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 공식 발효…60일간 쟁점 논의
19일 스위스 서명식은 일단 예정대로
트럼프 ‘강경→유화’ 오락가락
“양보 많다” 비판 속 “폭격 재개” 경고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FP/연합)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공식 발효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 공습 재개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면서 합의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한 모습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이자 미국 내 보수 강경파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어 향후 60일간 진행될 최종 협상이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 인근 베르사유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만찬 직전에 MOU에 직접 서명했다. 미 당국자는 서명을 통해 MOU가 공식 발효됐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미국과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영어와 페르시아어로 작성된 MOU에 전자 방식으로 서명했다고 전했다.
MOU는 앞서 지난 14일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전자 방식으로 먼저 서명한 바 있다. 당초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대면 서텽을 통해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이날 양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실제로 진행될지는 불분명하다.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번 MOU는 지난 4월 발표된 휴전을 추가로 60일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휴전 적용 범위에는 레바논도 포함되며 양측은 이 기간 동안 최종 종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전면 재개방,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대이란 제재 및 동결 자산 해제, 재건을 위한 3000억달러 규모 투자기금 조성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면 미국이 이란산 에너지 수출을 허용하고 동결 자산 일부 해제에 나서는 구조인 셈이다. 이 같은 선지급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하며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2015년 이란핵합의(JCPOA)보다 더 후한 면도 있다. MOU에 따르면 동결자산의 최종 수혜자를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하도록 했다. 수혜처를 인도주의 사업 등 비제재 대상에 국한한 JCPOA와 다르다.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선박들(사진=로이터/연합)
미국 내 강경파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스스로 설정했던 '레드라인'을 모조리 허물어버렸다"고 짚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말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한 직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이란의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유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그것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란이 약간 보유하지 못하는 건 좀 불공평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사일은 문제가 아니다"라며 “특정 지역에는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지구 전체를 날려버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변 국가들은 모두 그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전력 생산 같은 목적을 위해 이란에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소 엄격한 것 같다"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의 자산 해제와 관련해 “그 돈은 우리의 돈이 아니라 이란의 돈"이라며 “과거 특정 시점에 우리가 동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돌려줘야 할 것 같다"며 “만약 돌려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누구도 달러를 신뢰하고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테러지원국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자산 동결을 정당화해 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MOU 체결 이후 진행될 60일 간의 후속 협상과 관련해 “그들이 제대로 행동하기만 한다면" 60일을 “엄격한 기한"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AFP/연합)
이와 관련해 빌 캐시디(공화·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은 “전쟁 전에는 해협은 열려 있었고, 이란은 제재로 박살 나고 있었으며 미군 13명은 살아 있었다"며 “이제는 미국인 13명이 숨졌고, (미국의) 가정들은 주유비로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냈으며, 제재는 해제될 예정이고 폭격은 멈췄다. 이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외교 정책 실수"라고 비판했다.
강경파인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도 “우리를 죽이려는 신정주의 광인들에게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주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점은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번 MOU가 최종 평화협정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화당 강경파들의 반발이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등 가장 민감한 쟁점들이 대부분 향후 60일간의 후속 협상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갈리바프 의장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60일의 기간이 끝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요금을 부과할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이 개방되고 통행료도 영구적으로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다가 며칠, 때로는 몇 시간 만에 방향을 바꾼 전례가 적지 않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이란이 합의를 위반했다고 판단될 경우 이번 MOU 역시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합의를 위반한다면 강력한 폭격에 나설 것"이라며 “내가 만족하지 못하거나 이란이 제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즉시 폭격을 재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