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현의 소재 탐구 ⑧배터리 안전 좌우하는 ‘분리막’
양음극 분리·전해질 이온 경로 만들어 안정성 유지
석화업계, PE·PP 필름 기반 건식·습식 공법 적용
배터리 경량화 위해 더 얇고 더 안전하게 기술경쟁
LG화학·SKIET 등 고난도 기술·생산 고도화 주력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 직원이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전동화가 지연되면서 배터리 시장의 일시적 수요 침체(캐즘)가 길어지고 있지만 배터리 안정성을 좌우하는 분리막 사업에 대한 국내 화학업계의 의지가 여전하다. 전기차 확대 기조가 분명해 당장 수익성 부진을 이유로 정리하기보다 생산 구조를 효율화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다.
다른 석화 소재처럼 범용 분리막은 저가 대량 생산에 유리한 중국이 잡고 있지만, 분리막 사업에 일찍이 뛰어든 국내 기업들이 더 얇으면서도 고도의 안정성을 갖춘 배터리 분리막 개발·생산에 집중하면서 미래 시장을 준비 중이다.
15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분리막 기업들은 자사의 생산 구조를 효율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미래 전동화에 대비하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지난달 말 중국 사업장을 현지 기업에 매각하고 충북 증평 공장에서 생산을 더 이상 안하기로 결정했다. 대신에 폴란드에서 진행 중인 12억㎡ 규모의 2~4공장 증설에 집중해 고도화된 생산 설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LG화학도 헝가리 공장의 원단 분리막 사업을 정리하고 기술 난이도가 높은 분리막 생산에 집중한다.
분리막은 배터리 안에서 움직이는 전해질 이온을 통과시키면서도 양극과 음극이 맞붙는 현상을 막는 소재다.
배터리 내부는 전자의 흐름에 따라 양극과 음극으로 나뉘는데, 두 극이 붙으면 큰 폭발이 발생하기 때문에 분리막이 필수다. 리튬을 전해질로 쓰는 배터리의 분리막은 리튬배터리분리막(LiBS)으로 부른다.
대표적인 석유화학 소재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필름이 분리막의 주 재료다. PP나 PE 필름을 적절히 당겨 찢는 건식 공법이나 유기용제를 첨가해 압착하는 습식 공법을 이용해 전해질 이온만 통과시키는 기공(구멍)을 만든다. 분자의 통과를 막으면서 전자의 흐름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미세한 수준까지 관리되는 공정이 필요하다.
건식공정보다는 습식공정이 안전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필름을 찢는 방식으로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전해질 분자가 통과할 정도로 큰 기공이 생겨 양극과 음극 간 분리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습식공정은 PP·PE 필름에 유기용제를 첨가해 압착한 뒤 용제를 제거하는 방식이라 덩어리가 큰 분자의 이동이 생길 가능성이 줄어든다.
석화기업들이 분리막 제조 기술에 뛰어든 건 2000년대부터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2007년 국내 최초, 세계에서 3번째로 리튬전지 분리막을 개발한 뒤 국내와 중국, 폴란드 세곳에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LG화학도 2021년 LG전자에서 분리막 사업을 넘겨받은 뒤 사업을 영위해왔다.
다만 배터리 분리막 사업도 배터리 캐즘 영향에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SKIET는 지난 1분기 73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도 영업적자를 이어갔다. LG화학도 분리막 사업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는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업을 놓아버리면 전동화 기조에 따른 전기차 사용과 전력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는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크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처럼 무게를 어떻게든 최소화해야 하는 배터리에는 더 얇으면서도 안정성이 우수한 분리막을 쓰는 것이 유리하므로 범용 단계를 뛰어 넘은 국내 분리막 기업들이 앞설 수 있는 요인이 남아 있다.
대중국 배터리 공급망 견제 움직임도 기댈 수 있는 요인이다. 유럽연합(EU)이 최근 배터리를 포함한 전략산업의 역내 제조를 촉진하기 위한 산업가속화법안을 내놓으면서 배터리 주요 부품도 EU 주요 원산지 요건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법안 시행 3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 중 셀과 관리 시스템, 양극재를 포함한 5개의 주요 부품이 EU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