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도용 막는다지만…고객·판매점 모두 ‘불만’
고령층 불편·매출 우려…정부 “현장 보완 지속”
▲휴대전화 개통 절차가 강화된 첫날인 6일,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김수인 인턴기자
“욕부터 하시더라고요. '오른쪽으로 얼굴 돌리세요, 왼쪽으로 돌리세요, 눈도 깜빡여 보세요'라고 계속 안내했는데 끝내 인증이 안 됐어요."
서울 강남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사장은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이 의무화된 첫날인 6일 가장 먼저 고령층 고객들의 반응부터 전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1940년생 고객들은 새로 도입된 안면인증 절차를 여러 차례 반복해야 했고, 일부는 답답함을 참지 못해 거친 항의를 쏟아냈다고 했다.
시행 첫날부터 곳곳서 '진땀'
휴대전화 개통 절차가 강화된 첫날부터 일선 판매 현장에서는 적잖은 혼선이 빚어졌다. 안면인증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거나 촬영을 반복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다. 특히 판매업자들은 스마트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일수록 인증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절차가 복잡해진 데다 얼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고객들의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통신사 직영점 직원은 “오늘 안면인증을 거쳐 개통한 고객이 꽤 있었는데 대부분 불편함을 호소했다"며 “절차가 하나 더 추가된 데다 얼굴을 촬영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용산전자랜드에서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고객에게 안면인증 절차를 설명하면 '얼굴 정보가 남는 것 아니냐', '굳이 왜 해야 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며 “그럴 때마다 얼굴 정보는 저장되지 않고 본인확인에만 활용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판매점 관계자는 “시행 첫날이라 단정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고령층이나 장애인처럼 안면인증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도 그런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신분증만으론 안 돼'…개통 절차 강화
▲휴대전화 개통 절차가 강화된 첫날인 6일,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고객이 개통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배한비 인턴기자
정부는 명의도용을 통한 불법 개통과 대포폰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이날부터 휴대전화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 시 다중 본인확인 절차를 도입했다. 신분증 위·변조나 도용만으로는 휴대전화를 개통하기 어렵도록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용자는 안면인증과 모바일 신분증, 당일 발급한 주민등록초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기존처럼 실물 신분증만 제시해 개통하는 방식은 사실상 사라졌다.
안면인증을 선택하면 PASS 앱을 통해 촬영한 얼굴과 신분증 사진을 대조해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 단계적 시행 기간에는 최대 세 차례까지 인증을 시도할 수 있다. 인증에 실패할 경우 모바일 신분증이나 주민등록초본 등을 통한 추가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초 정부는 안면인증 의무화를 추진했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해 복수의 본인확인 수단을 활용하는 '다중인증제도'로 방향을 수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개인정보위와 인권위의 개선 권고를 반영해 대체 인증수단을 마련함으로써 이용자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했다"며 “오는 10월 안면인증의 법적 근거를 더욱 명확히 해 본인확인 절차 강화와 단계적 시행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면인증 시스템은 지난해 시범 운영 과정에서 조명과 촬영 각도 등에 따라 인식 오류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후 시스템을 보완하고 시행 시점을 연기한 뒤 이날부터 제도를 전면 시행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사장은 “지난 2월에도 한 번 시행하겠다고 고지가 내려오고 흐지부지됐었다"며 “첫날인 만큼 아직은 제도가 자리 잡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취지 이해하지만"…소비자·판매점 부담 호소
▲지난 6일 휴대전화 개통에 도입된 안면인증 시연 모습. 사진=연합뉴스
실제 안면인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고객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인증 속도와 이용 편의성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서초구의 한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조모씨는 “개통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른 오전부터 왔는데 오후 2시 30분이 돼서야 개통이 끝났다"며 “신분증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추가 인증 절차까지 거쳐야 해서 번거로웠다"고 말했다.
안면인증 도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영등포의 한 통신사 매장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이모씨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포폰을 만들려는 사람들은 또 다른 우회 방법을 찾지 않겠냐"며 “오히려 일반 소비자들만 절차가 더 복잡해진 것 같다. 조금 더 간소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객 1명당 개통 시간이 길어지면서 판매점들은 매출 감소를 우려하기도 했다.
또 다른 휴대전화 판매점 사장은 “이 정책이 앞으로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절차가 복잡해져 개통이 무산되면 결국 손님 한 명을 놓치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업자는 “평일처럼 여유가 있을 때는 괜찮지만 주말 피크 시간대에는 설명해야 할 내용이 늘어나 응대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시행 초기 현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나오는 반응은 모두 보고 있다"며 “이번 제도는 명의도용과 불법 개통을 막기 위한 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시범 운영을 거치며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안면인증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모바일 신분증과 주민등록초본 등 대체 본인확인 수단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며 “향후 시행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살펴보며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