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 첫 LNG 생산 감소 전망
아시아 LNG 전략 ‘흔들’
IEA “한국이 먼저 직격탄”
에너지 지형 구조적 변화 가능성
▲(사진=로이터/연합)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에너지 전환 기대가 무너지는 가운데,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이 동시에 확산되며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 전반에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가 촉발되자 석탄 의존도를 줄이고 LNG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사실상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올해 연초까지만 해도 LNG 공급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가격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지난 1월 미국 생산 확대를 중심으로 LNG 공급이 7%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카타르 LNG 시설을 포함한 중동 에너지 인프라 피습이 이어지면서 상황은 급격히 반전됐다. 에너지 분석업체 ICIS는 이란의 미사일 공습을 받은 카타르 라스라판 LNG 생산시설이 5개월간 가동 중단될 경우 올해 글로벌 LNG 생산이 전년 대비 0.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최소 10년 만의 첫 감소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차단 상황을 “우리가 겪은 최대 규모의 에너지 위기"라고 규정하며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상황이 길어질수록 글로벌 성장과 물가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제유가와 가스 가격, 전기요금이 모두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롤 총장은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5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충격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경제가 취약한 국가부터 고물가와 성장 둔화에 직면하고 일부 국가는 경기침체까지 겪을 수 있다"며 “일본, 한국, 인도, 중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최전선"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일부 국가는 부유하거나 에너지 여력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사태에 면역력을 가진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의 건물 외벽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모습.
실제로 한국의 경우 국내 전력도매가격(SMP)이 현재 kWh당 120원 수준이지만, 연료비 상승이 향후 반영되면 200원대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5월 1일부터 SMP 상한제를 재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LNG 가격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도입 LNG 가격은 장기계약물량의 경우 브렌트유와 연동되고 환율 영향을 받는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은 현재 98달러대를 기록 중이다. 이란 전장 발발 이후 고점인 119달러보다는 내렸지만, 전쟁 직전인 72.48달러와 비교하면 36%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전쟁 전 1430원대에서 한때 1510원대를 찍은 뒤 현재 148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동북아 LNG 현물 가격 지표인 JKM도 전쟁 전 10.725달러에서 지난달 22.35달러까지 급등한 뒤 현재 16.13달러 수준이다. 이미 한국가스공사가 가격 상승기에 일부 현물 계약을 체결한 만큼 이르면 5월부터 전력시장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조 : [단독]기후부, 5월부터 SMP 상한제 재도입 유력…“전력시장 다시 규제로"
아시아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도 LNG 중심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는 LNG 수입을 전년 대비 약 15% 줄였고, 산업용 공급도 축소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에너지 믹스에서 천연가스 비중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과 필리핀 역시 대체 에너지원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베트남 일부 가스 발전 프로젝트는 풍력·태양광과 배터리 기반으로 전환을 검토 중이다. 태국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러시아 주요 LNG 수출업체와 협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산유국인 말레이시아의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는 유가 상승으로 확보한 수익을 자국 내 가스전 투자에 재투입해 LNG 수입 의존도를 낮출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LNG 수입 확대 계획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로이터/연합)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경제국들은 LNG 중심 에너지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비용을 감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 가스 자산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대만은 미국과 추가 LNG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LNG 수요 둔화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오다카 마사노리 애널리스트는 “봉쇄가 길어질수록 LNG 가격은 상승하고 시장 수급은 더 빡빡해져 수요 파괴가 발생할 것"며 “이 상황이 지속될수록 구조적인 변화로 굳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 연구소의 앤-소피 코르보 연구원은 “동남아 지역에서 LNG 수요 증가에 대한 투자 규모가 줄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 유지가 병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롤 총장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원자력 발전 등 대체 에너지 기술 도입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향후 수년간 글로벌 에너지 지형을 재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