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태안 약 145㎞ 직접 시승
기아 첫 전동화 세단 EV4, 전기차 시장 새 기준 제시
넓은 실내·490L 트렁크…SUV급 공간 활용성 강점
533㎞ 주행거리·우수한 전비…안정적인 주행 성능 구현
미래형 디자인·첨단 사양 갖춘 전기 세단 기대주
▲기아 'EV4'. 사진=박지성 기자
전기차 시장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재편된 가운데 기아가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기아는 브랜드 최초의 전동화 세단인 'EV4'를 앞세워 라인업 확대와 동시에 전기차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기아 EV4는 단순히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얹은 세단이 아니다. 실용성과 효율, 공간 활용성, 주행 안정성까지 두루 갖추며 전기 세단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특히 SUV 일색인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세단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과 주행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공간성과 활용도를 극대화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최근 서울에서 충남 태안까지 약 145㎞ 구간을 직접 주행하며 도심과 고속도로, 와인딩 구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차량의 상품성을 체험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EV4는 “전기 세단도 충분히 실용적 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모델이었다.
▲기아 'EV4' 전·후면. 사진=박지성 기자
첫 인상은 미래지향적 디자인 그 자체였다. 기아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기반으로 완성된 외관은 기존 내연기관 세단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낮게 떨어지는 후드 라인부터 트렁크 끝단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는 실루엣은 공기 흐름을 고려한 전동화 세단 특유의 매끈함을 강조했고 휠 아치를 감싸는 블랙 클래딩은 SUV의 감성을 일부 녹여냈다. 특히 차체 후면 양 끝에 배치된 루프 스포일러는 기존 세단에서 보기 어려운 요소로 EV4만의 독창적인 실루엣을 완성했다.
실내 공간은 예상보다 훨씬 넓었다. EV4는 전장 4730㎜, 전폭 1860㎜, 전고 1480㎜의 차체를 기반으로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특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덕분에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넉넉한 헤드룸과 레그룸을 제공했다.
2열 공간은 세단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였다. 높은 전고와 평평한 바닥 설계 덕분에 탑승 공간 활용성이 뛰어났고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 모두 여유가 있었다. SUV 못지않은 공간성을 구현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다.
▲기아 'EV4' 1열·2열 사진=박지성 기자
▲기아 'EV4' 적재공간 사진=박지성 기자
적재 공간 역시 인상적이다. EV4는 동급 최대 수준인 490L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개구부가 넓고 적재 깊이도 충분해 여행용 캐리어나 캠핑 장비 등을 싣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주행 감각은 전형적인 전기차의 장점을 잘 살렸다. EV4는 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 28.9㎏·m의 성능을 발휘한다. 수치만 보면 폭발적인 고성능 전기차 수준은 아니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부족함 없는 가속력을 제공했다.
도심에서는 전기차 특유의 정숙함과 부드러운 승차감이 돋보였다. 가속 페달 반응은 즉각적이었고 저속에서도 차량 움직임이 매끄러웠다. 신호 대기 후 출발하거나 좁은 골목길을 지날 때도 차체 움직임이 안정적이었다.
진가는 고속도로에서 더욱 드러났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지나 태안으로 향하는 구간에서 EV4는 안정적인 직진성과 탄탄한 하체 세팅을 보여줬다. 배터리가 차체 하부에 배치된 전기차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고속 코너링에서도 차체 흔들림이 크지 않았다.
특히 이날은 많은 비가 내리며 노면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차량은 안정적인 접지력을 유지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2)와 차로 유지 보조 기능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장거리 운전 피로도를 줄여줬다. 차선 중앙 유지 능력도 우수했고, 앞차와의 거리 조절 역시 자연스러웠다.
EV4의 또 다른 강점은 효율이다. 롱레인지 모델 기준 81.4㎾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533㎞ 주행이 가능하다. 복합전비는 5.8㎞/㎾h로 장거리 주행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실제 시승에서도 전비 효율은 기대 이상이었다. 고속도로와 도심 주행이 혼합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전비를 유지했으며 주행 가능 거리 표시 역시 비교적 정확하게 작동했다. 실제 이날 145㎞를 주행한 후 기록한 전비는 6.3㎞/㎾h였다. 장거리 운행에 대한 불안감을 상당 부분 줄여주는 요소다.
▲기아 'EV4' 주행 기록. 사진=박지성 기자
충전 성능도 준수하다.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31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실제 주행 후 배터리 잔량이 50% 수준이었지만 충전 시작 후 15분이 채 지나지 않아 90%에 가까운 수준까지 충전되며 우수한 충전 효율을 체감할 수 있었다.
가격 경쟁력도 강점이다. EV4의 판매 가격은 스탠다드 모델 기준 4042만원부터 시작하며 4륜구동 롱레인지 GT라인은 5258만원이다.
EV4는 SUV 중심으로 흘러가던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세단의 존재 가치를 다시 보여준 차량이다. 넓은 공간과 우수한 효율, 안정적인 주행 성능까지 갖추며 전기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EV4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