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에 1분기 6600억 적자 기록
고유가·보조금 확대에 글로벌 수요 회복 조짐
완성차 공급 계약 확대…수주 잔고 증가세 뚜렷
AI 확산 따른 ESS 시장 성장, 실적 반등 견인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 현장. 사진=연합뉴스
올해 1분기 적자 성적표를 받아든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빅3가 미-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 여파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자 하반기 흑자 전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확대까지 겹치면서 배터리 업황 실적 개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빅3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약 6600억원으로 집계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삼성SDI는 1556억원의 영업손실로 2024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SK온은 아직 실적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약 30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역시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실적 부진이 이어진 배경에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자리한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재고 조정에 나서고 전기차 구매 심리가 위축되면서 배터리 출하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향이다.
다만, 배터리업계는 이같은 흐름이 2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빠르면 3분기부터는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실제 최근 전기차 시장은 유럽과 국내를 중심으로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은 72만3000여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했다.
국내 역시 성장세가 가파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8만3529대로 전년동기 대비 149.5%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부진했던 기저 효과와 함께 정책지원 확대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전기차 수요 회복의 핵심 배경으로는 국제유가 상승이 꼽힌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운행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유지비가 낮은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국 정부의 정책 지원도 수요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은 지난해 축소했던 전기차 보조금을 다시 확대하거나 재도입했다. 국내 역시 올해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전년 대비 30% 이상 늘렸지만, 판매 급증으로 예산 조기 소진 가능성이 커지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와의 대규모 공급 계약 확대 역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독일 BMW에 10조원 이상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배터리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100GWh 이상을 신규 수주했다고 밝혔으며 전체 수주 잔고는 440GWh 이상으로 확대됐다. 계약 기간은 최장 10년에 달하며 연간 10GWh 수준의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향후 중장기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SDI도 메르세데스-벤츠에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처음 공급하며 고객사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배터리는 하이니켈 NCM 소재를 기반으로 높은 에너지 밀도와 출력,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SDI가 공급하는 배터리는 향후 출시될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쿠페형 모델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양사는 향후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SS 시장 성장도 배터리 업황 개선의 또 다른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AI 산업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구축이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저장장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4년 235GWh에서 2035년 615GWh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영향으로 올해 ESS 배터리 수요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ESS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서 진행 중인 ESS 프로젝트에 LFP 배터리 공급을 시작했으며 오는 7월까지 약 5900억원 규모의 공급을 완료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유럽 최대 규모인 1GWh급 ESS 설비가 구축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 합작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양산 중이며 향후 수조 원 규모의 공급 계약도 확보한 상태다.
SK온 역시 미국 공장에서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며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단기 실적은 부진했지만 고유가와 정책 지원 확대, ESS 시장 성장 등이 맞물리며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해질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완성차와의 장기 공급 계약 확대가 이어지고 있어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