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찍었나” 국제유가 70달러대로 하락…월가도 전망치 줄하향 [머니+]

박성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6.17 12:00

국제유가 4일만에 15% 급락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 전망

“내년엔 국제유가 60달러대로”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기대 확산

GLOBAL-OIL/EXPORTS

▲미 원유시추기(사진=로이터/연합)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며 약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유가 상승을 전망해온 월가에서도 최근 잇따라 전망치를 낮추면서 이란 전쟁 이후 이어진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6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5.06% 급락한 배럴당 78.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선을 밑돈 것은 이란 전쟁 발발 직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3월 2일(77.74달러)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는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총 15%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는 올해 들어 가장 긴 하락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전 거래일보다 5.8% 급락한 배럴당 76.05달러에 마감했다.


◇ “이란 MOU 서명직후 석유판매"…공급부족 우려 완화



최근 유가 하락의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를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즈호의 밥 요거 에너지 선물담당 이사는 “호르무즈 해협이 조만간 재개방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특히 이란이 오는 19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예정된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원유 수출을 본격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날 유가 하락폭을 키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MOU 체결 직후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관련 파생상품 수출을 허용하는 예외 조치를 발급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금융결제와 해상 운송, 보험 등 관련 서비스 허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란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을 허용하기 위해 기존 제재를 면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가 해제되고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다시 공급될 경우 글로벌 원유 수급 압박은 한층 완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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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브렌트유 선물 가격 추이(사진=트레이딩뷰)

◇ 중국 경기 둔화·우크라 종전 기대도 유가에 하방


이란 전쟁 외에도 중국 경기 둔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 주요국 기준금리 상승 등이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지난달 들어 더욱 불균형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원유 수요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원유 정제 처리량은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해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을 “매우 좋은 만남"이라고 평가하며 러시아를 향해 평화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프랑스 에비앙레뱅에 모인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했다. 일부 유럽 정상들은 이를 계기로 종전 가능성에 대한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크라 전쟁이 종식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일부 제재가 완화되면서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 고금리 환경이 유지되면 경제 성장과 원유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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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선박들(사진=로이터/연합)

◇ 월가도 잇따라 유가 전망 하향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중동 원유 공급 정상화를 반영해 유가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90달러에서 8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평균 가격 전망치도 80달러에서 75달러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합의 세부 내용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페르시아만 원유 수출이 오는 7월 말까지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브렌트유 현물 가격을 반영하는 '데이티드 브렌트'의 3분기 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100달러에서 9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4분기 전망치는 배럴당 80달러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아직 협상해야 할 사안이 많고 주요 위험 요인도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번 미국과 이란 간 합의가 갈등 완화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 증가를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쟁으로 감소한 원유 생산량의 50%는 오는 9월까지, 80%는 12월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나머지 물량도 2027년 초에는 복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 역시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배럴당 75달러, 7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7년 전망치는 기존 80달러에서 65달러로 대폭 낮췄다.


씨티그룹은 미국과 이란이 MOU 체결 이후 후속 협상을 통해 7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운송을 대부분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해당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60%로 제시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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