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끝, 이제부턴 버티기”... 서울 집값, 전세난 등에 업고 반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4.03 15:10

2주 연속 상승폭 확대… 2주 새 매물 3% 급감하며 ‘수급 전환’ 신호탄
“남 주느니 자식 준다” 강남권 증여 2배 폭증… 매물 잠김 현상 심화
씨 마른 전세에 ‘매매 밀림’ 본격화… “부르는 게 값” 임차인 불안 고조

강남 아파트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다시 상승 폭을 키우면서 부동산 시장이 반등 국면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급매물 소화와 매물 감소, 전세시장 불안이 맞물리며 수급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부동산업계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2% 상승해 전주(0.06%) 대비 상승폭이 두 배로 확대됐다. 2주 연속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1월 말 이후 둔화하던 흐름이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반등이 아닌 수급 전환의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성북·서대문·강서구 등 강북권과 외곽 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했고,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과 금천·관악·구로 등 '금관구'를 중심으로 거래가 집중됐다.



반면 강남권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서초(-0.02%)와 송파(-0.01%)는 낙폭을 줄이며 보합권에 근접했고, 용산·동작(각 0.04%)은 상승 전환했다. 강동구도 보합으로 돌아섰다. 다만 강남구(-0.22%)는 하락폭이 확대되며 지역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 반등의 배경에는 매물 감소가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지난달 21일 8만80건에서 최근 7만7000건대 수준으로 줄었다. 약 2주 만에 3% 이상 감소한 수치다.



“세금 내느니 자식 준다" 강남권 증여 폭발, 매물 잠김 심화

특히 강남구를 비롯해 노원·강서·중랑 등 외곽 지역까지 매물이 동반 감소하며 시장 전반에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출회됐던 다주택자 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에 맞춰 '무조건 팔아달라'는 다주택자 매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급매물이 대부분 거래로 소화됐다"며 “지금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다시 올리거나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세금을 내고 파느니 차라리 증여를 하거나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수·매도 심리 역시 변화하고 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강남은 실수요층이 두터워 매물이 줄면 대기 수요가 바로 반응한다"며 “최근에는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싸움'에서 주도권이 집주인 쪽으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강남권에 국한되지 않고 외곽 지역으로도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동작구의 중개업자는 “강남이 움직이면 노원이나 강서 등 외곽 지역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그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며 “양도세 이슈로 나왔던 매물들이 정리되면서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 자체가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매물 가뭄'이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21주만에 최저

▲서울 잠실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유리 벽에 부동산 관련 세금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거래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901건으로 1년 전(514건)보다 증가했다. 특히 강남구(87건)는 전년 대비 2.1배 늘었고, 서초구(62건)와 송파구(56건)도 각각 1.9배, 1.6배 증가했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양도세 부담을 감수하고 급매로 던지느니 차라리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며 “강남 집주인들은 기본적으로 버티는 성향이 강해 '남 주느니 자식 준다'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상담하던 매물 10건 중 2~3건은 결국 증여로 돌리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인다"며 “특히 서초·송파 등에서는 전셋값 상승과 맞물려 채무를 포함한 '부담부증여'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다주택자 매물 출회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나타났던 매물 증가 흐름은 둔화되고, 향후 '매물 잠김' 현상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 밀어 올리는 구조… 입주 물량 감소가 기폭제

이번 반등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전세시장이다.


서울 전셋값은 올해 들어 누적 1% 이상 상승하며 지난해보다 상승폭이 확대됐고, 전세 물량은 연초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물량 감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약 2만7000가구로, 지난해의 6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전세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르자 일부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실거주 의무 강화와 갭투자 제한 등 정책 변화 역시 매매 전환을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전세를 구하지 못해 매매로 이동하는 '전세 밀림 수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전세 품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무주택자는 “전세 매물이 거의 없어지면서 전세난이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전세를 구하지 못하면 매매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인들 말 들어보면, 대단지 아파트인데도 전세 매물이 거의 없고, 나오면 바로 계약이 되는 분위기"라며 “예전에는 고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물건 자체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분상제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가 줄어들면 갭투자자들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세 매물이 워낙 귀해지면서 전셋값이 오히려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 가능한 물건이 희귀해지다 보니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이고, 결국 부담은 실수요 임차인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전세난은 이미 예견된 미래'라는 인식 속에 매매 전환을 고민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상승 흐름이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재명 정부가 보유세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등 추가 규제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세제와 금융 정책 변화가 시장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양도세·보유세 등 세제 정책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수준에 따라 매도·매수 심리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리스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강남권 매물 변화는 세제 중심 정책의 '반짝 효과'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매물이 늘었지만, 결국 급매물은 빠르게 소화됐고 이후에는 오히려 매물 잠김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주택자 규제 영향력도 점차 약화되는 흐름"이라며 “과거처럼 세금 부담만으로 매도 결정을 유도하기 어려워졌고, 증여나 장기 보유 등 대체 전략이 늘어나면서 시장 반응이 분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강남권에서는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거나, 가격을 낮추기보다 관망하는 '버티기'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혜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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