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착각과 역사의 경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4.28 10:44
장박원 편집국장

▲장박원 편집국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하며 “우리는 미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이틀 전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주최 만찬 도중 발생한 총격 사건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하지만 다른 맥락에서 '미친 세상'을 만들고 있는 장본인은 바로 트럼프다. 이란과 명분 없는 전쟁을 두 달 이상 끌면서 전 세계를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다. 특히 원유의 70%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한국의 피해는 극심하다. 우리 경제는 고유가로 인한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의 3고(高)의 늪에 빠질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촉발한 '미친 전쟁'에 이해관계가 없는 한국이 '짱돌'을 맞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의 기이한 언행은 집권 1기 때부터 나타났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2017년 뉴욕타임스에 로마제국 폭군의 대명사인 칼리굴라와 트럼프를 비유하는 세간의 평가가 부당하다는 기고문을 올려 화제가 됐다. 칼리굴라는 최소한 제국의 기본 질서를 유지했으나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는 게 근거였다.


칼리굴라가 아니라도 트럼프와 비슷한 유형의 폭군은 적지 않다. 그중에서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 마지막 군주였던 강왕은 트럼프와 많이 닮았다. 명분 없는 전쟁과 자기 과시, 망상, 부도덕하고 안하무인인 성격까지 복사판이다. 강왕 재위 당시 송나라에는 호접몽과 대붕의 비유로 유명한 장자가 살았다. 장자는 정치에 극도의 혐오를 보였는데 아마도 강왕 탓이 클 것이다. 트럼프처럼 강왕은 과대망상 증세가 심했다. 그는 패자를 자임하며 느닷없이 제나라와 초나라, 위나라 등 주변국을 침략했다. 작은 나라들은 아예 멸망시켰다. 백성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재원을 침략 전쟁을 위해 썼다.



몇 차례 승리는 강왕의 자만심과 망상을 더욱 부풀렸다. 그는 자신의 강한 면모를 보이기 위해 온갖 기행과 악행을 저질렀다. 가장 잘 알려진 일화가 '사천(射天)'이다. 그는 소의 피를 넣은 주머니를 긴 장대에 매달아 화살을 쏘게 했다. 주머니가 터져 피가 흩어져 떨어질 때 사람들로 하여금 “대왕께서 하늘에 화살을 쏘아 승리하셨다"고 외치게 했다. 이처럼 삼척동자도 알만한 뻔한 거짓으로 과시욕을 발산했다.


음흉한 꼼수를 쓰는 행태도 트럼프를 연상하게 만든다. 신하들에게는 술을 주고, 자신은 꿀물을 마시고는 주량을 뽐냈다. 신하 중에는 이를 알았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진실을 말하는 순간 화살을 맞을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강왕의 잔인성은 반인륜적 폭거로 이어졌다. 그는 지방을 돌던 중에 우연히 뽕을 따는 미인을 발견했다. 그 지방 관리의 아내였다. 강왕은 강제로 여인을 끌고 갔다. 아내를 빼앗긴 관리는 화를 참지 못하고 자결했고 그의 아내도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높은 누대에서 몸을 던졌다.


간언을 올리는 신하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한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화살을 맞고 죽었다. 결국 옳은 말을 하는 신하는 자취를 감추고 아부꾼만 남게 됐다. 나라 안팎에서 원망과 원성은 커지는데 이런 현실을 직언할 참모가 없었던 지도자의 끝이 좋을 리 없다. 침략을 받은 나라들이 연합해 송나라를 공격했고 백성도 등을 돌렸다. 전쟁에서 패한 강왕은 도주하다가 제나라 군사들에게 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의 죽음과 함께 춘추전국시대 50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송나라도 멸망했다.


트럼프는 강왕과 비교되는 게 불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자기 과시와 망상,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거짓말, 직언하는 측근을 즉각 제거하는 모습은 두 사람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무엇보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세계 경제를 멍들게 만드는 전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의 태도가 미국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트럼프는 자신을 영웅화하기에 바쁘다. 기자 회견에서 암살 시도가 반복되는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암살을 연구해 봤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상이 된다. 에이브러햄 링컨 같은 사람을 보라." 헛웃음을 자아내는 그의 망상적 답변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미국의 어두운 미래를 본다. 훗날 역사는 이번 중동 전쟁이 패권국 미국과 트럼프의 몰락을 가속하는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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