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뒤집힌 해협 개방
휴전 시한 임박 속 군사 긴장 재고조
S&P500 신고가·국제유가 급락
20일 시장 반전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
세계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하루 만에 재봉쇄되면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이 오는 22일(이란 현지시간 기준) 만료를 앞둔 가운데 협상도 난항을 겪으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재차 고조되는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측은 최근 미국과의 협상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1차 협상에서 이란 대표단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날 국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에서 진전은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견이 존재하고 몇 가지 근본적인 쟁점들이 남아 있다"며 “최종 합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군의 이란 항만 봉쇄에 대해 “어리석고 무지한 조치"라고 비판하며 “봉쇄가 해제되지 않는다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제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란이 지난 17일 호르무즈 해협의 '일시 개방'을 발표한 이후 10여 척의 유조선이 해협을 통과했지만, 이튿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국이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 전까지 통항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이날 인도 국기를 단 선박 2척이 해협을 통과하려다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도 정부는 주인도 이란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로 강조해온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에서 활동하던 '테러 조직'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또 “전방 방어선 남쪽 지역의 지하 통로와 그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 확인된 헤즈볼라 대원들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사진=AP/연합)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평화 협정이 임박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합의가 임박했다고 주장했지만, 전날에는 “이란은 수년간 해왔던 것처럼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하려 한다. 우리를 협박할 수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또 미군의 해상 봉쇄 조치를 정당화하면서 휴전이 종료되는 오는 22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폭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이 제안한 '2주 휴전안'을 수용하고 22일을 시한으로 종전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일각에서는 휴전 만료 이전에 미·이란 2차 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란 측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튀르키예에서 열린 안탈리아 외교포럼(ADF)에서 취재진에 “2차 협상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양측 간 합의 틀을 최종 확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틀이 마련되기 전까지 협상 날짜를 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배경에 대해 “미국 측이 '이란 선박을 제외하고 해협이 개방됐다'는 식으로 휴전 조건을 훼손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황이 급격히 반전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회의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댄 케인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돌파구가 조만간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전쟁이 수일 내 재개될 수 있다"고 악시오스에 밝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합의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이지만 완전하고 지속적인 평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합의는 제한적이고 취약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개월간 WTI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이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다시 증폭될 가능성도 나온다. 글로벌 증시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종전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사상 신고가 행진을 이어왔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지난 17일 7126.06에 거래를 마감, 사상 처음으로 7100선 위에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13거래일 연속 상승했는데 이는 1992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소식에 큰 폭으로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1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1.45% 내린 배럴당 83.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월물 종가 기준으로 약 5주 만의 최저치다. 브렌트유 6월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9.07% 하락한 배럴당 90.38달러에 마감했다.
CNBC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 ING는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재개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수록 실물 시장의 수급은 날로 빡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이 결렬되는 것이 시장의 가장 큰 상방 리스크“라며 “양측의 요구 조건 간 격차가 여전히 큰 만큼 결렬 가능성도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