라노비치 역시 최근 국제유가 상승 흐름과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WY)의 움직임을 언급하며 향후 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자금 이동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재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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