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엽수 중심 생태 회복 뚜렷…산불·산사태 대응력 강화 확인
▲(좌)2025년 3월 31일 산불 직후의 고운사 (우)2026년 5월 17일 산불 1년 후의 고운사. 제공-안동환경운동연합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지난해 의성지역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던 고운사 사찰림이 자연복원을 통해 빠르게 회복되며 재난에 강한 숲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림이 크게 감소하고, 활엽수 중심의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산불과 산사태 위험이 동시에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안동환경운동연합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불교환경연대, 서울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 등 5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연대체는 22일 유엔(UN)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강원대학교 이규송 교수 연구팀과 함께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산불 이후 자연복원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 고운사 사찰림의 식생 회복 상황을 집중 분석한 자료다. 조사 범위는 고운사 사찰림 248ha를 포함한 전체 유역 401ha 규모에 걸쳐 진행됐다.
고운사 사찰림은 2009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경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발생한 의성 산불로 전체 면적의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다.
▲좌. 2024년 5월 23일(산불 전 정상), 중. 2025년 5월 30일(산불 2개월 후), 우. 2026년 5월 18일(산불 1년 후). 같은 5월 시기에 사찰림 유역의 푸르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제공-안동환경운동연합
이후 사찰 측은 대규모 인공조림 대신 자연 회복 방식의 복원을 선택했고, 시민사회와 학계가 함께 모니터링을 이어오고 있다.
조사 결과 산불 피해지의 76% 이상에서 자연 식생 회복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단계에서는 참싸리와 같은 콩과 식물이 가장 먼저 자리잡으며 토양에 질소를 공급했고, 이후 굴참나무와 신갈나무 등 활엽수가 자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성 자료를 활용한 분석에서도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이 인공위성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식생지수(NDVI)는 산불 직후 0.14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5월 기준 0.516까지 상승했다. 이는 산불 이전 평년 수준의 약 70%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산불 이후 숲의 구조 변화가 눈에 띄었다. 산불 전 고운사 사찰림의 상당 부분은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림이었다. 하지만 불길에 약한 소나무 특성 때문에 대규모 수관화 피해가 발생했고, 산림 상층부까지 불이 번지며 피해 규모를 키웠다.
반면 산불 1년이 지난 현재 소나무림 비중은 기존 대비 100분의 1 수준까지 감소했다. 대신 굴참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류 활엽수가 대부분의 공간을 채우며 새로운 숲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산불 이전 활엽수림 지역일수록 회복 속도가 빨랐다고 분석했다. 기존 활엽수림 지역은 대부분 높은 수준의 회복 상태를 보인 반면, 침엽수림 지역은 상대적으로 회복률이 낮게 나타났다. 숲의 원래 생태 구조가 복원 방향과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산사태와 토양 유실 위험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산지 토양 침식 모델을 활용해 집중호우 상황을 가정한 분석을 진행한 결과, 산불 직후와 비교해 토양 침식 위험 구간은 크게 감소했고, 안정 구간은 대폭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활엽수 기반 식생이 토양을 안정적으로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산불 직후 우려됐던 대규모 토사 유출 가능성도 시간이 지나며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규송 강원대 교수는 “자연복원이 가능한 지역은 인위적 조림보다 생태계의 자생적 회복력을 활용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1년간 축적된 데이터가 자연 기반 복원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사례가 국제 사회가 강조하는 생물다양성 보전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전 세계적으로 자연복원이 경제성과 생태적 효과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고운사 사례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복원의 대표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대체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보호지역 산림 관리는 보전 중심 원칙을 우선해야 하며, 산불 피해지 복구 역시 획일적 인공조림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복원 가능성을 먼저 판단하는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시민사회와 전문가, 행정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산림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편 연대체는 오는 8월 식생과 동물, 곤충, 음향 생태 등을 종합 분석한 통합 모니터링 보고서를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