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라” 말 대신 SNS…관가 흔드는 李 대통령 한 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22 06:00

지난 한달 간 총 9건 ‘리포스트’
금융위, 7일 만에 조회수 170만 건
“경제·금융 분야 메시지 강도 높아”

발언 듣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각 부처 장관들의 정책 성과를 직접 부각시키는 '리포스트(repost) 정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성과를 공개적으로 평가하고 정책 추진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fh 부처에는 확실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22일 본지가 이 대통령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한달 간 총 9건의 부처 장관 등을 상대로 한 '리포스트'가 확인됐다.


날짜별로 보면 ▲지난달 24일 김민석 국무총리·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지난달 25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지난달 26일 구 부총리 ▲7일 하정우 수석 ▲9일 조현 외교부 장관 ▲1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14일 이금융위원장 ▲19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등이다. 정책 분야별로 보면 경제·금융과 AI·산업 분야가 각각 4건, 2건으로 가장 많은 대통령 지원사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금융 분야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 강도가 가장 높았다. 이 대통령은 구 부총리에 대해 지난달 26일 “규칙을 어겨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되고, 규칙을 지키는 것이 손실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언급하며 물가 및 시장 관리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원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별도 코멘트 없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보완, 고배당기업 분리과세 도입, AI 데이터 비용 세액공제 확대 등 세제 개편 방향을 담은 내용을 올렸다. 이는 정책 방향에 대한 '무언의 승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에도 금융위원회의 '주가조작 신고 포상제' 확대 방침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힘을 실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포상금을 상한 없이 부당이득의 최대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이 대통령은 해당 글을 리트윗하며 “이억원 위원장님 잘하셨습니다. 이제 주가조작 신고 시 수십억, 수백억 원을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직접 홍보에 힘입어 해당 게시물은 리트윗을 포함해 게시 7일 만에 조회수 170만 여건을 기록했으며,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도 “역대 홍보 콘텐츠 중 가장 높은 반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구윤철 부총리에게 질문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교 분야의 경우, 재외국민 보호 성과에 대해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조현 외교부 장관의 SNS 글을 리트윗하며 “외교부 잘하고 있다. 누구보다 빠르게, 안전하게"라고 평가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출발한 전세기가 중동 체류 우리 국민 등 206명을 태우고 무사히 귀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이 대통령은 중동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 안전"이라며 “현지 체류 국민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필요 시 우방국과 공조해 신속하고 안전한 철수 계획을 마련·실행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조 장관이 15일 군 수송기를 통해 추가로 204명을 귀국시켰다고 밝히자, 이 대통령은 SNS에 “기쁜 소식"이라고 재차 리트윗하며 대응 성과를 직접 강조했다.



민생 분야에서는 국민 체감도가 높은 물가 안정 성과에 대통령이 즉각 힘을 실었다. 19일에는 식용유와 라면에 이어 제과류·양산빵·빙과류 가격 인하 소식을 알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게시물을 리포스트하며 “이런 성과들이 쌓이면 악명 높은 대한민국 고물가도 많이 시정될 것"이라고 적었다.


송 장관은 해당 글에서 “4월 출고분부터 제과류는 2.9~5.6%, 양산빵은 5.4~6%, 빙과류는 8.2~13.4% 가격이 인하될 예정"이라며 기업들의 가격 인하 동참을 설명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열심히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아주 잘 하고 있다. 화이팅!"이라고 덧붙이며 유관 부처까지 함께 격려했다.


AI와 산업 분야는 미래 전략 측면에서 집중 지원이 이뤄졌다. 지난 7일 하정우 수석에 대해 “열정과 실력, 그리고 시대와 국민에 대한 충심을 믿는다"고 평가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관련 게시물 역시 코멘트 없이 리포스트됐지만, 산업 정책과 현장 소통 행보를 대통령이 직접 공유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SNS '지원사격'이 부처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부처나 인물에게 힘을 몰아주기보다는 경쟁 구도를 형성해 성과를 끌어내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괜찮은 인물을 발탁해 기회를 주고, 그 성과를 국민 평가에 맡기는 것이 대통령 역할이라는 소신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 SNS에 이름이 오르면 성과를 입증해야 하고, 빠지면 뒤처졌다는 인식이 생긴다"며 “이런 분위기가 부처 간 경쟁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SNS에 한 번 올라가면 해당 부처 내부에서도 '속도 내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며 “공식 지시보다 더 빠르게 전달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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