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한수원 시설 총동원…기존 인프라 활용 극대화
하굿둑·방조제까지 연계 운영…신규 댐 없이 4조원 절감 기대
AI 홍수예보·도시침수예보 도입…선제 대응 시간 확보
▲경북 청정양수발전소의 하부 댐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신규 댐을 건설하기 보다 기존 농업용 저수지와 수력·양수발전댐의 '숨은 물그릇'을 최대한 활용해 여름철 홍수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기후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기존 시설 운영 방식을 바꿔 홍수조절 능력을 최대 10%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1차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여름철 홍수대책'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은 신규 댐 건설이 아닌 물그릇 확보와 인공지능(AI)·디지털트윈(DT) 기반 예측 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우선 농업용 저수지와 발전댐, 하굿둑 등을 활용해 기존보다 추가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전체 홍수조절용량은 기존 108억2000만톤에서 118억6000만톤으로 최대 9.6%(10억4000만톤) 늘어난다. 이는 한탄강댐 약 3개 규모의 홍수조절 효과와 비슷한 수준으로 신규 댐 건설 없이 약 4조원의 예산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기후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업해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용 저수지의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사전 방류 등을 실시해 홍수조절용량을 기존 6억4000만톤에서 최대 10억6000만톤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금강·영산강·낙동강 하굿둑과 아산만 방조제 역시 운영 기준을 조정해 추가로 1억5000만톤 규모의 물그릇을 확보한다.
기후부는 지역별 강우 상황과 상류 댐 방류 현황 등을 종합 분석해 홍수 위험이 커질 경우 사전 방류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또 홍수통제소의 수문 방류 승인 대상을 기존 38곳에서 58곳으로 확대해 저수지·하굿둑·댐을 연계한 통합 대응 체계도 강화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수력발전댐과 양수발전댐도 홍수 대응에 적극 활용된다. 수력발전댐의 홍수조절용량은 기존 3억8000만톤에서 최대 8억5000만톤 수준으로 확대된다. 강우 예보 시 미리 수위를 낮추는 방식으로 추가 물그릇을 확보하는 구조다.
양수발전댐은 강우 예보 전에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리는 방식 등을 통해 총 3000만톤 규모의 추가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한다.
정부는 AI 기반 예측 체계도 강화한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도시침수예보는 서울 강남역과 신대방역 일대 등 6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침수 범위와 수심을 사전에 예측해 '침수주의보'와 '침수경보'를 발령하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소방당국이 출입 통제와 차수판 설치 등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 홍수예보 시스템도 고도화된다. 레이더 기반 초단기 강수예측 모델의 적용 범위를 남한 내륙에서 한반도 전체로 확대하고, 해상도 역시 8㎞에서 1㎞ 수준으로 세분화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홍수특보 발령 시간을 앞당기고 주민 대피 시간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홍수 위험 지역과 하천·하수도 시설에 대한 집중 점검도 병행한다. 기존 안전안내문자로 발송되던 홍수 '심각' 단계 정보는 최대 음량으로 전달되는 긴급재난문자로 격상해 발송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기존 댐과 저수지, 하굿둑을 최대한 활용해 홍수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은 수조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 사례"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