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7월·10월 두 차례 금리인상 전망
연말 금리 3.00% 시나리오 유지
유가·원유 수급 변수에 인상 시점은 ‘가변’
해외 IB ‘저성장’ 경고 확산
나틱시스, 성장률 1.0%로 대폭 하향
“에너지 충격 장기화시 스태그” 물가 4%대 압력
▲해외 투자은행이 국내 성장률 전망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는 최근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0%로 0.8%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중동 리스크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불안이 한국 경제의 물가와 성장 흐름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유 수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내수 둔화 부담이 커지며 인상 시점은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해외 투자은행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을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며 '저성장·고물가'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올해 7월과 10월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 3.00%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통화정책 방향 자체는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의 2차 파급 여부와 완화적인 금융 여건이 확인될 경우 한은이 금리 인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흐름도 인상 기조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4~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후반에서 3% 초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4월에는 유가 상승과 항공권 가격 인상 영향으로 전년 대비 2.8%, 전월 대비 0.7% 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금리 인상의 신호는 이르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포워드 가이던스가 보다 매파적으로 조정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에너지 수급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정책 경로 역시 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정부는 공공 부문 뿐 아니라 민간 부문으로도 강제적인 원유 비축·에너지 절약 조치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조치가 소비를 제약해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으며, 이 경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올해 4분기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상황에 따라 내년 초로까지 지연될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국내 성장률 전망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는 최근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0%로 0.8%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주요 기관 가운데 1% 초반 수준까지 낮춘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한국은행 전망치(2.0%)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1.7%)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나틱시스는 보고서를 통해 신흥 아시아 전반이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 충격을 반영해 성장률을 대폭 낮췄으며,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상 교역조건 악화가 성장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비용을 일부 흡수할 경우 재정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금리 인하 국면은 사실상 종료됐으며, 향후 통화정책은 보다 긴축적인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비슷한 시각을 내놨다. 이 기관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낮추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와 투자를 동시에 제약할 것으로 봤다. 한국이 에너지 순수입국이라는 점에서 중동 리스크에 취약하며, 교역조건 악화가 정책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역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분석이다.
정책 당국은 아직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본 전제로 두고 있지는 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현 시점에서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에너지 인프라 훼손 등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