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연장 막히자 다주택자 보유 부담↑
상환·매각 선택 압박 커져
‘고가 아파트’ 가격 하방 압력 커질 가능성
매물 유도 기대...시장선 “효과 제한” 시각도
▲오는 17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및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버티기 전략'을 정면으로 겨냥한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들자 시장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만기 연장을 제한해 보유 부담을 높이겠다는 정책 방향이 구체화되면서, 매물 출회 가능성과 가격 흐름 변화를 둘러싼 해석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대출에 기대 버텨온 다주택자들의 선택 폭이 좁아지면서 실제 시장에서 '매물 증가'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원회는 1일 관계부처와 함께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17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및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동안 대출을 연장하거나 갈아타며 주택을 유지해 온 다주택자들은 만기 시점에 상환 압박이 커지거나 매각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당국은 이같은 조치가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는 직접적인 장치로 작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만기 일시상환 방식의 다주택자 주담대는 약 1만7000가구, 4조원 규모이며 이 중 상당 물량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대출 연장이 막히면 일부 차주는 보유 주택을 줄이거나 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시장에서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절세 목적의 급매물이 늘고 있지만, 유예 조치가 끝나는 5월 이후에는 다시 매물이 잠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이러한 '매물 공백'을 최소화하고 공급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기존 보유자의 레버리지 유지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매물 증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울 강남권 등에서는 만기 연장 제한이 매각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고가 아파트 중심의 공급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동시에 가계부채를 장기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로드맵까지 포함된 만큼,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하방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총량 관리 강화, 정책대출 축소, 주택담보대출 별도 관리 목표 설정 등도 유동성 축소 요인으로 꼽힌다. 대출 문턱이 높아질수록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고, 이는 결국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우회 자금 조달 경로까지 차단한 점도 눈에 띈다. 금융당국은 사업자 대출이나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을 활용한 주택 매수 방식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초고가 주택 거래에서 활용되던 자금 조달 수단이 제한되면, 고가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가격 조정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모든 다주택자가 동일한 압박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과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주택을 매입한 경우 대출 의존도가 낮아 상환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전세 보증금을 높여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하며 보유를 지속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대차 시장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매매시장에서는 안정 효과가 기대되지만, 다주택자들이 공급하던 전세 물량이 줄어들 경우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국이 기존 임대차 계약이 유지되는 경우 만기 연장을 예외적으로 허용했지만, 이는 단기적인 완충 장치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조치도 포함됐다. 무주택자가 연말까지 해당 주택을 매수할 경우, 기존 임차인의 계약 종료 시점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 사실상 제한적 갭투자를 허용했다. 반면 10억~15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 시장은 대출 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실수요 중심의 거래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번 대책을 두고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의 보유 부담을 높여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 동시에 유동성을 조이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세시장 불안과 일부 계층의 규제 회피 가능성 등 차주들의 대응에 따라 효과는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