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앞세운 중국차, 가격·기술 경쟁력으로 시장 공략
하이브리드 머문 일본차, 전동화 대응 지연에 입지 약화
BYD이어 지커·샤오펑 진출 예고…국내 시장 공세 본격화
전기차 수요 급증 속 판도 변화…수입차 주도권 재편 가속
▲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가 예정된 지커 '7X'. 사진=박지성 기자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무기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에 머문 일본 업체들은 전동화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며 시장 지배력을 점차 잃어가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비야디(BYD)를 시작으로 지커, 샤오펑, 체리 등 전기차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선두 주자인 BYD는 국내 진출 첫해 6107대를 판매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 역시 지난달 기준 5991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수입차 시장의 성과 지표로 꼽히는 '1만대 클럽' 가입이 유력한 상황이다.
BYD는 지난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돌핀', 중형 세단 '씰', 중형 SUV '씨라이언7' 등 3종의 신차를 앞세워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는 소형 해치백 '돌핀'을 시작으로 자사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기술을 탑재한 'DM-i(Dual Mode-intelligent)' 모델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뒤이어 지리홀딩스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올해 중형 SUV '7X' 출시를 예고하며 국내 진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지커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7X는 현재 인증 절차가 진행 중이며 마무리되는 대로 출시 시점이 확정될 전망이다. 가격은 5000만원대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커는 최근 서울 강남에 국내 첫 브랜드 갤러리를 열고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등 시장 안착을 위한 기반 마련에도 나섰다.
이외에도 샤오펑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중국 전기차 공세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샤오펑은 이미 '엑스펑모터스코리아'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특히 재키 구 샤오펑 기술위원회 회장은 지난해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한국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샤오펑은 '중국의 테슬라'로 불릴 만큼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는 브랜드다. 특히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XNGP'는 현지에서도 높은 수준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샤오펑의 국내 첫 출시 모델로는 준대형 전기 세단 'P7'이 유력하다. P7은 800V 고전압 플랫폼을 기반으로 10분 충전 시 최대 525㎞ 주행이 가능하며 자체 개발 인공지능(AI)을 적용해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체리자동차 역시 산하 브랜드를 통해 국내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체리자동차 산하 오모다의 전기 SUV 'C5 EV'와 'E5' 등을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중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는 반면 한때 수입차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 업체들의 존재감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스바루가 진출 3년 만에 철수한 데 이어 2020년에는 닛산과 인피니티가 국내 사업을 종료했다. 최근에는 혼다코리아가 올해 말을 기점으로 자동차 판매 사업 종료를 공식 발표하면서 일본 브랜드의 입지는 더욱 축소되는 분위기다.
혼다는 한때 국내 수입차 시장 성장을 이끈 대표 브랜드였다. 지난 2008년에는 연간 1만2356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1만대 클럽'을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 남은 일본 브랜드는 토요타와 렉서스 정도로 사실상 토요타 중심의 구조로 재편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일본차 약세와 중국차 부상의 배경으로 전동화 전환 속도의 격차를 꼽는다.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시장 주도권 역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8만352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9.5% 증가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기조와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이 맞물리며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은 여전히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에 머물며 순수 전기차 전환 속도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동화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라며 “전기차 경쟁력 확보 여부가 향후 수입차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중국산=저품질'이라는 인식은 이미 상당 부분 깨진 상황"이라며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기술력을 기반으로 품질 경쟁력까지 끌어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고 한때 제기됐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우려도 예상보다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브랜드들의 공세는 이제 단순히 수입차 시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내 완성차 시장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는 것은 가격만이 아니라 완성도와 품질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