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본코리아, 충남 예산서 기자간담회…상생계획 설명
지역 특산물 콘텐츠로 '방문 이유' 만드는 예산 모델
한국관광공사 '지방 인바운드 구상'과 같은 방향 향해
“저출산에 줄어드는 외식 인구, 외국인으로 메워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6일 충남 예산군 더본외식산업개발원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ESG 상생프로젝트 예산 지역개발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본코리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관광 대국이 돼야 합니다. 외국인이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해요."
지난 26일 충남 예산군 더본외식산업개발원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쇠락한 전통시장을 어떻게 되살렸는지 설명하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발언은 어느새 '관광 대국'으로 가기 위한 길로 이어졌다. 시장 한 곳을 살린 이야기가 국가 관광산업에 대한 구상으로 넓혀진 것이다.
외식·식품 회사가 왜 지방 전통시장에 매달리느냐는 물음에 백 대표는 회사에 분명히 득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봉사가 아닌 사업으로 규정한 것으로, 적자를 감수하며 지방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본업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예산시장 전경. 사진=더본코리아
◇ 백종원 대표 “예산시장은 '주택시장의 모델하우스'"
예산시장은 더본코리아가 지역개발 해법을 입증하기 위해 만든 사례다. 한때 하루 방문객이 10여명에 불과했던 이 시장은 더본코리아와 예산군, 지역상인의 협업을 거쳐 지난달까지 누적 관광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만 160만명이 다녀갔다.
백 대표는 이 시장을 '본보기', '마중물', '모델하우스(견본주택)'라고 거듭 표현했다. 직접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다른 지역이 따라할 수 있도록 먼저 보여주는 시범 공간이라는 뜻이다.
'1000만명 방문'이라는 숫자 뒤에는 더본코리아가 설립한 '외식산업개발원'이 있다. 더본코리아는 시장에 들어가기 전 이 조직을 세워 위생 교육과 메뉴 개발, 지역 컨설팅을 맡겼다. 본관과 별관에 직원이 상주하며 상인을 교육하고 메뉴를 개발하는데,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가 외식산업개발원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상권을 살리는 방식도 독특했다. 백 대표는 “100만원(매출)을 100명(100개 상점)이 나누면 티가 안 나지만 한 곳(한 상점)에 몰아주면 100만원을 쓰는(매출을 올리는) 곳이 생긴다"며, 효과가 큰 곳에 관광객을 먼저 모은 뒤 상권 전체로 온기를 퍼뜨렸다고 설명했다.
청년창업 지원도 사업모델의 한 축이다. 더본코리아는 타 지역 청년이 예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보증금과 인테리어, 메뉴개발, 교육비를 지원하고, 지역자활센터와 협업해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한다. 회사는 이 모델을 충남방적 유휴공간(3만평)과 삽교시장 곱창특화거리, 전통주 체험단지, 경기 여주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 “외국인이 들어와 밥을 먹어야 한다"
백 대표의 구상은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간다. 종착점은 '관광 대국'이고, 동력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핵심은 더본코리아의 본업에서 출발한다. 저출산으로 국내 외식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외식·식품 사업의 파이를 키우려면 외부에서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두 끼 먹던 사람이 세 끼를 먹게 하거나, 외국인이 들어와 밥을 먹게 하는 것 외에는 파이를 늘릴 방법이 없다고 했다.
외국인을 불러들이는 수단이 지역이다. 지역 특산물에 이야기를 입혀 콘텐츠로 만들고 '그곳에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이유'를 갖추면, 외국인의 발길이 지방까지 이어진다는 구상이다. 그는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약 946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반면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약 365만명에 그친 점을 들며, 지역 콘텐츠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일본식 관광을 참고 사례로 꼽았다.
다만 이는 아직 구상 단계다. 더본코리아는 현재 예산시장 모델이 외국인 유치를 겨냥한 단계는 아니고 당장은 내국인을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시장 음식들. 가격도 저렴했다. 사진=더본코리아
◇ “콘텐츠는 더본이 만들고, 길은 정부가 닦아야"
외국인을 지방까지 끌어들이는 일은 콘텐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왜 그곳에 가야 하는가'를 만드는 것이 더본의 몫이라면, '어떻게 도착하게 할 것인가'는 정부의 역할이다.
한국관광공사도 올해 '지방공항 기반 외래객 유치' 계획을 내놨다. 외래객의 65%가 인천공항으로 들어와 수도권에 머무는 구조를 깨기 위해, 청주·대구 등 지방공항에 직항노선을 유치하고 지역 콘텐츠와 공항 접근성, 숙박 인프라를 함께 키운다는 내용이다. 지역 스토리 콘텐츠로 외국인을 지방에 분산시킨다는 방향이 더본의 구상과 일맥상통한다. 백 대표가 이날 간담회에서 “지역에 중가(中價) 비즈니스 호텔이 부족하다"고 짚은 대목은 관광공사가 지방공항의 약점으로 꼽은 '배후지역 숙박 인프라 부족'과도 닿는다.
▲예산시장 골목. 금요일 늦은 오후임에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사진=송민규 기자
회사의 실익도 분명하다. 백 대표는 지역에서 나오는 직접 수익은 거의 없다면서도, 보이지 않는 이득을 강조했다. 지역 특산물로 메뉴를 개발하며 쌓이는 데이터와 노하우, 지역마다 외식산업개발원이 생기며 확보되는 전국단위 식품개발 인력이다. 그는 이를 식품회사가 연구개발(R&D)비를 효율적으로 쓰는 것에 비유했다.
미래 수익원에 대한 윤곽도 밝혔다. 백 대표는 예산시장이 저녁 8시 반이면 손님이 끊기는 이유를 “잘 곳이 없어서"라고 말해 지역 중가 호텔 사업을 거론했다. 또한 지역 특산물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온라인 판매 상품으로 이어진다며 유통사업과의 연결 가능성도 언급했다. 사업방식은 컨설팅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길과, 수익성이 분명한 경우 직접 투자해 지자체와 공동사업으로 가는 길 두 갈래다.
◇ “지난해 위기 견뎌…검증 거친 모델"
이 모델은 이미 한 차례 검증을 거쳤다. 지난해 예산시장이 위기에 몰렸을 때다. 백 대표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유튜버들이 몰려와 상인들의 가스통 배치 같은 사소한 문제를 국민신문고 등에 무더기로 고발했고, 이런 민원이 62건에 이르면서 예산군 공무원 100여명이 경찰·검찰 조사를 받았다. 대부분은 무혐의로 끝났지만, 그 사이 방문객은 급감했다.
▲최재구 예산군수가 26일 충남 예산군 더본외식산업개발원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ESG 상생프로젝트 예산 지역개발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본코리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최재구 예산군수는 이 시기를 전환점으로 꼽았다. 손님이 끊기자 상인들이 오히려 뭉쳤고, 음식에 더 신경 쓰고 가격을 올리지 않으며 자생력을 키운 결과 주말 방문객이 3만명에서 4만명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것이다.
상가 매입 방식도 백 대표가 직접 설명한 사안이다. 그는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가를 상장 준비 중이던 더본코리아 명의로 사들이면 주주 배임 소지가 있다고 보고,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의 예치금으로 예산시장 내 상가 5곳을 매입한 뒤 더본코리아가 은행 이자보다 높은 임대료를 내고 임차하는 구조를 택했다고 밝혔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방문객 수 외에 매출·고용 같은 경제효과를 보여줄 지표는 부족해, 예산군조차 “사람(방문객) 숫자만 볼 수 있다"고 했다. 7년간 쌓인 누적적자 50억원을 더본코리아는 ESG 투자라고 설명한다. '장터광장' 상표권을 더본 명의로 등록한 데 대해 백 대표는, 향후 통영·강진 등 각지의 장터광장 모델을 서울 강남 같은 도심으로 진출시킬 때 누군가 상표를 선점해 사용료를 요구하거나 지자체의 진출을 막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료를 받으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산시장 대흥상회 김지준 점주. 사진=더본코리아
◇ 예산시장 상인들 “아기 울음소리를 다시 들려"
예산시장에서 52년 장사를 했다는 어물점포 점주 김지준 씨는 처음엔 시장 개발에 반대했다. 어물점은 앞이 환해야 하는데 빛이 가려지고 바닥도 다 뜯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백 대표가 들어와 일하는 것을 반대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옛날엔 재래시장이 죽어가면서 노인들만 남았어요. 아기를 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아기 우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듣고 유모차도 넘쳐요." 스물네살에 장사를 시작해 이제 은퇴를 앞둔 그는 백 대표가 “한 수 위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간담회가 열린 26일 기자가 직접 찾은 예산시장은 평일임에도 곳곳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단위 관광객과 함께 일본과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보였다.
▲예산시장 골목 곳곳에 무인사진관과 갸차샵이 들어섰다. 예산시장에 젊은층이 찾는다는 의미다. 사진=송민규 기자
지난해의 고비도 김 씨의 기억에 또렷했다. “텔레비전을 틀면 백종원, 유튜브에 들어가도 백종원, 깎아내리는 것만 나오는데 끈기와 용기로, 깡으로 버텼어요." 김 씨는 자신보다 청년들을 더 걱정했다. “새로 장사하는 청년들은 더해요. 우리야 저물어가는 인생이지만, 그 사람들은 앞이 창창한데 잘돼야 하잖아요."
전국의 다른 지역이 예산을 따라 '제2, 제3의 예산시장'으로 거듭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 외식기업이 그리는 그림이 정부의 지방관광 활성화 과제와 같은 방향을 보고 있고, 그것이 회사가 가장 잘하는 영역 안에서 움직인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상인의 마지막 말은 앞을 향해 있었다. “예산 장터광장이 더 잘되기를 정말 바라 마지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