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폼팩터로 주목…하반기 이후 빅테크 신제품 출시 경쟁
선두주자 메타 7월 한국 출시, 삼성도 같은달 언팩서 첫 공개
애플, 시리 연계 내년 출시, 후발주자 中 화웨이·샤오미 추격
실시간 통번역·AI비서 탑재…배터리 수명·정보보호 등 과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9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자사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빅테크의 차세대 플랫폼 주도권 다툼이 스마트폰에서 웨어러블 안경 플랫폼 '스마트 글라스(Smart Glasses)'로 옮겨붙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스마트 글라스'가 핵심 폼팩터(기기 외형)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자 국내 삼성전자를 위시해 메타·애플은 물론 중국 샤오미·화웨이 등 빅테크들이 앞다퉈 각축전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의 스마트 글라스 강자인 메타를 비롯해 샤오미·화웨이가 제품 경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애플까지 참전할 태세여서 한국·미국·중국 중심의 '스마트 글라스 삼국지' 경쟁 구도를 예고하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첫 스마트 글라스 제품 '갤럭시 글라스'(가칭)를 오는 7월 하반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공개할 전망이다. 갤럭시 글라스는 구글·퀄컴과 협력해 개발 중인 신제품으로, 삼성의 하드웨어 기술력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반 웨어러블 운영체제(OS), 퀄컴의 전용 칩셋이 결합된 빅테크 삼각동맹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갤럭시 글라스는 안경에 탑재된 카메라와 센서가 사용자의 시선을 추적하고,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가 눈앞의 사물을 분석하거나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판매 가격은 최대 400달러(약 58만원) 후반대로 점쳐진다.
앞서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조성혁 모바일경험(MX) 사업부 부사장은 “차세대 글라스 등 신규 폼팩터 혁신으로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라이벌 애플도 스마트 글라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내년 출시 가능성이 거론되며, 완성도 높은 사용자 경험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 판도 변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맥루머스에 따르면, 애플은 스마트 글라스에 두 개의 카메라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해상도 카메라는 사진과 동영상 촬영에 활용되고, 또 다른 광각 카메라는 손동작을 추적해 AI 음성비서 시리(Siri)에 시각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는 안경을 통해 사진 촬영과 영상 녹화, 통화는 물론 주변 환경에 대한 질문도 시리에 실시간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애플보다 한발 앞서 스마트 글라스 시장을 선점한 기업은 메타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메타는 출하량 기준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서 85%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메타는 지난 2023년 명품 안경 브랜드 레이밴과 손잡고 299달러(약 43만원)의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라스'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20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스마트 글라스의 대중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핸즈프리 사진·영상 촬영과 고품질 오디오, 메타 AI 기반 실시간 번역 및 상황별 정보 제공 기능 등을 탑재해 일상 속 AI 활용 경험을 직관적으로 구현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메타가 스마트 글라스를 단순 실험적 기기가 아닌 실제 대중형 AI 웨어러블 기기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메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스마트 글라스를 오는 7월 한국 시장에도 선보이며 본격적인 'AI 웨어러블' 시대 개막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샤오미 AI 글라스'. 사진 = 샤오미 홈페이지.
한국과 미국 못지 않게 스마트 글라스에 '열중'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빅테크인 화웨이·샤오미 등은 빠른 상용화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거센 추격전을 벌이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달 20일 자체 개발 AI 칩을 탑재한 '화웨이 AI 안경'을 공개했다. 안경테의 터치 버튼을 누르면 음성 번역과 음악 스트리밍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안경에 탑재된 카메라로 음식을 촬영하면 AI가 영양 정보를 분석하는 '멀티모달' 기능도 지원한다. 가격은 2499위안(약 53만원)부터다.
샤오미 역시 '샤오미 AI 글라스'를 선보이고 보급형 시장 위주로 공략에 나서고 있다. 40g 수준의 초경량 디자인에 실시간 통역, 사진 촬영, 영상 녹화, 음성 명령, 실시간 스트리밍 기능 등을 담았다. 가격은 1999위안(약 43만원)부터 시작한다.
업계는 스마트 글라스를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유력한 차세대 폼팩터로 꼽는다. AI 비서와 실시간 번역, 증강현실(AR) 기반 정보 제공 기능 등을 사용자의 시야에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어 스마트폰 중심 인터페이스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평가에서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으로 인간과 기기 간 상호작용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스마트 글라스가 스마트폰 이후 가장 유력한 'AI 네이티브' 기기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를 일상 속에서 실시간으로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데 최적화된 디바이스라는 설명이다. 즉, 기존 스마트폰이 화면과 앱 중심 인터페이스였다면, 스마트 글라스는 음성과 시선, 공간인식을 기반으로 AI와 실시간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몇 년 뒤 사람들이 쓰는 대부분의 안경이 AI 글라스가 아닌 세상을 떠올리기 어렵다"면서 “스마트폰이 피처폰을 대체했던 흐름처럼 AI 글라스 역시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성장 기대감 역시 글로벌 빅테크들이 스마트 글라스 개발 경쟁에 뛰어든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비즈니스 와이어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 글라스 출하량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약 1000만대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이 40% 후반대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킬러 디바이스'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높은 가격과 짧은 배터리 지속시간, 발열, 착용감 등 하드웨어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카메라 기반 기기 특성상 프라이버시 논란도 변수다. 실제로 영국 BBC는 올해 초 영국·미국·호주에 거주하는 여성 7명이 스마트 글라스를 활용한 몰래카메라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스마트 글라스 시장의 승부는 단순 하드웨어 경쟁을 넘어, AI 서비스와 생태계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여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스마트 글라스 관련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 글라스는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높은 가격과 배터리 수명, 사회적 거부감 등은 여전히 상용화의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산업의 성패는 기술 그 자체보다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생태계 구축 능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