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매매 1.79% 오를 동안 전세는 2.20%↑
전문가,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국지적으로 발생 가능”
▲5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될수록 전세가격 상승폭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선 국지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5월 첫째 주 기준 1.56%를 기록했다.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 상승률(0.98%)을 0.58%p(포인트) 상회했다.
수도권 전세 상승률(2.20%)은 매매가격 상승률(1.79%) 대비 0.41%p 높았고 비수도권은 전세 상승률이 0.94%로 매매 상승률(0.20%)을 0.74%p 웃돌았다.
서울은 매매 상승률(2.81%)이 여전히 전세 상승률(2.61%)을 웃돌고 있으나 격차는 그간 꾸준히 축소돼 최근에는 0.20%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다주택자 규제 발표일인 2월 12일을 전후로 전세가격을 살펴보면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동향 조사를 기준 전세가격은 전국 0.09%, 수도권 0.12%, 서울 0.14% 수준의 주간 평균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년 대비 올해 전세가격 상승폭은 크게 확대됐다. 누적으로 보면 1월 말 대비 4월 말까지 누적 상승률은 전국 1.12%, 수도권 1.59%, 서울 1.81%이다. 작년 동기간과 비교하면 전국은 1.09%p, 수도권은 1.37%p, 서울은 1.38%p 상승했다.
전셋값 누적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기 수원시 영통구(4.57%)였고 이어 경기 안양시 동안구(4.53%), 전남 무안군(4.39%), 서울 성북구(4.20%), 경기 용인시 기흥구(4.16%), 경기 광명시(4.08%), 서울 노원구(4.06%), 경기 용인시 수지구(3.90%), 서울 광진구(3.82%), 경기 화성시 동탄구(3.82%) 등 순이었다.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직전 주 대비 0.23% 올라 2015년 11월 셋째 주(0.26%)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전세가 상승 배경은 이재명 정부의 일관된 다주택자 규제 정책이다. 정부는 다주택자 규제 정책을 연달아 발표하고, 대출·거래·세제 등을 단계적으로 강화해왔다.
지난해 발표된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인 6·27 대책을 시작으로 다주택자 대상 대출 규제가 본격화 됐다. 금융 규제인 6·27 대책으로 다주택자가 주택을 추가 매입하는 경우 주택담보대출 LTV 0%가 적용되면서 대출이 제한됐다.
거래 규제인 10·15 대책은 실거주 목적이 아닌 경우 아파트 매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보유세 개편 논의가 나오면서 세제 측면의 규제 역시 점차 강화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될수록 전세가격 상승폭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다주택자가 임대차 시장에서 전·월세 매물을 공급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 강화로 매물 공급이 위축될 경우 임대차 시장 내 수급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폐지 이후로는 매물 잠김 현상이 예상된다.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심리가 일부 위축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월에 124였다가 2월에 108로 크게 하락했다. 이후 3월에 96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발표된 2월 12일을 기점으로 주택 가격 전망이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권대중 한성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로는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주택시장은 보합세를 유지하면서 당분간 소강상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5월 말부터 7월까지 주택시장은 비수기이기 때문에 현재 높은 가격으로 보합세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외곽 지역은 여전히 강세일 것으로 전망했다. 권 교수는 “수요보다 공급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가을쯤 가면 외곽 만이 아니라 전 지역이 모두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8월 말 9월 이사철이 다가오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전세시장 불안이 심화될 것으로 봤다. 8일 부동산 빅데이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2만6512건에서 올해 1만6240건으로 38.8% 감소했다.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의 영향을 받은 강남3구는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전셋값은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가팔랐다.
서초구는 올해 매매가격이 누적 1.00% 오른 반면 같은 기간 전셋값은 3.65% 올라 격차가 2.65%p로 컸고 강남구(매매 -0.38%, 전세 0.84%), 송파구(매매 1.37%, 전세 2.09%)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강남3구와 함께 약세권에 포함됐던 용산구(매매 1.13%, 전세 2.36%)도 전세 상승률이 매매가격 오름폭을 웃돌았다. 중하위권인 노원구(매매 3.48%, 전세 4.06%)는 매매 상승률이 상당한 수준임에도 전세가격은 그보다 빠르게 올랐다.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서울 강북권 등 특정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매물 부족으로 일부 매수 전환 수요가 발생하고 있으나 매매가를 밀어올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설명한다.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서면 매매가격을 자극한다는 것이 통설인데,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4월 기준 50.09%로 낮다는 것이다.
다만 강북권과 경기도, 인천은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수준이다. 중랑구나 금천구는 이미 60%를 웃돌고 있으며 경기(66.7%)나 인천(68.5%) 등 수도권도 높은 수준이다.
박 위원은 “전체적으로는 아닐지라도 국지적으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