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수출 넘어 글로벌 전략거점 역할 강화
한국지엠, 대규모 투자 집행 소형 SUV 집중
KGM, SUV·픽업 앞세워 유럽·중남미 공략
르노코리아, 중대형 SUV 개발·생산 주력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중견 완성차 3사인 한국지엠, KG모빌리티(KGM), 르노코리아가 수출을 기반으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단순 수출을 넘어 특정 차종의 개발과 생산까지 담당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거점 역할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완성차 3사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트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며 성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지난달 실적을 보면 한국지엠은 수출 5만304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6.2% 증가했다. 르노코리아 역시 2366대를 수출해 전년 대비 10.6% 늘었다.
KGM은 수출이 5422대로 전년보다 13.6% 감소했지만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확대하며 향후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중견 완성차 3사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한 차종 전략과 수출 확대를 통해 '수출 허브'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최근까지 한국 시장 철수설에 휘말렸던 한국지엠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내 사업장을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지엠의 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는 제품 경쟁력 강화와 공장 설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한국 사업장에 총 6억달러(약 8800억원)를 투자한다. 이번 투자는 생산 설비 고도화와 안전 인프라 확충, 작업 환경 개선, 운영 효율성 향상 등에 집중될 예정이다.
총 투자금액 중 3억달러는 신규 프레스 설비 도입을 포함한 생산시설 현대화에 나머지 3억달러는 소형 SUV 생산공장의 성능 개선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입된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지엠 사장은 “이번 투자는 한국에서 개발·생산되는 글로벌 차량의 성공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의지"라며 “한국 사업장 운영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지엠이 개발·생산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북미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최근 3년 연속 한국 승용차 수출 1위를 기록했으며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승용차 수출 상위 5위권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KGM은 토레스와 액티언, 무쏘 등 SUV와 픽업트럭 라인업을 앞세워 유럽과 중남미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에는 유럽 판매 법인이 있는 독일에서 대규모 딜러 콘퍼런스를 열고 현지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유럽 시장은 KGM의 최대 수출 지역으로 지난해 2만2496대를 수출해 전체 물량의 32%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튀르키예가 1만3337대로 가장 많고 헝가리(9508대)와 독일(6213대)이 뒤를 잇는다. 과거 쌍용 시절부터 축적해 온 SUV 개발·생산 노하우가 해외 시장 확대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비야디(BYD), 체리자동차 등 해외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전기차 등 차세대 SUV 경쟁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기술 고도화를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협업도 추진 중이다.
르노코리아는 부산공장을 앞세워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7000대 이상이 해외로 공급된 그랑 콜레오스에 이어 지난달 출시된 준대형 세그먼트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필랑트까지 가세하며 수출 물량 확대와 함께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르노그룹은 르노코리아를 통해 중대형 볼륨 및 플래그십 모델을 한국에서 개발·생산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르노코리아는 폴스타4 위탁 생산을 통해 수출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폴스타4는 전량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으로 수출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단순한 수출 증가를 넘어 국내 생산기지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지역별 생산 거점을 재편하는 가운데 한국은 품질과 생산 효율성을 동시에 갖춘 핵심 기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동화 전환 국면에서도 기존 내연기관 기반의 SUV 경쟁력과 함께 전기차 생산 역량까지 확보할 경우 중장기 성장 기반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견 완성차 3사의 해외 시장 다변화 전략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최근 한국지엠의 대규모 투자는 그간 제기됐던 철수론을 사실상 잠재울 정도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KGM 또한 라인업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고 르노코리아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성장 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견 완성차 3사가 내연기관 경쟁력에 더해 차세대 모빌리티까지 뒷받침된다면 한층 완성도 높은 성장 구조를 갖출 수 있다"며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더해질 경우 수출은 물론 내수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