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5개월, 거래 절벽
ETF 대비 확연한 단점
아쉬운 도입 시점 문제
▲/제미나이
공모펀드 상장클래스가 시행 5개월이 지나도록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공모펀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상장 거래를 열어줬지만, ETF 등에 비해 시장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상장돼 거래가 가능한 공모펀드는 대신KOSPI200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과 유진챔피언중단기크레딧증권투자신탁 2개다. 두 상품의 순자산 규모는 각각 188억원과 106억원으로 상장 종목 통상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턱없이 소소하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는 ETF 종목이 1081개(누적 거래대금 약 920조원)를 기록하며 연일 규모가 커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장클래스 도입 당시 금융위원회는 공모펀드의 투자 기피 요인이었던 거래 접근성과 편리성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개인투자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전문투자 인력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모펀드 상장클래스가 시장의 외면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ETF 대비 명확한 단점이다. ETF는 결제 주기가 1영업일 뒤다. 그러나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는 장중에 환매 신청 시 2영업일 뒤, 장 마감 후에 환매 신청 시 3영업일 뒤에 결제가 이뤄진다.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는 환매가 일주일 걸리는 경우도 있다. 반면 ETF는 실시간 거래 가능하다.
펀드 선택 과정에서 투자자가 이해해야할 것이 많은 것도 단점이다. 운용사의 투자 대상, 투자전략, 투자 철학 등에 대해 투자자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운용보수율도 공모펀드가 ETF보다 높다. 투자자가 ETF 대비 공모펀드 상장클래스에 별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원인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공모펀드 상장클래스를 취급할 유인이 크지 않다. ETF와 달리 하루 거래대금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잔고 역시 마찬가지다. 수수료와 운용 보수 측면에서 공모펀드 상장클래스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큰 매리트가 없다.
공모펀드 상장클래스의 경쟁 대상은 ETF만이 아니다.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상장지수채권(ETN) 역시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된다. 기초지수 수익률을 보장하면서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거래되는 ETN 종목 수는 389개로, 상장 거래되는 공모펀드 개수를 크게 앞선다.
도입 시기 역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ETF가 투자자 수요를 충족하기 전 공모펀드를 상장했더라면 경쟁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상장된 공모펀드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장수용성을 높이려면 추가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분산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ETF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굳이 공모펀드 상장클래스를 담을 이유가 없다"며 “차라리 ETF가 없었을 때 공모펀드를 상장시켰으면 실익이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지난 2024년 11월 금융위원회는 일반 공모펀드의 상장클래스 신설을 비롯한 34개 혁신 금융서비스를 신규로 지정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같은해 1월 발표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의 정책 발표 후속형 샌드박스다. 공모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판매수수료·판매보수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하면서 주식·ETF처럼 편리하게 매매하는 방식을 투자자에 제공하려는 정책 취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