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이 바꾼 돈의 흐름…코스피 8000 찍나 [머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4.21 12:25

“세계화 시대 끝났다”
美·이란 전쟁이 촉발한 ‘구조적 리셋’

방산·에너지·AI로 이동하는 자본
한국 증시 기대감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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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계기로 각국 정부가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자립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한국 기업과 증시가 어떤 수혜를 입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1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올해 들어 MSCI 세계지수(WI) 내에서 에너지·소재·유틸리티·산업재 섹터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MSCI는 S&P 다우존스와 함께 글로벌 산업분류 기준(GICS)을 개발해 전 세계 증시를 11개 주요 섹터로 구분한다.


실제로 지난 17일 기준 MSCI 세계 에너지 지수는 연초 이후 25.09% 상승하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소재(16.62%), 산업재(12.25%), 유틸리티(10.15%)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누적 상승률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에너지 지수는 45.42% 상승했고, 소재(44.74%), 산업재(40.34%), 유틸리티(27%) 역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MSCI 세계 부동산 지수는 올해 상승률이 10.24%로 양호했지만, 1년 누적 상승률은 16.61%에 그쳐 유틸리티 대비 상대적으로 모멘텀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올해 가장 부진한 섹터는 헬스케어로 -2.69%를 기록했으며, 임의소비재 역시 0.98% 하락했다. 필수소비재, IT(정보기술),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금융 등 나머지 섹터들도 상승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특히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가 포함된 MSCI 세계 IT 지수는 지난 1년간 57.15% 급등했지만 올해 상승률은 5.25%에 그쳐 상승 동력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올해 들어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세계화 투자'에서 '안보·자립 투자'로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월가는 수년간 세계화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을 높게 평가해왔고, 그 결과 많은 국가들이 핵심 인프라와 공급망, 자원 투자를 소홀히 해왔다"며 “투자자들은 이러한 시대가 끝났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등으로 촉발된 구조 변화가 이번 중동 전쟁을 계기로 더욱 명확해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투자사 라스본스의 존 윈 에반스 시장분석 총괄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세계가 변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 같다"며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경고였지만 우리는 이를 외면해왔고, 이제 다시 경보가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사힐 마타니 책임도 “글로벌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세계화가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과거처럼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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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률은 지난 17일 기준(자료=MSCI)

◇ 유럽이 각자도생 주도…인프라·에너지 투자 확대


전문가들은 향후 세계화가 지역, 자본 규모, 각국 정부의 정책 의지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각자도생'의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로, 유럽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스본스의 산지브 툼쿠르 주식 총괄은 “글로벌 질서 변화로 유럽이 방위와 에너지 등 전략 분야에서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전력망 현대화, 배터리, 수소 분야 투자 확대에 따라 베스타스, 내셔널그리드, SSE 등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 군사비를 확대하는 동시에 약 5000억유로(약 866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휴 기머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이를 두고 “그 중요성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크리스티안 켈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들은 수십 년 동안 소득 대비 투자 비중이 낮았다"며 “특히 서방은 투자 부족 상태였지만 이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각국이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USA-STOCKS/S&P 500

▲미 월가(사진=로이터/연합)

◇ 美 '전통 산업' 부상…AI 인프라도 수혜


빅테크 중심으로 움직이던 미국 증시에서도 자립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전통 산업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물류와 원자재 공급 등 '구경제'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S&P500 내에서도 에너지·소재·산업재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폴 아이텔만 글로벌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국이 “에너지 안보와 독립성 확보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세계가 분절화될수록 이러한 주제는 과거보다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자립 강화 정책이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대규모 감세 법안(OBBBA)은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도 이어지면서 GE 버노바, 버티브 홀딩스, 이튼 등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냉각 장비 업체 매디슨 에어 솔루션즈는 최근 IPO를 통해 22억3000만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는 산업 섹터 기준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의 사미어 사마나 글로벌 주식 및 실물자산 책임자는 “회복력을 위한 경쟁은 곧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이라며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 원자재 비중을 충분히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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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한국은?…“방산·산업재 수혜 기대"


아시아에서는 에너지와 방산 분야에서 자립을 강화하려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수출 경쟁력이 높은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삭소마켓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전략가는 “단기적으로는 유럽 자급자족 정책과 연계된 기업들이 먼저 수혜를 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의 회복력 강화 여부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의 자립 정책은 아직 초기 단계로 실적 반영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은 이란 전쟁 이후 주가가 약 40% 상승했고,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올해 약 50% 오르며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방산 기업들은 내수 지출 확대와 수출 증가 기대에 힘입어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로 지목되고 있다.


에머 캐피털 파트너스의 마니시 라이차우두리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방산 및 산업재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폴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방산 장비를 수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일본 정부도 비전투 목적으로 한정했던 기존 무기 수출 규정을 폐지, 살상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AI 관련 반도체 산업 역시 글로벌 자금 재편의 또 다른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증시 전반에 대한 재평가 기대고 커지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코스피 목표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최근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7000에서 8000으로 높였다. 반도체와 산업재를 중심으로 펀더멘털 개선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선행 주가수익률(P/E)이 약 7.5배 수준에 머물러 과거 평균 대비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 판단에서다.


JP모건 역시 코스피 목표치를 최대 8500까지 상향 조정했다. 기본 시나리오도 기존 6000에서 7000으로 올려잡았다. 이란 관련 리스크 완화와 함께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고, 시장 변동성도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올해 이익 추정치가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에너지 가격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JP모건은 “한국 시장의 핵심 펀더멘털(메모리 사이클, 지배구조 개편, 테마별 성장)이 궤도에 올라와 있는 만큼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며 “한국은 여전히 아시아 내 최선호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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