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지구의 날, 다시 생각하는 환경의 의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4.20 10:58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4월 22일 오후 8시, 서울 남산타워를 비롯하여 주요 랜드마크와 공공기관의 조명이 꺼진다. 1970년 시작된 지구의 날(Earth Day)을 기념하기 위해 2009년부터 우리나라가 시작한 소등행사다. 이 행사를 통해 얻는 전력 절감 효과는 작지만, 그보다 도시의 불빛이 잠시 멈추는 장면은 평소 당연하게 사용하던 에너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원유유출 사고를 계기로 시작된 지구의 날은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과 함께 근대 환경운동의 시작이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당시 발표된 “지구의 날 선언문"은 인간이 환경파괴와 자원 낭비로 인해 자연과 조화롭게 살던 전통적 가치가 파괴되고 있음을 경고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민의 생활 문화 개선을 촉구했다.


UN이 정한 환경의 날(6월 5일)은 국가와 정부 중심의 하향식(top-down) 성격을 가진 반면, 지구의 날은 시민이 중심이 되어 환경 문제를 국가 및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린 상향식(bottom-up) 운동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해외에서는 해변 청소, 나무 심기, 학교 교육, 지역 장터, 기후행진 같은 시민참여형 활동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지구의 날 주제는 “Our Power, Our Planet"이다. 여기서 Power는 전기와 에너지 외에 시민의 힘을 뜻한다. 이 주제를 선정한 배경에는 전쟁과 경기 침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세계의 관심이 당장의 경제와 안보 문제에 집중되면서 환경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밀리고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반영되어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1,900만~2,3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강과 호수,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권고 기준을 넘는 오염된 대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해외 주요 언론들도 지구의 날을 맞아 환경문제의 현실적 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로이터(Reuters)는 물 부족과 생물다양성 문제가 농업과 생활비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보도했고, 영국 가디언(Guardian)은 자연생태계 훼손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재난 대응 능력과 식량 및 물 공급 안정성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결국 환경은 식량과 물 공급, 에너지 안정처럼 우리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하는 중요한 조건이자 기반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물론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자원 관리, 산업 규제, 에너지 전환, 폐기물 제도는 제도적 설계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에너지 사용, 소비 습관, 이동 방식, 생활 속 선택은 결국 시민의 행동에서 결정된다. 결국 올해, 지구의 날 주제어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지구를 지키는 일은 정부만의 일이 아니라 시민의 작은 실천과 지속적인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소등이라는 상징에 머무르지 않고 참여의 폭을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지역 단위 청소 활동, 학교 중심 환경교육, 생활 속 자원순환 실천 같은 작지만 구체적인 행동이 함께할 때 지구의 날은 더 현실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환경은 거대한 선언보다 반복되는 생활의 변화 속에서 오래 남는다.


미국에서 도시 녹화와 생활환경 개선 운동을 이끌었던 전 영부인 레이디 버드 존슨은 “환경은 우리 모두가 만나는 곳이며,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4월 22일, 전국의 불빛이 10분간 잠시 줄어드는 시간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다. 그 짧은 시간은 환경을 정부의 과제로만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시민 각자가 생활 속에서 먼저 실천할 것인지를 묻는다. 결국 환경은 누군가 대신 책임질 수 없는,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삶의 기본 조건이다.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