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가프로젝트 전력 딜레마…“원전 20기 규모 더 필요”

장혜원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7.02 09:03

반도체·AI 데이터센터 추진에 2040년 27.7GW 추가 전력 수요 전망
“재생에너지만으론 한계”…원전·ESS·송전망 함께 갖춰야
전문가들 “공장보다 발전소 먼저…국가 차원 전력 로드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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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첨단3지구 일대 전경. 정부는 이 일대를 AI·반도체 산업과 연계한 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전력 인프라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일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가 계획대로 들어설 경우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규모에 맞먹는 추가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 육성 계획은 제시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발전설비와 송전망 구축 계획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메가프로젝트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 호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전력이다. 반도체 공장은 순간적인 정전에도 생산라인 전체가 멈출 정도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초고성능 GPU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만큼 일반 산업시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전문가들은 정부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2040년까지 약 27.7GW 규모의 추가 발전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설비용량 1.4GW급 한국형 원전(APR1400) 약 20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국내 원전 설비용량이 약 26GW인 점을 감안하면 메가프로젝트 하나가 사실상 현재 원전 설비 전체에 버금가는 전력을 추가로 요구하는 셈이다.



원자력 전문가 A교수는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지만 결국 승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서 갈린다"며 “공장을 아무리 빨리 지어도 전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상 가동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장기적인 전력 확보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신규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 계획이 반영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AI와 반도체 산업 확장 속도를 감안하면 추가 전력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만 해도 필요한 전력이 약 15GW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까지 더해질 경우 발전설비뿐 아니라 송전망 확충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교수는 “발전소를 지어도 송전망이 없으면 산업단지까지 전기를 보낼 수 없다"며 “발전과 송전을 하나의 국가 프로젝트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원전·송전망 함께 갖춰야

원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탄소배출이 적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RE100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호남은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 거점으로 꼽혀 반도체 산업 입지의 강점으로도 평가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계절,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변동성이 있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일정한 품질의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 시설인 만큼 원전과 LNG 같은 기저전원, 에너지저장장치(ESS), 송전망과 변전소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A교수는 “쟁점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산업단지가 요구하는 수준의 전력 품질과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라고 말했다.


호남권 전력 기반으로 거론되는 전남 영광 한빛원전 역시 단순한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A교수는 “한빛원전이 있다고 해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한빛원전은 일부 설비가 오래됐고 계속운전 여부, 사용후핵연료 관리, 송전망 확충 문제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은 전력 품질이 생명"이라며 “기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단순히 합산해 전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APR1400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해 상업운전에 성공하며 세계적인 원전 기술력을 입증했다.


건설업계도 원전 확대 논의가 실제 발주로 이어질 경우 국내 건설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은 원전과 대형 플랜트 시공 경험을 축적해 대형 원전을 건설할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다만 원전은 인허가와 부지 확보, 주민 수용성, 기자재 공급망이 맞물린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의 명확한 로드맵과 안정적인 발주 계획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SMR도 미래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원전보다 규모가 작고 공장에서 제작해 설치하는 방식이어서 건설 기간을 줄일 수 있고 산업단지 인근에 분산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인 만큼 안전성과 경제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AI 시대 맞아 세계도 '원전 회귀' 움직임

세계 각국도 AI와 첨단산업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계기로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부분의 원전 가동을 중단했지만 최근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전력 수요 증가를 이유로 원전 재가동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40년 전원 구성에서 원전 비중을 약 2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존 원전 재건축과 차세대 원전 도입도 검토 중이다.


독일은 2023년 탈원전을 완료했지만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원전에 대한 기존 입장을 완화하는 분위기다. 새 정부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원전을 저탄소 전원으로 인정하는 논의에 더 이상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원전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전기학회와 한국원자력학회,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는 최근 정책 제언을 통해 2050년 원전 발전 비중을 35%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신규 대형원전 20기와 SMR 12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A교수는“AI 시대 국가 경쟁력은 결국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에서 나온다"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면 발전소와 송전망 구축을 포함한 종합적인 국가 에너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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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장혜원 기자 입니다. 건설부동산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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