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한동훈’ 연대까지…김부겸 30일 등판 예고
‘공천=당선’ 대구 30년 공식 바뀔까…“민심은 싸늘”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장동혁 대표와 지역 국회의원의 비공개 연석회의에서 주호영 의원이 장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두고 국민의힘 '철옹성' 대구에서 예상치 못한 내분이 벌어지고 있다.
장동혁 대표 체제 아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한 컷오프 결정이 6선 중진 주호영 부의장의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면서다. 일각에서는 “대구시장 선거가 국민의힘 대 민주당 싸움이 아니라, '장동혁 대 주호영'의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오는 30일 대구시장 출마 여부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대구 서구 두류네거리에 선거사무실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공천 싸움으로 당이 흔들리는 판에 김 전 총리까지 나오면 대구 표심을 어떻게 잡겠느냐"며 “지금 대구 민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싸늘하다"고 했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대구에서 국민의힘 내전에 민주당 유력 후보까지 가세하는 구도는 전례가 없다"며 “누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되든 사상 첫 민주당 대구시장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대구의 30년 공식이 이번에 처음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여론조사 결과까지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영남일보·리얼미터가 지난 25일 발표한 조사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 8명 전원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모두 앞섰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의 양자 대결에서는 47% 대 40.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지만, 주호영 의원과는 7.1%포인트(p), 추경호 의원과는 9.9%p 격차로 오차범위 밖에서 우위를 보였다. 윤재옥·최은석·유영하 의원 등 나머지 후보들과는 15%p 안팎의 격차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숨기고 싶은 국힘"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구 텃밭에서조차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빨간 점퍼 대신 흰 점퍼를 입고 다니는 장면이 잇따라 포착됐다. 추경호 의원은 22일 대구 달성공원 새벽시장을 찾을 때 흰 점퍼에 빨간 목도리만 매었고, 주 부의장도 같은 날 대구 반월당 일대에서 흰 점퍼만 걸친 채 시민들과 만났다.
지방선거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빨간 점퍼 대신 흰 점퍼로 당색을 지우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구에서까지 빨간 점퍼를 못 입겠다는 건 당색을 지우고 싶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공천 파동이 지지층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주 부의장의 탈당·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국민의힘의 내홍은 한층 증폭되고 있다. 주 부의장은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다음 날 심문기일이 잡혔다. 주 부의장 측은 “위헌·위법한 당의 행위에 경적을 울려야 한다는 것이 지금 입장"이라면서도 “무소속 출마 등 나머지 행보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공석이 되는 대구 수성갑 보궐선거에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뛰어드는 이른바 '주한(주호영·한동훈) 연대'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친한계를 중심으로 '기각 시 탈당·무소속 출마 가능성'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 전 대표는 “주 의원은 제가 주장하는 보수 재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씀했다"며 “우리는 이미 연대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과 쇄신 보수를 기치로 내건 두 사람을 축으로 한 '반장동혁 전선'이 대구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6·3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광역단체장 후보 면접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내에서는 '추진(추경호·이진숙) 연대설'도 제기되고 있다. 선두권이었던 이 전 위원장이 컷오프되면서 추경호 의원의 경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 지역구인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 전 위원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컷오프 철회를 재차 요구하면서도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 “당의 요청을 받는다면 그 순간부터 생각해보겠다"며 여지를 뒀다.
다만 보수 표심 분산이라는 걸림돌은 크다.
TK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보수 표가 쪼개지면 민주당 후보에게 어부지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선거 연대가 최종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주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포기하더라도 지방선거 이후 한 전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주 의원이 이번에 출마를 안 하더라도 장동혁 체제에 맞선 보수 재편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국민의힘이 자초한 위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민의힘은 후보만 내면 무조건 찍히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보수 정체성이 25%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빨간 점퍼를 벗는 건 당에 대한 부끄러움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고, 나만이라도 장동혁 체제와 거리를 두겠다는 절박함이 흰 점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희준 정치 컨설턴트는 “대구 부동층은 선거 때가 되면 거의 다 국민의힘으로 돌아가는 표"라며 “주호영 전 부의장도, 한동훈 전 대표도 그걸 알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당원 구성이 윤석열 중심의 종교 보수 성격으로 바뀌면서 지방선거 참패도 실패가 아닌 시련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며 “실패를 인정해야 변화와 혁신이 생기는데, 그걸 실패로 보지 않으니 체제가 바뀌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