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홈플러스의 법원 회생계획 인가 여부 결정이 다음 달 3일로 다가온 가운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겨냥한 검찰 수사와 금융당국 제재, 정치권의 청문회 요구가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회생이 무산되면 청산(파산)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대주주 책임론도 함께 번지고 있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홈플러스의 단기 채권 발행 과정에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이 있었는지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홈플러스 재무 담당 임원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MBK 경영진도 순차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문제 삼는 채권은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다. 둘 다 만기가 짧은 단기 자금조달 수단이다. 검찰은 MBK 측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정을 알고도 이런 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한 뒤 곧바로 기업회생을 신청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넘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사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검찰은 지난해 4월 홈플러스·MBK 본사와 김병주 MBK 회장, 김광일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등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고, 12월에는 김 회장과 김 부회장을 피의자로 조사했다. 다만 올해 초 법원이 김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가 한동안 주춤했다가 최근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다음 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MBK의 제재 수위를 정할 전망이다. 쟁점은 불건전 영업행위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 여부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MBK 제재심이 7월 초로 잡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 차례 더 미뤄질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심의가 늦어진 것은 법리 검토 때문일 뿐 회생 절차를 이유로 판단을 더 미룰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MBK에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정지는 자산운용사의 영업정지에 준하는 무거운 제재다. 사모펀드(PEF) 운용사(GP)에 이 정도 수위의 중징계를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사전 통지에는 주요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와 금감원 제재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다음 달 3일 예정된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결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회생 진행은 물론, 절차 연장이나 청산 여부까지 갈릴 수 있다.
피해자와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물품구매 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 피해자들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MBK 본사 앞 기자회견에서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과 책임자본 투입을 요구했다. ABSTB는 물품 대금 등 자산을 기초로 발행하는 단기 채권이다. 비대위는 회생계획안에 피해자 구제 방안을 넣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과 긴급운영자금(DIP)의 현금 흐름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DIP는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이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 빌리는 운영 자금을 말한다. 비대위는 국회가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조속히 열어야 한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요구가 나온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김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신속한 수사를 주문했고,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회 차원의 청문회가 실제로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생을 둘러싼 자금 문제도 책임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최대주주인 MBK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DIP 대출을 놓고 한 달 넘게 대립해 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재한 비공개 회동에서 김광일 부회장은 더 투입할 자금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MBK 경영진의 도덕성 문제도 다시 거론된다. 김병주 회장은 과거 역외탈세 의혹으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뒤 수백억원대 세금을 납부했다는 보도로 논란이 됐고, 김광일 부회장은 페라리 등 고가 슈퍼카를 여러 대 보유한 사실이 국회에서 공개돼 비판을 받았다. 홈플러스 마트노조는 국세청이 법인 명의 슈퍼카를 사적으로 쓴 의혹이 있는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점을 들어, 김 부회장의 차량 보유 내역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철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사무국장은 일부 고가 차량이 법인 명의로 등록됐는지, 실제 업무용으로 쓰였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K 측은 국세청 조사가 법인 차량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김 부회장 차량은 개인 소유여서 이번 조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