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수면장애 환자에게 분할수면은 약인가 독인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24 18:40
문상현 슬찬한방병원장

▲문상현 슬찬한방병원장

대한수면학회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약 20~30%가 만성 수면 문제를 경험하고 있으며, 수면장애 진료 인원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일주기리듬 수면장애 등 다양한 형태의 수면 문제는 심혈관 질환, 당뇨, 우울증, 비만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런 상황에서 '잠을 두 번 이상으로 나눠 자는' 분할수면이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는 '이분할수면'으로, 밤에 주된 수면을 취하고 낮에 짧은 낮잠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수면장애, 특히 불면증 환자에게 분할수면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면 압력'의 개념이 중요하다.



인간의 뇌는 깨어 있는 동안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을 축적한다. 이 아데노신이 충분히 쌓여야 잠이 온다. 낮잠을 자면 아데노신이 일부 소모되어 밤의 수면 압력이 낮아지고, 불면증 환자의 경우 이미 낮은 수면 압력이 더 떨어져 밤에 더 잠들기 어려워질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경우 한 번의 긴 수면에서도 지속적인 산소 저하와 수면 분절이 일어난다. 반면 과수면증이나 교대근무 장애, 시차적응 문제를 가진 사람에게는 전략적 분할수면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이 분할수면(특히 낮잠 추가)을 시도한다면 다음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나, 낮잠은 20~30분을 넘기지 않는다. 둘, 낮잠 시각은 오후 1~3시 사이가 적절하다. 셋, 야간 주 수면 시간을 줄이지 않는다. 넷, 수면 시간이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다섯, 2~4주 적응 기간을 갖는다.



한의학은 수면을 음양의 순환과 오장육부의 균형이라는 틀로 바라본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수면장애와 분할수면의 의미를 함께 살펴보면 통합적인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 수면은 양기가 음분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낮에는 양기가 외부로 활동하고, 밤이 되면 음기가 주도하면서 양기가 내부로 수렴되어 잠이 든다. 이 음양의 교체가 원활하지 않으면 불면, 다몽(多夢), 조각잠 등의 수면 문제가 생긴다.


흥미롭게도 분할수면의 '첫 번째 잠'과 '두 번째 잠' 사이의 각성 시간은 한의학의 자시(子時, 밤 11시~새벽 1시) 전후와 맞닿는다. 자시는 음기가 극에 달해 양기로 전환되는 시각으로, 이 시간대의 짧은 각성은 음양 교체의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다고 한의학계 일부에서는 해석한다.


한의학은 수면장애를 단일 질환이 아닌 체질과 변증(辨證)에 따라 구분한다. 심비양허형은 걱정이 많고 쉽게 피로하며 잠이 얕은 경우, 심신불교형은 가슴이 답답하고 발바닥이 뜨거우며 잠을 못 이루는 경우, 간기울결형은 스트레스·분노·억울함이 원인인 경우, 담열내요형은 기름진 음식과 과식으로 비위에 열이 쌓인 경우를 말한다.



침 치료는 자율신경계 균형을 조절하고 세로토닌·멜라토닌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수면 관련 주요 혈자리로는 안면(귀 뒤쪽), 신문(손목 내측), 삼음교(발목 내측), 백회(정수리) 등이 많이 활용된다. 뜸 치료는 복부의 중완, 기해, 관원 등에 시술하여 신체 전반의 양기를 보강하고 체온 조절을 통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한의학에서는 오후의 짧은 낮잠을 '오수(午睡)' 또는 '자오공(子午功)'이라 부르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정오(낮 11시~오후 1시)는 심(心)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시간으로, 이 시간 전후의 짧은 휴식은 심화(心火)를 식히고 음기를 보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다만 한의학에서도 낮잠이 지나치면 오히려 무기력과 소화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현대 수면과학이 30분 이상 낮잠을 경계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글=슬찬한방병원 문상현 병원장



박효순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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