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도 웃지 못하는 국제금값…올 연말 6000달러 찍을까 [머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14 12:04

美·이란 전쟁 후 금값 3.5% 추락
“金, 지정학 위기 수혜 못받아”
국제유가 폭등하면 추가 매도 가능성
JP모건 “그래도 6300달러 간다”

UAE GOLD MARKET

▲골드바(사진=EPA/연합)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2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금값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한 채 횡보 흐름을 이어가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국제 금 4월물 선물 가격은 온스당 5061.7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써 금값은 2주 연속 하락 흐름을 이어가게 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긴 하락 기간이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현실화하며 지정학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자 금값은 전쟁 발발 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2일 장중 온스당 5434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상승 동력이 약해지며 가격 상단이 점차 낮아지자 5000달러선 지지 여부가 다시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국제금값은 전쟁 이후 3.5% 가량 하락했다.



특히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금값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 금융시장 불안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의 자금은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값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달러 강세와 미 국채금리 상승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CNBC에 따르면 귀금속 전문 매체 메탈스 데일리의 로스 노먼 최고경영자(CEO)는 국제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초래하고, 이에 따라 중앙은행들이 물가 충격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기준금리를 더 높게 유지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금과 같은 무이자 자산의 투자 매력도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6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현재 76.2%로 반영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해당 확률은 31% 수준에 그치며 6월 금리 인하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었다. 또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하될 확률은 40.3%로 동결 확률(39.1%)과 비슷한 수준이다.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차기 의장으로 취임하더라도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동결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 달러화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선물은 이날 100.36에 마감해 100선을 재탈환했다. 달러인덱스가 100선을 웃돈 것은 지난해 11월 25일 이후 처음이다. 금은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져 수요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도 전쟁 이후 연 3.92% 수준에서 현재 4.29%까지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 코메르츠방크 리서치의 바바라 람브레히트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금 가격은 이번 지정학적 위기의 수혜를 계속 받지 못하고 있다"며 “유가와 가스 가격이 다시 크게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도 커지고 있으며 중앙은행들이 이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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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 간 국제금값 추이(사진=네이버금융)

귀금속 전문 매체 킷코는 전쟁 장기화 가능성 속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향후 일주일 동안 이란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조기에 전쟁을 끝내기보다는 파상 공세를 통해 이란의 저항 능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역시 미국과 동맹국을 향한 공격을 계속하겠다며 “유가 200달러를 각오하라"고 경고한 상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2.7% 상승한 배럴당 103.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2년 7월 말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약 42% 급등했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배럴당 98.71달러를 기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을 경우 세계 경제가 완만한 경기침체에 진입하는 임계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유가가 이란이 경고한 대로 극단적인 수준인 200달러에 도달할 경우 수요 파괴와 이에 따른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킷코는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질 경우 시장 전반에 유동성 경색이 발생해 금을 포함한 모든 자산이 매도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투자사 알 람즈의 아메르 할라위 리서치 총괄 역시 “유동성 경색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어떤 자산이 적절한지 다시 판단할 때까지 모든 자산이 매도될 수 있다"며 “전통적으로 큰 충격이 발생하면 금조차도 일시적으로 매도됐다가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CNBC에 말했다.


그동안 금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노먼 CEO는 “최근 몇 달 동안 매우 큰 상승 움직임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 금과 은의 가격 움직임이 다소 밋밋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 가격의 변동성이 이례적으로 커지면서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금 보유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단기적인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금값 전망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JP모건은 금 가격이 올해 말까지 온스당 63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도이체뱅크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말 금 가격 목표치를 온스당 6000달러로 유지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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