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원의 부동산 현장] “내 집 짓나, 빚더미 앉나”... 상대원2구역, 운명 가를 ‘지옥의 48시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4.28 09:05

DL 해지 후 시공사 공백…착공 문턱서 멈춰 선 2200여 세대의 눈물
30일 해임·1일 시공사 선정 ‘연쇄 총회’…사업 향방 가를 운명의 이틀
공사비 증액 vs 소송 리스크… “잘못된 선택, 승자의 저주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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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 재개발 현장 가림막에 기존 시공사 DL이앤씨의 조건과 착공 계획을 강조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 재개발 사업이 벼랑 끝에 섰다. 지난 11일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와의 결별을 선언했지만, 대체재로 점찍었던 GS건설 선정 총회가 무산되면서 사업은 방향을 잃었다. 오는 30일과 5월 1일, 단 48시간 사이에 벌어질 연쇄 총회 결과에 따라 이 사업은 '조기 착공'의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제2의 트리마제'가 될지 결정된다. 과거 성수동 트리마제 조합원들은 시공사와의 갈등과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해 조합 파산을 맞고, 입주권은커녕 토지까지 시공사에 넘긴 재산권 상실의 비극을 경험한 바 있다.


갈등의 한복판에 선 상대원2구역 현장을 점검하고,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1조 원대 사업을 뒤흔드는 리스크의 실체를 추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직접 찾은 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공사장 외곽 가림막을 가득 채운 현수막들이었다. “2026년 6월 착공 확약", “상대원2구역 시공사는 여전히 DL이앤씨"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전면에 걸려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평당 공사비 480만원대 준수 △중도금 대출금 3000억 원 지원 △조합원 분담금 1억 원 상당 절감 효과 △사업추진비 2000억 원 지원 △GS건설 손해배상 청구 대응 등 구체적인 조건이 나열된 현수막들이 빼곡히 이어졌다.



이들 조건은 DL이앤씨가 조합에 공식 공문으로 전달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조합 측은 해당 공문을 접수하고도 조합원들에게 별도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DL이앤씨는 대표이사 명의의 자료 제출과 공증 절차를 거쳐 관련 내용을 직접 공개한 후 현수막까지 내건 것이다.


시공사는 DL vs GS로 교체…가림막 뒤의 전쟁

성남 상대원2구역 현장은 현재 '기이한 정적'에 휩싸여 있다. 통상 정비사업에서 철거 완료는 착공과 일반분양을 앞둔 '7부 능선' 돌파를 의미하지만, 이곳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속도를 내야 할 시점에 사업 추진의 핵심 축인 시공사가 사실상 이탈하면서 사업 동력이 급격히 약화된 상태다.



상대원2구역은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3910번지 일대를 재개발해 최고 29층, 43개 동, 총 4885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조합은 2015년 10월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한 뒤, 2021년 'e편한세상' 브랜드로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조합이 특정 업체의 마감재 적용을 요구했지만 DL이앤씨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 역시 무산되면서 양측 간 입장 차가 확대됐다. 결국 이러한 이견이 누적되며 시공사 교체 논의로 이어졌고, 현재의 갈등 국면으로 번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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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를 마친 뒤 착공을 앞두고 있는 상대원2구역 현장. 시공사 공백 사태로 공사가 멈추면서 정비된 부지에는 장비와 자재만 방치된 채 정적이 흐르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상대원2구역 조합은 지난 11일 총회에서 DL이앤씨와의 공사도급계약 해지안을 가결했다.


전체 조합원 2269명 가운데 1205명이 참석했고, 이 중 1100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며 '결별'은 사실상 확정됐다. 하지만 같은 날 상정된 GS건설 시공사 선정 안건은 '현장 참석 과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GS건설은 △3.3㎡당 공사비 720만원 △2026년 내 착공 △총 3000억원 규모 사업촉진비 지원 등을 제시했지만, DL이앤씨와의 조건 비교를 둘러싸고 조합 내부와 업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실제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사가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믿으며 집행부를 지지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집행부와 신규 시공사의 결탁을 의심하며 해임을 요구하는 등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시공사는 정리했지만 새로운 시공사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사업장은 이른바 '무주공산' 상태, 즉 시공사 공백 국면에 들어갔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철거까지 마친 현장에서 시공사가 없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사업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합원은 “시공사를 내보냈으면 바로 다음 대안을 확정 지어야 하는데, 2부 총회가 정족수도 못 채워 무산됐다는 소식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당장 매달 나가는 금융비용은 누가 책임지는가"라고 토로했다.


금융 리스크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시공사 공백으로 사업비 대출 연장과 이주비 이자 대납이 불투명해지자, 조합은 지난 13일부터 조합원 각자에게 이주비 이자를 자납하라는 통보를 보냈다.


“적폐 청산" vs “법적 리스크"…수백억 소송 전운

갈등의 표면적 이유는 '공사비'와 '투명성'이다. 조합 집행부는 기존 시공사의 운영 방식이 불투명하고 공사비 증액 요구가 과도하다며 '적폐 청산'의 기치를 들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은 DL이앤씨에 '시공사 지위 소멸 및 공사도급계약 해지에 따른 귀책 사유 최종 통지'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은 공문에서 계약 해지 사유로 총 6가지를 제시했다. △공사비 대폭 증액 요구 △관련 산출 근거자료 미제출 △옹벽 공사 등 설계 변경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미적용 △HUG 보증 승인 거부 △금품·향응 제공 및 신뢰관계 훼손 등이다.


조합 측은 특히 공사비를 기존 약 9850억 원에서 1조7000억 원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요구와 함께 이에 대한 구체적 근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조합은 DL이앤씨 직원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해당 인물이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뒤 감사 착수 이전에 퇴사했으며 이를 조합장에게 전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DL이앤씨가 비상대책위원회와 연계해 조합 집행부 해임을 시도하는 등 사업 운영 전반에서 신뢰를 훼손했다고 보고, 이를 계약 해지의 근거로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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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중원구 노후 주택가 사이로 이주를 마친 상대원2구역 재개발 부지가 드러나 있다. 철거된 현장 뒤편으로는 이미 조성된 고층 아파트 단지가 대비를 이루며, 지역 내 주거 환경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DL이앤씨 측의 반발도 거세다. DL이앤씨는 조합의 계약 해지 결정에 대해 시공자 지위 확인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공시를 통해 밝혔다. DL이앤씨 측은 상대원2구역 시공사 계약 해지와 관련해 이미 법적 대응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조합이 새로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경우 그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이 지점이 가장 위험한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지위 확인 소송과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설령 5월 1일에 새 시공사를 뽑더라도 착공은 불가능하다"며 “소송전이 시작되면 최소 3~4년은 사업이 올스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례율 하락에 따른 추가 분담금 공포도 현실이 되고 있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비례율이 130%에서 100%로만 떨어져도 가구당 1억 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며 “여기에 공사비 상승과 소송 비용이 겹치면 수억 원 단위의 '분담금 폭탄'은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조합장 수사와 '55만원 총회' 논란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는 시공사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조합장 지위를 둘러싼 법적 다툼 중인 A씨를 둘러싼 '개인 리스크'가 집행부의 신뢰도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A씨는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자재 납품 등 이권을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됐다.


이에 맞서 조합은 5월 1일 시공사 선정 및 조합장 재신임 총회를 준비 중이다. 하루 앞서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조합장, 조합 임원 및 대의원 해임 총회를 예고했다. 결과는 1일 총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총회 참석비다. 조합은 이번 총회에 직접 참석하는 조합원에게 1인당 55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총회의 30만 원보다 2배 가까이 오른 파격적인 금액이다. 조합 측은 총회 참석비 지급이 법적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조합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조합 내부에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업계에서는 과거 북아현3구역 사례를 들어, 과도한 참석 수당 지급이 조합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매표행위'로 판단될 경우 총회 결의 자체가 무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조합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55만 원이면 실비 보전이 아니라 사실상 '표값' 아니냐"며 “결국 우리 분담금으로 나가는 돈인데, 이렇게까지 해서 정족수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GS 선정 총회에 참석하면 55만 원을 준다는 문자를 받고 황당했다"며 “이건 사실상 표를 사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고, 결국 그 비용이 분담금으로 돌아올 것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상대원2구역은 전체 조합원이 2269명에 달해, 참석비 지급 규모가 최대 12억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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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기 HK미래주택연구원장이 상대원2구역 설명회에서 시공사별 공사비와 분담금 증감 구조를 비교하며 시공사 교체 시 비용 증가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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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기 HK미래주택연구원장이 상대원2구역 설명회에서 시공사별 사업조건을 비교하며 시공사 교체 시 비용 증가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이런 가운데 '재건축의 신'으로 불리는 한형기 HK미래주택연구원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은 한층 격화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성남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상대원2구역 재개발 설명회'에서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조합원들이 분담금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며 시공사 교체에 강하게 반대했다.


한 대표는 “DL이앤씨 유지 시 조합원 총 분담금은 약 1억9000만 원 수준이지만, GS건설로 변경할 경우 약 3억5400만 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설계 변경과 마감재 상향 등이 반영되면 분담금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시공사 교체 시 세대당 약 1억1827만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분담금은 늘고 준공과 입주도 지연될 수밖에 없는데, 왜 시공사 교체에 집착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합 내부 갈등에 대해서도 강한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오는 30일 해임 총회에서 조합장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며 “이후 5월 1일 총회에서 해임안이 부결되고 시공사 변경이 통과될 경우 분담금 증가, 착공 지연, 각종 소송까지 겹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교체 시 발생할 구조적 리스크를 지적했다. 그는 “시공사마다 설계 철학과 공법이 달라 지하주차장 구조부터 전체 설계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기존 시공사가 적용한 특허 공법이나 상세 설계는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 사실상 도면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계 변경이 이뤄지면 건축심의와 사업승인 등 인허가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착공 일정이 불가피하게 지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비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최근 자재비 상승과 글로벌 변수로 공사비 인상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시공사 교체까지 겹치면 사업비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사비가 이미 높은 수준에서 출발하는 경우 추가 상승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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