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연장·2차 협상 기대에 증시 최고가
트럼프, ‘추가 상승’ 기대감 부추겨
전쟁 여파로 구조적 변화 불가피
IMF “성장률 2.5%로 하향 가능성 커져”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자 투자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양측이 이번 주말께 2차 협상을 개최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가운데 2주간의 휴전 연장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세계 주요국 증시는 잇따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전이 임박했다며 증시 상승세가 더 이어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시장이 지나치게 안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이번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며 “(전쟁이) 거의 끝난 것 같다. 그것이 끝나는 상태에 근접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황을 지켜보겠다. 이란은 합의를 매우 간절히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종전 협상 재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협상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2주간의 휴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양측이 휴전 연장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휴전은 오는 21일 만료된다.
이에 대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휴전 연장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우리는 여전히 협상과 회담에 매우 전념하고 있다"며 “합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대면 회담 장소와 관련해 “아마 지난번과 같은 장소(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란 간 중재의 '키맨'으로 꼽히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은 이날 이란 정부 관계자들과 회담하기 위해 테헤란에 도착했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사진=로이터/연합)
◇ “전쟁 끝나면 증시 더 오른다"…FOMO 확산
이처럼 종전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각각 7022.95, 2만4016.02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시아 증시에서도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16일까지 사흘 연속 상승한 한국 코스피 지수는 오후 12시 26분 기준 전장 대비 1,83% 뛴 6203.12를 기록, 2월 27일 이후 처음으로 6200선을 넘어섰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어진 하락장을 모두 되돌린 것이다.
같은 시각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장중 5만9549.59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대만 가권지수 역시 지난 10일 3만5417.38에 마감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이날까지 닷새 연속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다.
LPL파이낸셜의 아담 턴퀴스트 수석 기술 전략가는 “중동 지역에서 긴장 완화 신호가 나타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났다"며 “국제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 최고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이 FOMO(소외에 대한 두려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같은 흐름은 지난 몇 년간 효과적이었던 '저가 매수' 심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종식될 경우 “증시는 호황을 누릴 것이며 이미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하며 추가 상승 기대감을 키웠다.
▲2026 IMF·WB 춘계회의(사진=AFP/연합)
◇ “상승장 이상하다"…실물경제와 증시 괴리
그러나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춘계회의에서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IMF·WB 춘계회의는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국제기구 및 금융권 인사들이 모여 세계 경제 상황과 정책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종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전쟁의 경제적 여파는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망 훼손,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 등 구조적 변화로 인해 글로벌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경제적 파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회의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며 “특히 미국 증시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한 점에 대해 참석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 빈 아흐메드 알 쿠와리는 카타르 재무장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파장은 클 것이고 그 영향은 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한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자들에게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와 기타 변수들로 인해 전쟁 이전 3.3%였던 글로벌 성장률 전망이 2.5%로 낮아지는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고린차스 이코노미스트는 “매일이 지나고 에너지 공급 차질이 계속될수록 우리는 비관 시나리오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지난 14일 발표한 WEO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1%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아제이 방가 WB총재 역시 “이것을 단순히 한 달의 고통으로 보지 말라"며 “공급 시스템이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훨씬 더 길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S&P500 지수, 국제유가 추이(사진=블룸버그)
◇ 美재무 “충격은 일시적…가격 안정된다"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을 두고 컨설팅업체 PwC의 알렉시스 크로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공급망 교란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톰 올릭 수석 이코노믹스는 “미국은 이란에서의 출구를 모색하고 있으며 시장은 그들이 이를 찾아낼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며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 이란의 핵 프로그램, 그리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충돌이 해소되는 경우에만 해당이 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CNBC 행사에서 이번 전쟁에 따른 가격 급등은 일시적이라며 전쟁이 끝나면 에너지 가격도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전쟁은 끝날 것이다. 3일이 걸릴지, 3주가 걸릴지, 3개월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끝날 것"이라며 “시장은 미래를 보고 움직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