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시행
낙관적 손해율 적용 금지·산출 기준 제공
사업비 가정 현실화·내부통제도 강화
건강·장기보험 비중 등에 영향 나뉠 것
보험사, 상품 관리·손해율 인하 정책 강화
▲당국이 세칙을 통해 이익을 부풀릴 수 있는 손해율·사업비 가정 기준을 구체화한 가운데 보험사마다 '진짜 체력'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보험부채 축소 문제를 잡기 위해 계리가정 관리기준을 마련했다. 세칙을 통해 이익을 부풀릴 수 있는 손해율·사업비 가정 기준을 구체화한 가운데 보험사마다 '진짜 체력'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업계에선 건강·장기보험 포트폴리오나 공격적 가정을 사용한 보험사 위주로 영향이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 계리가정 기준 깐깐해진다
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보험부채를 낮추거나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손해율 및 사업비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시행했다. 해당 조치는 객관적인 보험부채 평가를 위해 2분기 결산부터 적용한다.
보험사들은 손해율과 사업비 등을 토대로 보험계약의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하고, 보험부채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계리가정'을 기준으로 이용한다. 앞서 당국은 일부 계리가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돼 보험부채가 축소된다는 지적을 제기해왔다.
주요 개정 내용으로 먼저 신규·비실손 담보의 보수 적용이 꼽힌다. 경험통계가 5년 이내인 신규담보의 경우 임의의 낙관적 손해율 적용이 금지되며, 90%와 상위 담보 실적 손해율 중 더 높은 값을 가정해야 한다. 최종손해율은 산출 시 관측된 손해율 악화를 전문가 판단 등으로 축소하거나 이연하는 행위가 금지되며 연령·성별·직업 등 위험 특성별로 손해율 산출 단위가 세분화된다.
사업비 가정도 보다 현실화 했다. 사업비 추정에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등을 반영한 물가상승률을 적용하고, 실제 비용 발생기간을 고려해 추정하도록 세부 기준이 마련됐다. 내부통제 또한 강화해 계리가정 변경 시 사유와 재무 영향을 위험관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며 관련 과정 문서화가 의무화됐다. 당국은 이번 변화로 계리가정의 중립성과 비교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보험사마다 다른 충격...포트폴리오가 변수
▲업계는 가이드라인의 영향이 보험사별 사업구조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세칙 시행에 따라 그동안 손해율 개선 가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보험사들 위주로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보험사별로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가이드라인의 핵심 항목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겹치는 회사에 영향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예를 들어 현대해상의 경우 건강보험·어린이보험 비중이 크고 신규 특약 판매와 장기보험 CSM 비중이 높은 편이다. 손해율 변동도 높게 나타나면서 CSM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이유로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 등도 건강·장기보험 판매 확대 전략에 따라 일정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수익성 중심의 보수적 언더라이팅을 해온 메리츠화재나 삼성화재 등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실제 영향은 각 회사의 현재 계리가정 수준이 공개되지 않은 까닭에 2분기·3분기 실적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신규상품 자체를 보수적으로 설계해 보험료와 위험률, 담보 등을 이전보다 촘촘하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당국이 신규담보에 대한 유사담보 적용을 사실상 막았기 때문이다.
손해율 자체를 낮추는 대응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계리가정 변경보다 실제 손해율을 낮추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대비책이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이전보다 고위험 계약 인수를 줄이고 보험료 인상이나 지급심사 강화 등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건강보험에서도 보험사기 적발을 강화하는 등 손해율 낮추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비 절감을 위해 설계사 시책 축소나 조직 슬림화에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이 계리가정 산출 근거를 문서화하도록 지시한데 대해 계리조직도 강화할 방침이다. 관계자는 “앞으로는 공격적인 가정을 사용하기 어렵기에 회계 변화에 대응하는 수준이 아니라 본질적인 경영 방식 자체가 바뀌어갈 것"이라며 “이전까지는 CSM을 많이 쌓는 경쟁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실제 손해율의 안정적 관리나 사업비 통제, 계리가정의 객관성 입증 등 본질적인 체력에 의해 계리가정 변경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