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무형유산 지정 후 첫 ‘만드리 민속공연’ 개최
모내기와 들소리 재현…공동체 정신 잇는 살아있는 농경문화
▲초여름 햇살이 내려앉은 논에서 한 사람이 선소리를 메기면,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후렴을 받는다. 모를 심는 손놀림은 노랫가락과 하나가 되고, 논배미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이 번져간다. 기계가 농사를 대신하는 시대지만 화순 능주에서는 수백 년 이어온 농경문화가 여전히 사람들의 삶 속에서 숨 쉬고 있다. 제공=화순군
화순=에너지경제신문 문승용 기자 초여름 햇살이 내려앉은 논에서 한 사람이 선소리를 메기면,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후렴을 받는다. 모를 심는 손놀림은 노랫가락과 하나가 되고, 논배미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이 번져간다. 기계가 농사를 대신하는 시대지만 화순 능주에서는 수백 년 이어온 농경문화가 여전히 사람들의 삶 속에서 숨 쉬고 있다.
화순군은 오는 27일 오전 능주면 역사관과 관영리 들녘에서 '능주들소리 만드리 민속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능주들소리가 전라남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처음 열리는 행사다. 능주들소리 보존회원과 주민, 향우, 관광객들이 함께 논으로 들어가 모내기와 들소리를 재현하며 선조들의 삶과 공동체 문화를 되새긴다.
능주들소리는 단순한 노동요가 아니다. 모내기와 김매기, 수확에 이르기까지 농사일의 고단함을 덜고 서로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불렀던 삶의 노래다. 선창과 후창이 이어지는 구성 속에는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던 농촌 공동체의 질서와 협동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러한 역사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2024년 한국민속예술제에서 전승상을 수상했으며, 이어 전라남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화순군은 오는 27일 오전 능주면 역사관과 관영리 들녘에서 '능주들소리 만드리 민속공연'을 개최한다. 제공=화순군
행사는 능주면 역사관 개회식을 시작으로 관영리 들녘에서 실제 모내기 작업과 함께 능주들소리를 재현하는 순서로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논에서 직접 농사일을 체험하며 과거 농촌의 풍경과 노동의 리듬, 공동체의 온기를 몸소 느낄 수 있다.
능주들소리 만드리 민속공연은 행사에 앞서 능주복지회관을 출발해 석고리노인회관, 중앙교회, 삼거리식당, 능주농협, 능주역사관까지 이어지는 길놀이가 펼쳐져 마을 전체가 흥겨운 전통문화의 무대로 변한다.
'만드리'는 전라도 방언으로 벼농사의 마지막 세 번째 김매기를 뜻한다. 가장 힘든 농사일을 끝낸 뒤 모두가 함께 부르던 들소리에는 풍년을 바라는 간절한 염원과 서로를 격려하는 공동체의 마음이 담겨 있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이번 공연이 단순한 민속행사를 넘어 사라져가는 농경문화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논에서 울려 퍼지는 능주들소리는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